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공연 및 전시안내

서울생태포럼 공연 / 인왕산과 서촌의 풍류, 번암 채제공과 김수장 일화

채현병 2014. 11. 21. 21:37

 

             < 인왕산과 서촌의 명소 필운대 육각현 풍류>

             번암 채제공과 김수장일화

 

 

때는 조선조 정조 계묘년(1783) 춘삼월 초 열흘  

영의정을 지낸 번암 채제공은 목유선과  필운대에서 꽃구경을 하고저

길을 나셨는데.

저녁을 일찍 먹고 늦을까 하여 가마를 타고 필운대 바위에 먼저 도착하였더니 목유선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지라..

널따란 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시 한 수를 읊조리노라~

옛날에 장혼이란 사람은 송석원시사의 시선집 <옥계사>의 서문에 이르기를

 

『장기나 바둑으로 벗을 사귀는 것은 하루를 가지 못하고

   술과 여색으로 벗을 사귀는 것은 한 달을 가지 못하며

   권세와 이익으로 벗을 사귀는 것도 한 해를 넘지 못한다.

   오로지 자연과 숲을 벗삼아 와 노래로 사귀는 것만이 영원하도다.

 

이윽고, 목유선이 이정운과 심규를 이끌고, 종자에게는 술병을 들게하여 사직단 뒤쪽에서 솔숲을 뚫고 오는구나

 

필운대에서 꽃구경을 할려고 하였으나 산속에 인파가 넘치니 조용한 자리로 옮기고자 주변을 살펴보니 동쪽으로는 활터에 소나무가 나란히 늘어서 있고.

동산 안의 꽃나무 가지끝이 은은히 담장 밖으로 나와 있어 호기심이 도는구나!

 

목유선에게 이르기를 “ 저기는 반드시 무엇가 있을걸세. 가보지 않겠는가?” 물으니 좋다하여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점잖게 꽃 구경을 청하니 주인은 집 뒷동산으로 안내하는데,

화원에는 돌층계가 여덟 개쯤 깔려 있고 붉은 꽃·자주꽃 ·노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구나.

꽃 구경나온 유항주, 윤상동 같은 관원들도 채제공이 조씨네 화원에 있다는 소식에 악공을 대동하고 한 걸음에 달려와 술을 돌리고 꽃을 평품하여 시를 지어 즐기느라고 달이 동쪽에 뜬 것도 몰랐구나~

 

< 서예 퍼포먼스 해월 채현병>

 

 

< 천년만세 합주 >

 

이듬해 윤 삼월 초열사흘에 육각현 아래 조씨네 화원을 다시 찾아 꽃구경을 가서 석은당에 앉아 거문고를 무릎위에 눕히고 채발을 뽑아 서너 줄을 튕겨 보았으니 곡조는 이루지 못하였지만 그윽한 소리가 나서 정신이 맑아지는구나~

 

<강혜진 거문고 달무리 연주 >

 

얼마뒤에 조카 채홍리가 퉁소부는 악사를 대동하여 와서 한 곡조 연주를 하니 술맛이 절로 나는구나!

 

< 안헌영 대금 청성곡 연주>

 

퉁소소리에 맞춰 한 곡조 읊조리노라~

세상엔 아부가 넘치고 의로운 사람이 적구나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저 수레와 말들 조차도 꽃을 쫓아 달리는구나

의직한 소나무 저 소나무야 누가 너를 봐 줄 것인가?

 

『아양 떤 자 사랑받고 정직한 자 미움 사네

  수레도 저 말들도 꽃 때문에 달리는데

  소나무 저 소나무야 누가 너를 봐주리』  <예찬건 고가신조 노래>

 

이 노래 소리를 듣고 조선을 대표하는 삼대 가집의 하나인 <해동가요>를 지은 김수장이 듣고 화답가로 <육각현 소회>를 부르는구나

 

 『꽃도 피려하고 버들도 푸르려 하네

   비즌술 다 익었다 벗님네 가세그려

   육각에 두려시 앉아 봄 맞이 하리라 』 < 여창 고가신조 노래>

 

 

 

 

 당대의 명가객 김수장이 필운대 육각현을 노래하니 일시에 대중에 몰려들어  혹자는 술을 혹자는 안주를 혹자는 귀한 차를 대접하니

채제공과 김수장은 차를 한 잔씩 받아들고 좌중에게 이야기 하노니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로다.

