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산맥의 끝자락, 서천을 가다>
海月 채현병
나에게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오래전에 부탁받은 과제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서로 시간이 맞지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행히 어제 시간을 내게 되어 오래된 과제를 해결하려고 충남 서천지방을 다녀오게 되었다. 나의 지인은 고향 서천에 아주 오래된 옛집 한채를 헐고 새집을 짓고자 했다. 이 옛집은 500여평의 텃밭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과연 1) 집을 지을만한 터가 있는가? 2) 집터가 있다면, 가장 좋은 위치가 어디인가?
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답을 꼭 나에게서 듣고 싶다는 얘기다. 평소에 충남 서천지방을 밟고
싶었던 나에게는 안성맞춤의 기회가 온 것이다.
서천 지방은 차령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다.오대산에서 발원한 차령산맥은 서남방향으로 길게 내리뻗어 평창의 계방산, 횡성의 태기산, 영월의 백운산, 원주의 치악산, 안성의 칠현산, 아산의 광덕산, 청양의 칠갑산, 보령의 성주산을 지나는 250킬로미터의 대장정 끝에 비인만 서해로 꼬리를 감춘다. 그러하니, 원주를 지나는 웅대한 차령산맥 끝자락인 서천지방의 풍광이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지인의 어머님을 모시고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 일행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가니 오전 일찍 그 분의 고향에 당도하게 되었다. 마을 주변을 한바퀴 돌고 오래된 옛집에 들렸다. 비록 낡았지만, 할머니의 손길따라 오랜 세월을 지나며 한 세기동안 한 가족의 영욕의 역사를 만들어낸 집이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 두칸, 부엌 한칸으로 시작된 집은 오랜 세월동안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여 제법 큰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의 집터와 텃밭 이곳 저곳을 살펴본 결과, 증축으로 인해 안고있는 문제점만 해결한다면 현재의 집터만큼 좋은 집터를 찾기가 매우 어려울만큼 좋은 吉地라고 할 수 있다(작은 면적의 집터로 응축된 점이 아쉽지만). 풍수지리적 입장에서 텃밭과 집터의 지리적, 인문적 정보를 자세히 설명하며 현재의 집터에 새집을 짓도록 권하였다.지인과 지인의 어머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함께 흐뭇해진다.
어제는 모처럼 좋은 일을 해서인지 나에게 많은 복이 들어 온 날이다. 첫째 복) 겨우내 닫혔던 마음이 열리며 새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치, 봄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맞이하려고 서천 땅으로 내려온 듯 하다. 둘째 복) 먹을 복이 들어왔다. 지인의 따뜻한 배려로 싱싱항 제철 쭈꾸미를 양껏 맛있게 먹었다. 쭈꾸미의 먹물이 그렇게도 고소한 별미인줄 이제야 알았다. 더구나 박대 한꾸러미까지 선물로 받다니... 셋째 복) 다시 동토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하여 준비하는 가창오리떼의 거대한 군무를 감상할 수 있었다. 늦가을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넷째 복) 춘장대 해수욕장과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서해로 자맥질하는 차령산맥의 끝자락을 살펴 볼 수 있었다.
경인년 새봄에 꿈틀대는 차령산맥의 큰 기운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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