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歌曲 한바탕, 스물일곱닢을 듣고
海月 채현병
<序> 여민락與民樂
한강수 흐르거다 태백이 푸르르다
이 아침 여민락與民樂은 풍요의 상징일레
빛나는 전통문화로 문화대국文化大國 이루세
* 與民樂 : 용비어천가의 가사 위에 얹은 곡.
세종대왕이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는 뜻으로 지음.
<첫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초삭대엽初數大葉 (동창이~)
첫치로 부른 노래 황종黃鐘의 울림이라
유연한 소매끝에 우주가 꿈틀대고
봄기운 돋아나오니 푸른 빛이 솟는다
* 黃鐘 : 十二律의 첫째 음으로 陽律에 속함. 음력 동짓달을 가리킴.
<둘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평조平調 이삭대엽 貳數大葉 (버들은~)
둘째치 기나긴 음 여인의 마음인저
다지고 조여내니 꽃보다 아름답다
누구사 그리는 정을 시름이라 했던고
<셋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중거中擧 (인심은~)
대여음大餘音 같다고나 소리도 같을소냐
중려仲呂로 접어드니 설총薛聰이 깨어난다
중허리 높이 들고서 백년대계百年大計 세우세
* 大餘音 : 전통가곡 연주에서 前奏曲, 또는 後奏曲으로 곡의 속도를
지정해 주는 역할을 함.
* 仲呂 : 십이율의 여섯째 음으로, 음력 4월을 이름.
* 薛聰 : (655~ ?)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사이에서 낳은 신라 十賢 중의
한 사람으로 이두를 모아 정리하여 발전시킴.
위 시조 “인심은 터이나고~”의 작자로 알려짐.
<넷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평조平調 중거中擧 (청조靑鳥야~)
꿰노니 실이로고 부르니 따르리라
약수弱水라 삼천리 길 선계仙界에 계신대도
청조靑鳥가 예 찾아오듯 나도 찾아 가리라
* 弱水 : 神仙이 살았다는 중국 서부의 전설적인 江.
* 靑鳥 : 파랑새.
<다섯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평거平擧 (경성출景星出~)
오제五帝의 문물文物 속에 삼황三皇의 예악禮樂이라
십육 박 한 장단에 음양陰陽이 어울리니
합환주合歡酒 빚어 놓고서 만리장성萬里長城 쌓으리
* 景星出 : 道가 있는 나라의 태평성대에 나타나는 상서로운 별.
* 五帝 : 고대 중국의 5황제 / 복희(태호), 신농(염제), 황제, 소호, 전욱.
* 三皇 : 고대 중국 전설상의 세 임금 / 천황씨, 인황씨, 지황씨.
* 合歡酒 : 전통혼례 때, 신랑 신부가 서로 잔을 바꾸어 마시는 술.
<여섯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평조平調 평거平擧 (일소一笑~)
사르르 웃으시니 천하天下가 발 아래라
초삼박 생략해도 천상天上에 드셨어라
명황明皇이 아니라 해도 어찌 할 수 없으리
* 一笑 : 一笑百媚生. 한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김.
* 초삼박 : 처음 세 박자.
* 明皇 : 뛰어나게 슬기롭고 총명한 황제. 唐 玄宗이 죽은 후
추증한 시호 <至道大聖大明孝皇帝>가 연원이 됨.
<일곱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삼삭대엽三數大葉 (도화 이화桃花 李花~)
삭대엽數大葉 셋째치라 익은 듯 하다마는
현란한 춤사위에 깊은 뜻 감춰두고
덧없이 지나간 세월 아쉽다고 하느니
* 桃花 李花 : 복숭아꽃, 오야꽃.
* 數大葉 : 자진한잎. 가곡 곡조의 하나로 만대엽, 중대엽보다
후기에 발생하여 조선시대 후기에 널리 애창된 곡조.
<여덟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평조平調 두거頭擧 (일각一刻이~)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 초조히 기다리니
남려南呂로 나는 속청 폐부를 찌르는다
들어내 솟구친 마음 다시 서려 두노라
* 一刻 : 한 시간을 넷으로 나눈 첫째 시각으로 15분간을 뜻함.
* 如三秋 : 3년이 지니간 것 같이 길게 느껴지는 시간.
