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田雲致傳
海月 채현병
<話說 1-1>
바람과 달을 품어 꿈 속에 드셨으니
떼구름 내려오며 옥동자 주시더라
이름을 雲致로 짓고 둥실둥실 춤추네
* 話說 : 옛소설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쓰이던 말
<話說 1-2>
夢中仙 아니랄까 容貌도 華麗하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까지 헤는지라
口十子 別號로 하여 전우치(田雲致)라 부르네
<却說 1>
구슬을 굴려넣어 요얼을 삼켰으니
이태백 文章이요 왕희지 筆法이라
이 세상 통달하고서 莊元及第 하더라
* 却說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그만 두고 화제를 돌려 다른 말을 꺼냄
* 요얼 : 여우의 넋(狐精)
<且說 1-1>
세월을 흘려두고 세금사 들었어라
九尾狐 닥달하니 天書가 세 권이라
밤새워 通達하고서 天下周遊 하더라
* 且說 : 화제를 돌려 다른 말을 꺼낼 때 그 첫머리에 쓰는 말
<且說 1-2>
능력을 자랑코져 임금도 속였구나
황금의 들보 머리 오백에 되팔고서
또 다시 희롱하고자 먹소용에 들더라
* 먹소용 : 먹물을 담아놓는 길쭉하고 자그마한 병
<且說 1-3>
구름을 타고 가니 세상이 발 아래라
어진 이 救濟하고 억울함 풀어주니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착한 일만 하렸다
<且說 1-4>
창고의 金銀寶貨 무시로 둔갑시켜
관리의 검은 속셈 일시에 고쳤으니
전우치 아니였으면 이 세상도 검으리
<却說 2-1>
印劍을 받아들고 가달산 들어가니
염준의 두목풍채 산 속을 채웠어라
우치도 오추마 타니 밀려날 리 없더라
* 염준 : 강도 수천을 모아 가달산에 산채를 세우고 갖은 노략질과 군량탈취를 일삼는 산적두목
<却說 2-2>
염준이 겨눈 창날 日光을 가리우고
우치가 휘둔 칼날 半空을 가르나니
수십 합 겨룬 후에도 승부수가 없더라
이튿날 삼십여 합 한나절 보내놓고
정몸을 흔들어서 염준을 제압한 후
두 무릎 땅에 꿇린 채 빌고 빌게 하더라
* 정몸 : 변신술에서 거짓몸이 아닌 진짜몸
<且說 2-1>
京城에 돌아오니 모두가 致賀하되
간신배 무리들이 우치를 謨害하니
山水畵 그려 놓고서 그 속으로 숨더라
<且說 2-2>
우치가 그린 그림 자세히 살펴보니
첩첩이 산중이요 겹겹이 수풀이라
鞍裝 진 나귀 한 마리 풀을 뜯고 있더라
<且說 2-3>
山中에 돌아와서 物色을 구경터니
웬 중놈 破戒하여 몹쓸 짓 하는고야
또 다시 道術을 부려 잡혀가게 했어라
<且說 2-4>
왕연희 다잡아서 새사람 되게하고
和尙을 회개시켜 佛道를 딖게하니
이 모두 殺生을 피해 살아가게 함일레
<且說 2-5>
簇子 속 미인이라 곱고도 고울시고
보는 듯 말하는 듯 생기가 流動하니
가만히 불러 내어서 술 따르게 했어라
<再說>
양봉안 찾아가니 相思病 들았어라
文仙娘 그린 마음 鄭씨로 돌려 보니
明月이 더 밝은지라 씻은듯이 나았네
* 再說 : 다른 이야기 끝에 처음 이야기를 다시 잇대어 전개할 때,
그 첫머리에 상투적으로 쓰는 말(다시 말하다)
<却說 3-1>
松竹이 푸르르니 냇물도 潺潺하고
山門에 다다르니 백학이 戱弄한다
사립문 열기도 전에 손을 잡아 주더라
<却說 3-2>
侍婢에 명하시어 酒案床 차려놓고
신선이 마시는 술 받들어 권하시니
어느새 仙界에 든 듯 껄껄껄껄 웃더라
<却說 3-3>
용담이 뒤따르니 화담의 아우더라
용담의 天地造化 우치와 겨뤄보니
龍虎가 相搏인지라 가릴 수가 없더라
<却說 3-4>
화담의 시험들어 華山을 찾아갈 제
해동청 보라매라 그물로 가리거늘
그 그물 뚫지 못하고 돌아오고 말았네
<却說 3-5>
사연을 고했으나 山門에 갖힐 신세
달아나 보려 하나 바람 앞 등불이라
지은 죄 태산 같기에 목숨마저 바치네
<却說 3-6>
화담과 약조하고 간신히 빌린 목숨
고향에 돌아가서 어머님 봉양하고
연후에 돌아가시니 삼년상을 치루네
<却說 3-7>
이후라 命을 받아 구미호 잡아두고
약조를 받들어서 행장을 꾸렸으니
瀛洲山 가는 길목도 仙界인가 하더라
* 참고문 : 고전소설 전우치전(田雲致傳) 현대어역 (경판 37장본). 丁未 仲春 由谷 新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