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 가녀린 선. 후나타니 유카(船谷由花·46)는 전형적인 동양 여인이다. 그런데 걸어온 길이 장난 아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뒤 1994년 한국인 생태학자를 남편으로 맞았다. 97년 한국으로 귀화한 뒤에는 수필가, 통·번역가, 강사, 교재 집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4년엔 아예 ‘일본문화연구회 오아시스(Oasisu)’를 세우고 왕성한 한·일 문화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마다 수차례 일본 문화교류 연수를 기획하는가 하면 개천절 음악제, 다산 정약용 탄생 기념행사 등에 참석해 노래를 하고 시조를 읊는다. 그것도 반드시 일본전통 의상인 기모노 차림으로. 그녀는 한국인일까, 일본인일까.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gang.co.kr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gang.co.kr
“한글은 24가지의 단순한 글자로 무한대 소리를 표현해 내는 신비로운 언어예요. 한 획, 한 획 써 가는 순간마다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죠. 아침에 일어나 먹을 갈 때면 먹물이 반짝반짝 빛나요. 붓을 잡으면 붓이 ‘놀아 보자’고 하는 소리가 들리죠. 그때는 모래성을 쌓으며 집중하는 아기의 마음이 됩니다. 그 느낌, 알 것 같나요?”
그녀는 2009년 박목월의 시 ‘나그네’에 낙관을 찍어 처음으로 한글서예전에 출전했다. ‘정아(靖雅)’는 서예 선생님이 지어준 필명이다. 올해도 3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전’에 송강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을 출품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글서예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의 멋을 비교연구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