몹시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이름.
* 南呂 : 12율려 중 10번째 음으로 음력 8월을 뜻함.
<아홉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소용騷聳 (불 아니~)
오복五福을 누리려고 떠들썩 하나보다
절로 솟아 절로 익고 절로 낳아 절로 가니
가인佳人을 붙잡아 두고 기고만장 하누나
* 五福 : 유교에서 말하는 다섯가지 福으로 長壽, 富貴, 康寧,
攸好德, 考終命.
* 佳人 : 아름다운 사람.
<열째닢> 여창가곡女唱 반우반계半羽半界 반엽半葉 (남하여~)
우조羽調로 재쳐가다 선선히 돌아오듯
남 시켜 전傳치말고 체부遞夫로 오시오면
장작불 지펴 놓고서 밤엿栗糖고듯 하리라
* 남하여 : 남으로 하여금.
* 羽調 : 5音의 다섯째 羽音을 으뜸음으로 하는 곡조로 느린 장단에
맑고 꿋꿋한 느낌을 줌.
* 遞夫 : 소식이나 물건을 대신 전해주는 사람.
* 밤엿(栗糖) : 밤을 삶아 고은 엿. 가곡 중 半葉을 달리 이르는 말.
<열한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초삭대엽初數大葉 (청석령~)
차가운 호풍胡風 속에 임마저 잃었으니
계면조界面調 다스름에 애원哀怨이 묻어난다
절절이 재여 두자니 애간장이 다 녹는다
* 靑石嶺 : 평북 의주 근처의 고개이름.
효종이 심양으로 잡혀갈 때 넘던 고개.
* 胡風 : 北風. 오랑캐 땅(만주)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 界面調 : 한국전통음악에서 감상적이며 슬픈 느낌을 주는 곡조.
<열둘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이삭대엽貳數大葉 (언약이~)
아침에 울던 까치 하늘을 선회旋廻하듯
거울 속 고운 아미蛾眉 미학의 극치極致일레
시름도 다스려두니 어여쁘지 않은가
* 旋廻 : 날짐승이나 비행기가 어느 장소 위에서 둘레를 빙빙 돎
* 蛾眉 : 누에나방처럼 아름다운 미인의 눈썹.
<열셋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중거中擧 (청풍 北窓下에~)
십이박 청황종淸潢鐘이 풋잠을 깨웠어라
서늘한 바람마저 단꿈을 날렸어라
하는 일 하나 없어도 농적환弄笛還을 하리니
* 淸潢鐘 : 黃鐘보다 한 옥타브 더 높은 음.
* 弄笛還 : 피리를 불면서 돌아옴.
<열넷째닢> 여창가곡女唱 계면조界面調 중거中擧 (산촌에~)
한시름 달래보려 시위를 당겼거니
청성淸聲이 튕겨나와 달빛을 희롱한다
먼뎃개 짖기도 전에 오실 줄 왜 모르리
* 시위 : 활시위
* 淸聲 : 평성보다 한 옥타브 더 높은 음계
* 먼뎃개 : 먼 곳의 개.
<열다섯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평거平擧 (반 넘어~)
막 들어 높이잖고 막 불러 낮추잖고
작은 잎 한닢으로 평평이 부른 뜻은
백발도 세월이어라 쉬어가게 함일레
<열여섯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평거平擧 (楚江 어부들아~)
초삼박初三拍 생략하고 평거平擧에 든다 해도
조금씩 빨라져서 자진닢 떤다 해도
멱라수 푸른 물결에 반짝일 수 있을꼬
* 楚江 : 초나라의 江 멱라수.
* 平擧 : 초장3박을 생략한 채 4박째를 첫음으로 임종, 중려를
속청으로 노래하는 곡태.
* 자진닢 : 자진한잎. 삭대엽의 우리 말.
<열일곱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삼삭대엽三數大葉 (석양에~)
해질녘 산마루에 싯귀가 걸려있고
삼대엽三大葉 잎맥마다 취흥이 살아난다
나귀등 실려 가노니 구름인 양 하여라
* 三大葉 : 三數大葉. 우리 전통 성악곡 가운데 남창가곡의 하나로
초삭대엽, 이삭대엽 다음에 부르는 세 번째 곡.
