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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악, "그래미상"후보에 오르다 / 김영일 악당이반 대표

채현병 2011. 9. 8. 11:09

 

     우리 국악, 그래미상 후보에 올린 사나이

     樂黨이반 김영일대표 <정가악회 풍류 3 - 가곡>

 

입력 : 2011.09.07 03:12

김영일씨, 7년 도전 쾌거… 한국 음반 사상 최초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수상에 더 매진하겠다"

'Congratulation(축하합니다)!'

지난달 30일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樂黨)이반'의 김영일(51) 대표는 이메일을 열었다가 이 단어를 보고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래미상 사무국으로부터 이 음반사가 제작한 음반 '정가악회 풍류 III―가곡'이 제54회 그래미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통보받은 것이었다. 음반은 '최우수 서라운드 사운드'(엔지니어 오수정)와 '최우수 월드뮤직' 등 2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김 대표는 "그 순간 '아! 이제 됐구나'보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말했다. 우리 음반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건 클래식, 가요, 전통음악을 통틀어 처음이다.

김영일 대표. /사진작가 이규열·톱클래스 제공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를 노래한 고유 음악 형식으로, 작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지정됐다. 지난 5월 국내 발매된 '정가악회 풍류 III―가곡'은 거문고·가야금·대금·해금·피리·단소·장구로 구성된 국악 실내악 '정가악회'(회장 천재현)가 연주를, 명창 김윤수씨가 노래를 맡았다. 음반은 가곡 중 가장 느린 '이수대엽'부터 시작해 '편수대엽'과 '태평가' 등 9곡을 담고 있다. 악기들의 교차되는 선율 속에 가곡과 더불어 가을 저녁 풀벌레 울음소리가 녹음돼 있다.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의 대청마루에서 녹음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5년 음반사 설립 이후 미국, 유럽 등 세계 유수 음반상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고 했다. 기술력 부족이었다. 작년 1월 억대를 들여 최신 기계를 구입했다. 일반 CD보다 용량이 최고 24배에 이르는 수퍼오디오CD(SACD)를 만드는 기계다. 후보에 오른 '정가악회…' 음반이 SACD 중 하나다. 그렇다고 기술만 있다고 풀리는 문제도 아니었다.

"도서의 ISBN(국제표준책번호)처럼 음악에도 ISRC(국제표준녹음코드)가 있어요. 이게 있어야 국제대회에 kr(대한민국)이란 꼬리표를 달고 출품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가입이 안 돼 있어요. 4년 준비 끝에 2009년 개인 자격으로 코드를 취득했고, 그래미상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연주비와 제작비로 5500만원이 든 음반 '정가악회…'는 아마존을 통해 인터넷으로만 판매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10장, 해외에서 20장이 팔렸다.

김영일 대표는 "누가 내게 국악이 뭐냐고 물으면 '국민이 모르는 음악이 국악이다'라고 답한다"면서 "우리가 모르고 세계는 더욱 모르는 국악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수상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제54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내년 봄 미국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