 

이에 매화라는 나이는 좀 들었지만 장안의 최고 여류가객이라

『매화야 옛 등걸에 봄 철이 돌아온다

  옛 피였던 가지마다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여 필지말지 하구나 』

라고 시조를 지어 가사 매화가 곡조로 부르는 구나

 

 

이윽고 풍류를 즐긴후에

오늘은 꽃과 같이 함께 즐기고자 마련된 자리이니 여기 여창가객이 몇 왔으니 우리 같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로 김수장 가객이 지은 화편을 같이 불러보세 하니 가객이 모두 나와 함께 남녀창을 하는구나~

 

초장 : 모란(牧丹)1)은 화중왕(花中王)2)이요

2: 향일화(向日花)3)는 충신(忠臣)이로다

3: 연화()4)는 군자(君子), 행화(杏花)5)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6), 매화(梅花) 한사(寒士)7)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石竹花)8)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9)무당(巫堂)10)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11)로다

4: 이 중()

5: 이화()12)시객(時客)13)이요

       홍도(紅桃)14)벽도(碧桃)15)삼색도(三色桃)16)는 풍류랑(風流郞)17)인가 하노라

 

정조의 탕평책을 잘 받들어 수행한 번암 채제공은 정조의 어머님 혜경궁홍씨께오서 손수 마련하신 부채와 함께 어찰을 내리리고 하였으니

230년이 흐른 오늘에 인왕산 필운대 육각현을 중심으로 자연과 숲과 사람이 함께 벗하는 풍류의 세상이 올지어다.

 

 

 

그 시작으로 오늘 뜻 깊은 <인왕산과 서촌이 있어 행복한 도시 서울포럼>이 개최됨을 축하면서 오늘 선비문화기획팀이 준비한 공연을 마칩니다.

 

출연자 소개

나레이션/진행: 가객 예찬건

서예 퍼포먼스 및 자료준비: 시조시인 & 서예가 해월 채현병  

거문고연주 : 강혜진

대금연주 : 안헌영

피리연주:  김현성

해금연주:  이찬미

장고연주:  이건형

여창가객:  김지선

 

 

앞으로 230년이 흐른뒤에 <서울생태포럼><서울시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숲 포럼>이란 단체가 만들어져 내 뒤를 이어 인왕상 필운대 풍류를 이어가리라.

 

 

 

 


1) 모란(牧丹) : 목단.

2) 화중왕(花中王) : 모란을 가리키는 다른 말(異名).

3) 향일화(向日花) : 해바라기.

4) 연화() : 연꽃.

5) 행화(杏花) : 살구꽃.

6) 은일사(隱逸士) : 국화를 가리키는 다른 말(異名).

7) 한사(寒士) : 가난한 선비. 가난하고 권력 없는 선비.

8) 석죽화(石竹花) : 패랭이꽃.

9) 규화(葵花) : 촉규화(蜀葵花). 접시꽃.

10) 무당(巫堂) : 신과 인간의 중개 구실을 맡았다는, 굿을 하고 길흉을 점치는 일에 종사하는 여자.

11) 창녀(娼女) : 노는 계집.

12) 이화() : 배나무의 꽃.

13) 시객(時客) : 시를 즐겨 짓는 사람. 시인(詩人). 시가(詩家).

14) 홍도(紅桃) : 홍도나무의 꽃. 홍도나무는 복숭아나무의 한가지로, 천엽(千葉)이 가장 아름다운데 빛깔은 짙은 붉은 빛임. 열매는 열지 않고 관상용으로 심음.

15) 벽도(碧桃) : 벽도나무의 꽃. 벽도나무는 복숭아 나무의 한가지로, 꽃은 희고 꽃잎이 여러 겹으로 되어 있어 매우 아름다움. 열매는 있으나 매우 잘고 먹지는 못함. 관상용으로 가꿈.

16) 삼색도(三色桃) : 한 나무에서 세가지 꽃이 피는 복숭아 나무.

17) 풍류랑(風流郞) :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지내는 젊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