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堂敎育>
海月 채현병
1. 書堂敎育의 목적
講을 통하여 修身齊家의 일상적 교양, 생활의례 및 관혼상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유교적 상식을 갖추어 삶의 지표로 삼는데 그 목적을 둔다.
2. 대상 學童
1) 유치원생
2) 초등학교 학생
3) 중학교 학생
3. 기본 교재
1) 千字文
2) 四字小學
3) 童蒙先習
4) 明心寶鑑
5) 小學
6) 擊蒙要訣
7) 옛시조
8) 놀이를 통한 교육(유치원생 및 초등학교 저학년 교재)
4. 교육활동
1) 연간 교육활동 계획
* 開接 : 새 학기 강의 시작
* 講 : 학습활동
* 詩會 : 백일장 행사
* 評價 : 학습활동 평가
* 洗冊禮 : 학동이 한 권의 책을 마치면 부모가 장만해준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사
* 罷接 : 연말 강의 마침
2) 일일 교육활동
* 일일 학습량 부과 : 교재 중심
* 講 : 講讀, 暗誦, 字意 및 文章해석 등
* 일일 評價 후 학습미달 학동 : 연장학습 또는 과제학습을 실시 후, 익일 수업 전 재확인
3) 매월 庭揖禮 교육활동(2회 / 15일, 말일)
* 스승 초빙
* 相禮 세움 : 禮에 밝고 음성이 명확한 학동
* 讀法 세움 : 품행이 바르고 학업이 월등한 학동
* 東西 두 班으로 나누어 班首, 曹司 선출
* 立位 정해 인사하기 : 初立位, 再立位, 進立位
* 講 評價 : 通-略-粗-不
* 반성 및 독려 : 단의 상하를 오르내리며 행하는 교육평가에 대한 반성 및 독려 절차
* 시상 : 학업성취도가 높아 大通한 학동에게는 紙筆墨 등을 상품으로 줌
5. 서당 학습 모형
1) 훈장이 師席에 앉아 가부좌하고 큰 기침을 하면 공부 시작
2) 접장이 책상을 치면 휴식
3) 훈장 : 講을 하고 3~4회 읽어 줌 - 학동이 큰소리로 낭랑하게 따라 읽음
4) 훈장 : 모범글씨를 씀 - 학동이 따라 씀
5) 학동이 많은 경우 : 훈장이 먼저 가르친 다음 - 접장이 훈장을 도와 별도 지도
6) 일일 진도 확인 : 한 명씩 훈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읽고 외우고 새긴 후, 붓으로 써서 보임
7) 내용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경우 : 진도를 나아가지 않음
8) 암기 : 가부좌 자세로 상체를 흔들면서 낭랑한 소리로 읽게 함
9) 재확인 : 이튿날 아침 전일 학습한 내용을 재확인함
10) 벌칙 : 전일 배운 것을 해찰하지 못하거나 외우지 못할 경우
* 집에서 만들어 온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거나
* 제 귀를 잡고 서당 마당을 몇 바퀴 돔
6. 儀禮 및 과외활동
1) 의례
* 講讀, 또는 관혼상제 행사 참관
* 제례, 혼례, 관례, 상례의식을 배워 익힘
2) 과외활동
* 심화학습 : 意趣를 넓히고 識見을 정밀하게 하기 위해 기본교재 이외의 서책을 익힘
예) 대학, 논어, 맹자, 중용, 5경, 사기 외 先賢들의 性理學 冊 등
* 才藝학습 : 법도에 따라 詩書畵와 더불어 時調, 彈琴, 習射, 投壺, 茶禮 등을 익힘
* 바둑, 장기 등의 雜戱는 實功을 방해하므로 멀리해야 함
# 첨부 1 / 서당에서 놀이를 통한 교육자료
칠교놀이, 가락지 찾기 놀이, 연날리기, 풀각시놀이, 굴렁쇠 굴리기, 두꺼비집 짓기,
제기차기, 대문놀이, 말타기, 다리세기, 땅재먹기, 낫치기, 갈퀴치기, 구슬치기, 소꿉놀이,
술래잡기 등
# 첨부 2 / [書堂 模範規準]
1) 첫째는 뜻을 세우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먼저 모름지기 뜻을 세워서 도(道)로써 자임(自任)하는 것을 이른다. 도(道)라는 것은 고원(高遠)한 것이 아니요, 사람이 스스로 행하지 않는 것이다. 일만 가지 착함이 나에게 갖추어 있으니 다른 데서 구할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의심을 품고 기다리지 말고, 또 두려워하고 어려워하여 머뭇거리지 말라.
