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작>
깨를 볶다가 문득
김경숙
새 달력의 일월은 생깨처럼 비릿하다
자잘한 웃음소리 고소하게 깔리는 게
밑불이 어림해보는 하루하루 기대치
낯선 곳이 궁금할 땐 한 번씩 튀는 거다
쉼 없이 휘저어야 골고루 살이차는
참깨를 볶는 순간도 눈맞춤이 필요한 법
비린 끼 걷힌 뒤 공손하게 담긴 것들
버릴 것 하나없이 단 기름을 꽉 물었다
뭉근한 삼백예순다섯 날도 나를 깨울 밑불일까
* 입상자 약력
김경숙 : 1971년 경남 고성 출생
현 부산거주 가정주부
2008부터 부산여성문화회관 '시조'공부
동인 '문학사계' 회원
<심사평 / 오승철, 강현덕 시인>
1월이다. 다시 시작한다. 올 1월은 유달리 눈이 많아 모든 것을 덮고 다시 시작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이 백일장에도 새롭게 시작하려는 예비시인들의 젊은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올해 1월 장원은 김경숙씨가 차지했다. 보내온 작품들이 모두 그랬지만 장원작 '깨를 볶다가 문득'은 완성도가 매우 높다. '새 딜력의 일월은 생깨처럼 비릿하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삶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를 잘 느끼게 한다. '밑불'은 이 시에서 큰 역할을 하는데 첫째 수에서는 '깨'를 볶는 화자 자신이다. 그러나 셋째 수에서는 화자가 '깨'가 되고 일 년이라는 시간들이 '깨'가 된 화자의 '밑불'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치밀한 구성이다. 또 '낯선 곳이 궁금할 땐 한 번씩 튀는 거다'같은 참신한 이미지는 일상어로 구사하는 진술과 함께 눈길을 잡는다.
시조는 명쾌한 마무리가 백미이다. 잘 던지고, 잘 풀고, 잘 맺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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