<열여덟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두거頭擧 (임술지추~)
머리를 높이 들어 초장初章을 불러보니
적벽부赤壁賦 어디가고 속청만 남았는다
어흐마 거문고마저 슬기덩 둥 하누나
* 임술지추 : 壬戌년 가을.
* 赤壁賦 : 중국 宋나라 때 적벽대전을 회상하며 지은 蘇軾(東坡)의 글.
* 속청 : 우리나라 정통성악 중 여창에 Tm이는 창법으로 비단실을 뽑아내듯
가늘게 뽑아내는 높은 목소리.
* 어흐마 : 어흠아. 말할 때에 서두에 꺼내는 감탄사의 한가지.
<열아홉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언롱言弄 (이태백의~)
태백太白의 시풍詩風인가 두목杜牧의 풍모風貌인가
세월과 농弄하면서 세속을 풍자諷刺하니
바람에 구름 가듯이 변화무쌍 하도다
* 詩風 : 한 시인의 작품에 나타나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氣風.
* 弄 : 희롱. 가지고 놈.
* 諷刺 :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사회의 부정적 현상을 빗대어 꼬집음.
<스물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평롱平弄 (북두칠성~)
선율이 아름다워 사랑에 빠졌어라
떼쓰는 모습까지 예쁘고 또 예쁘니
비단결 출렁거리듯 별빛따라 흐르네
<스물하나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계면조界面調 계락界樂 (철총마~)
훈풍이 불었어라 인정이 넘쳤어라
세월도 흘렀어라 성은聖恩도 깊었어라
봄꽃이 무르익으니 만화방창萬化方暢 하리라
* 鐵驄馬 : 푸른 털에 읜 털이 조금 섞인 말. 갈기와 꼬리가 파르스름함.
* 聖恩 : 임금의 크고 거룩한 은혜.
* 萬化方暢 : 따뜻한 봄날이 되어 온갖 생물이 나서 자람.
<스물둘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계락界樂 (청산도~)
푸른 산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다
사장四章의 열한 박에 청황종淸潢鐘 흘러가니
모두가 흥興에 겨워서 절로절로 흐른다
* 四章 : 가곡 초장, 2장, 3장, 4장, 5장에서의 4장.
* 淸潢鐘 : 한 옥타브 높은 음계의 황종음.
<스물셋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평조平調 언락言樂 (벽사창이~)
벽오동碧梧桐 푸르르니 봉황鳳凰이 날아들고
달빛이 가득하니 춘정春情도 절로 인다
남몰래 기다린 님도 지레짐작 하실까
* 碧紗窓 : 매우 푸른 깁(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을 바른 창문.
* 碧梧桐 : 수피의 색깔이 푸른 벽오동과 낙엽교목.
* 春情 : 남녀간의 情慾.
<스물넷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평조平調 우락羽樂 (바람은~)
폭풍우 후려치니 제 어이 오시리까
오신 뒤 몰아치면 더없이 좋으련만
저처럼 휘몰아치니 엄두조차 나실까
<스물다섯째닢> 남창가곡男唱歌曲 반우반계半羽半界 편락編樂 (나무도~)
임 여읜 나의 안을 누구라 아시리까
애간장 녹아나서 복장腹藏이 무너지니
그나마 새긴 흔적도 까치놀이 되었소
* 애간장 : 肝腸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 腹藏 : 가슴 한 복판. 속으로 품고 있는 생각.
* 까치놀 : 바다의 수평선에서 석양을 받아 알록달록 번득거리는 빛
<스물여섯째닢> 여창가곡女唱歌曲 계면조界面調 편삭대엽編數大葉 (모란은~)
호시절好時節 돌아오니 꽃놀이 가자꾸나
갖가지 꽃이 피니 범나비 날아든다
한 장단 십박十拍 속에서 풍류놀이 하잔다
* 好時節 : 좋은 시기나 절기.
<스물일곱째, 끝째닢> 남녀창男女唱 계면조界面調 태평가太平歌 (이랴도~)
세월도 무르익어 태평가太平歌 절로 나니
이려도 생략하고 곧바로 성대聖代로다
지구판地球板 울려 가면서 한류문화韓流文化 즐기세
* 太平歌 : 세상이 태평함을 기뻐하여 부르는 노래.
* 聖代 :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