바로 천지(天地)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고, 생민(生民)을 위하여 극〈極 대중지정(大中至正)의 도리〉을 세우며, 지나간 성인(聖人)을 위하여 끊어진 학(學)을 계승하고, 만세(萬世)를 위하여 태평 시대를 열어주는 것으로 표적(標的)을 삼아야 한다.
물러나 의탁하여 스스로 못한다는 생각과 당장에 편한 것을 취하여 스스로 용서하는 습관은 털끝만큼이라도 가슴속에 싹트게 할 수 없다. 훼예(毁譽)·영욕(榮辱)과 이해(利害)·화복(禍福)에 이르러서는 일체 그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된다. 분발하여 책려(策勵)하고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기를 요구한 뒤에 그친다.
2) 둘째는 몸을 단속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이미 성인이 되기로 뜻을 세웠으면 반드시 옛 습속을 씻어버리고 한결같이 향학(向學)에 뜻을 두어 몸과 행실을 검속(檢束)함을 이른다. 평상시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며, 의관(衣冠)을 반드시 정제하고 용모를 반드시 장중(莊重)히 하고, 거처함에 반드시 공손히 하고 걷거나 설 때에는 반드시 바르게 하며, 음식은 반드시 조절하고, 글씨를 씀에 있어서는 반드시 공경히 하며, 책상과 의자는 반드시 가지런히 하고, 당실(堂室)은 반드시 깨끗이 한다. 항상 구용(九容)으로 몸을 가진다.
구용은 발의 모양은 무겁게 하고〔가볍게 발을 들지 아니하는 것이다. 만약 존장(尊長) 앞에서는 이에 구애할 수가 없다.〕, 손의 모양은 공손히 하며〔손은 거만하고 흐트러짐이 없이 한다. 일이 없을 때에는 마땅히 단정히 공수(拱手)하고 망녕되게 움직이지 아니한다.〕, 눈의 모양은 단정히 하고〔그 눈자위를 안정시켜 마땅히 바르게 보고 흘겨보거나 옆으로 보지 아니한다.〕, 입의 모양은 다물고 있으며〔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가 아니면 입은 항상 부동(不動)한다.〕, 소리의 모양은 고요하게 하고〔마땅히 형기(形氣)를 정제하여 트림이나 기침 등 잡소리를 내지 아니한다.〕, 머리의 모양은 반듯하게 하며〔마땅히 머리를 바르게 하고 몸을 곧게 하며, 기울이고 돌리거나 비뚤어지게 기대지 아니한다.〕, 기용(氣容)은 엄숙히 하고〔마땅히 코로 숨쉬는 것을 조화시켜 소리가 있어서는 아니된다.〕, 서있는 모양[立容]은 덕기(德氣)가 있으며〔바로 서고 기대지 아니하며 엄연히 덕의 기상이 있어야 한다.〕, 얼굴 빛의 모양은 씩씩하게 한다〔얼굴 빛을 정제하여 태만한 기운이 없어야 한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야 하니, 이른바 예(禮)가 아니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천리(天理)에 어긋나면 문득 이것은 예가 아닌 것이다. 대체로 말하자면 창우〈倡優 광대〉의 바르지 못한 얼굴색이나 속악(俗樂)의 음란한 소리와 비설오만(鄙褻傲慢)한 놀이와 유련황란(流連荒亂)한 연회에는 더욱 엄금하고 끊어야 한다.
