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문학계 소식

2011 만해축전 / 아,아...님의 높은 뫼, 너른 물가를 온몸으로 추억합니다.

채현병 2011. 8. 13. 21:54

 

[2011 만해축전] 아, 아… 님의 높은 뫼·너른 물가를 온몸으로 추억합니다

만해마을 적신 문화축제
인제읍 일대까지 萬海 열기, 백일장·시인학교 등 다채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살아계심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단 한 줄기의 빛도 보이지 않는 은산철벽(銀山鐵壁) 같던 일제 시대, 불교와 문학, 민족독립의 제단 앞에 자신의 몸을 헌신한 만해 한용운 선사가 우리 곁을 아직 떠나지 않고 성성(惺惺)하게 살아 계시다는 것을 이곳 만해축전에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기리는 '2011 만해축전'은 올해도 문학과 문화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12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부터 입재식과 각종 행사가 진행된 인제읍 일대까지, 사람들은 동판에 새겨진 시편들 앞에서 문향(文香)에 젖었고, 문인과 학자들의 토론장에서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만해 정신의 도도한 흐름에 함께했다.

제15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1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인 이근배(문학), 중국 소설가 모옌(문학), 스리랑카 헤티아랏치 교수(실천), 그리고 네팔 국기를 흔드는 아누라다 코이랄라 마이티네팔 이사장(평화). 맨 오른쪽은 만해 한용운의 흉상이다. /인제=이덕훈 기자 dhlee@chosun.com

"간디, 킹 목사… 그리고 만해"

"오늘 감히 이 영광스러운 상을 받으며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생명의 행복', '약한 자는 본질적으로 약한 것이 아니고 강한 자는 영원히 강할 수 없다'고 불교에 기초한 비폭력과 평화 공존의 철학을 전파하셨던 만해 스님의 뜻을 되새깁니다. 만해는 간디, 킹 목사, 넬슨 만델라와 같은 세계적 평화 지도자입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만해대상 시상식. 실천부문 수상자인 스리랑카 불교·고고학자 시리세나 반다 헤티아랏치는 만해의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 '조선독립의 서'를 인용해 수상소감을 말했다. 이날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인 아누라다 코이랄라 '마이티 네팔' 재단 이사장은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만해대상 수상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코이랄라 이사장에 대해 "우리 시대의 관세음보살 같은 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근배 시인은 "만해시를 독송하고 또 독송하며 높은 뫼, 너른 물가에 떨어지는 한 방울 이슬, 한 톨의 돌멩이가 되고자 마음을 닦겠다"고 말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각각 축사와 대회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가운데, (강원도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하늘내린센터 내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이‘님의 침묵 서예대전’입상작을 관람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dhlee@chosun.com
"밤에서 낮까지 님을 기다립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2일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 앞에서 인제 귀둔초등학교 사물놀이반 학생들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제13회 만해축전 전국고교생 백일장이 12일 강원도 인제 실내체육관에서 열려 전국 900여 고교생 문사(文士)들이 글솜씨를 겨루고 있다./이덕훈 기자 dhlee@chosun.com
이날 백담사 만해마을과 함께 만해축전의 양대 중심축 중 하나인 인제읍 하늘내린센터 외벽에는 만해의 초상을 배경으로 그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쓴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렸다. 가족, 친구와 함께 온 방문객들은 시구를 곱씹어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하늘 위에는 꽃을 문 비둘기 그림을 달아맨 대형 애드벌룬이 떠올라, 올해 만해축전의 주제인 '평화, 소통'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만해마을과 하늘내린센터에서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화해와 소통의 양상'(한국불교문인협회), '아시아문학의 평화지향성'(창작21작가회의) 등 학술심포지엄, '제9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과 '전국 고교생 백일장' 등 10여건의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이상국 백담사 만해마을 운영위원장은 "매년 축전 즈음에는 속초 등 동해안으로 가는 많은 관광객이 만해문학박물관 등 만해마을을 찾는다"며 "축전 기간 방문객이 평소보다 30%쯤 늘어난다"고 했다. 11일 입교한 만해시인학교에도 60여명이 참가해 신달자, 심재상, 유홍준, 이병률 등 시인들의 열띤 강의를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