3) 셋째는 글을 읽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이미 유행(儒行)으로 몸을 단속하였으면 반드시 글을 읽고 학문을 강구하여 의리(義理)를 밝혀야 함을 이른다. 그런 연후에 진학하는 공정(功程)의 지향하는 바가 미혹됨이 없을 것이다. 스승을 따르면서 수업함에 있어 학문은 반드시 넓게 하고, 물음을 반드시 자세하게 하며, 생각은 반드시 신중히 하여야 하고, 분별은 반드시 명백히 하며, 책 속에 잠겨 깊이 들어가서 반드시 마음으로 깨닫기를 기약해야 한다.
늘 글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엄숙하고 조용하게 꿇어 앉아서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극진히 하여 한 권의 책을 이미 익숙할 때까지 읽은 뒤에야 바야흐로 다른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널리 보기를 힘쓰지 말고 억지로 기억하기를 일삼지 말아야 한다. 그 글을 읽는 차례는 먼저 《소학》을 읽어서 그 근본을 배양하고, 다음으로 《대학(大學)》 및 《근사록(近思錄)》을 읽어 그 규모(規模)를 정한다. 다음은 《논어》·《맹자》·《중용》과 오경(五經)을 읽으며, 사이에 《사기(史記)》와 선현(先賢)의 성리(性理)의 글을 읽어서 의취(意趣)를 넓히고 식견(識見)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 성인(聖人)의 글이 아니면 읽지 말고, 도움이 없는 글은 보지 말며, 글을 읽는 여가에 때로 혹 재예(才藝)를 익히되, 탄금(彈琴)·습사(習射)·투호(投壺) 등과 같은 일은 각각 의식과 법도가 있으니, 때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한다. 바둑·장기 등과 같은 잡희(雜戱)는 눈도 대지 말아야 하니, 실공(實功)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4) 넷째는 말을 삼가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유행(儒行)을 닦으려고 하면 모름지기 추기(樞機)를 신중하게 해야 함을 이른다. 사람의 과실이 언어로 말미암음이 많으니, 말은 반드시 충신(忠信)하여야 하고, 말을 함에는 반드시 때에 맞추어야 한다. 대답을 신중히 하고 성기(聲氣)를 엄숙히 해서 농담하지 말고 시끄럽게 떠들지 말아야 한다. 단지 문자(文字)와 의리(義理)에 유익한 대화만 하고 황잡(荒雜)하고 괴이한 것과 시정(市井)의 야비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같은 것은 입에서 나오지 않아야 한다.
같은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헛된 말로 날을 보내고 시정(時政)을 망녕되게 논하면서 남의 장단점(長短點)을 비교하는 것은 모두 공부를 방해하고 일을 해치는 것이니, 절실하게 경계함이 마땅하다.
5) 다섯째는 마음을 바르게 두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몸을 닦고자 하면 반드시 안으로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물질의 유혹이 되지 아니함을 이른다. 그런 연후에 마음[天君]이 안정하여 일백 가지 간사한 마음이 물러가서 바야흐로 실덕(實德)에 나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는 마땅히 정좌(靜坐)하여 마음을 잡아 두는 것에 먼저 힘써 고요한 가운데 산란하지 아니하고 어둡지 않도록 하여 큰 근본을 세우되, 만약 하나의 생각이 나오면 반드시 선악(善惡)의 기미(機微)를 살펴서 선하면 그 의리를 다하고 악하면 그 싹을 잘라 버리며, 존양(存養)과 성찰(省察)을 힘써서 그만두지 아니하면 행동하고 말함에 있어서 의리의 당연한 법칙에 합하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다.
6) 여섯째는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다
선비가 일백 가지 행실이 있으되 효(孝)·제(悌)가 근본이 되고, 죄형(罪刑)이 3천 가지가 있지만 불효가 큰 것이다.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반드시 집에 있을 적에는 공경을 극진히 하여 승순(承順)의 예(禮)를 다하고, 봉양함에는 즐거움을 극진히 하여 구체(口體)의 봉양을 다하며, 병(病)이 들면 근심을 극진히 하여 의약(醫藥)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다하고, 상(喪)을 당하면 슬픔을 극진히 하여 상례(喪禮)의 신중히 하는 도리를 다하며, 제사에는 엄숙함을 극진히 하여 영원히 추모하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겨울에 어버이가 추우면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 더우면 서늘하게 해드리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새벽에는 문안드리며, 외출하면 알리고 돌아오면 인사드리는 데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성현의 교훈을 따르지 아니함이 없으며, 만일 어버이에게 허물이 있으면 정성을 다해 은미하게 간(諫)해서 점차 도(道)로써 비유하되 안으로 나의 몸이 행함에 미비함이 없는가를 돌아보아 처음부터 끝까지 덕을 온전히 하여 낳아주신 어버이에게 욕됨이 없게 한 연후에야 능히 어버이를 잘 섬겼다고 할 것이다.
7) 일곱째는 스승을 섬기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성심으로 도(道)에 지향하면 반드시 먼저 스승을 섬기는 도리를 숭상할 것이다. 백성은 임금·스승·어버이 세 분의 은혜에 의하여 살아가므로 섬기기를 똑같이 하여야 되는 것이니,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함께 거처하면 아침 저녁으로 들어가 뵙고, 다른 곳에 거처하면 수업할 때에 들어가 뵈오며, 초하루·보름에 일제히 모여서 예현(禮見)을 행하여 두 번 절하고, 평상시에 모실 때에는 그 존경을 다하여 가르치고 깨우쳐줌을 돈독히 믿어서 가슴속에 간직하여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만일 언론(言論)과 행하는 일에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모름지기 조용히 강문(講問)하여 득실(得失)을 분변할 것이요, 바로 자신의 의견만 가지고서 문득 그 스승을 비방하여 의논해서는 안되고, 또한 의리를 생각하지 않고서 단지 스승의 설명만을 믿어서도 안되며, 봉양(奉養)하는 당연함에 이르러서는 또한 마땅히 능력에 따라 정성을 기울여 제자의 직분을 다할 것이다.
8) 여덟째는 벗을 고르는 것이다
도(道)를 전하고 의혹을 풀어 주는 것은 비록 스승에게 있을지라도 같이 학문을 강습하고 서로 도와서 인덕(仁德)을 닦는 것은 실로 붕우(朋友)에 힘입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반드시 충신(忠信)하고 효제(孝悌)하며 강직방정(剛直方正)하고 돈독(敦篤)한 선비를 골라서, 그런 사람과 더불어 교제하기를 정하여 서로 실수를 경계하고 서로 선(善)하도록 권책(勸責)하며, 학문과 덕행을 갈고 닦아서 붕우의 윤리(倫理)를 다할 것이다. 만약 마음을 세움이 독실하지 못하고 몸을 단속함이 엄하지 못하여 떠돌아다니면서 놀기를 좋아하며 말만 숭상하고 기개만 숭상하는 자는 모두 더불어 사귈 수 없는 것이다.
9) 아홉째는 집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배우는 자가 이미 몸과 마음을 닦았으면 집에 있을 때는 모름지기 윤리를 다하여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해서 한 몸같이 보며, 남편은 온화하고 아내는 순종하여 예(禮)를 잃지 말며, 자식들을 옳은 방법으로 가르치어 사랑함으로써 총명을 미혹시키지 아니할 것이다. 집안의 여러 사람을 거느리는 데에는 엄격함을 주장하되 용서를 행하며, 그들의 굶주리고 헐벗음을 염려하면 상하(上下)가 정숙(整肅)하고 내외(內外)가 분별이 있어서, 일가(一家)가 처하는 바의 일에 마땅히 그 지극함을 행하지 않은 바가 없을 것이다.
10) 열째는 사람을 접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이미 그 가정을 바르게 다스렸으면 미루어서 사람을 접대하는 일에 한결같이 예의(禮義)에 따라, 어른을 섬김에 공경하고〔이를테면 침식(寢食)과 행보(行步)는 모두 어른의 뒤에서 하고, 열 살이 많으면 웃어른으로 섬기고 갑절로 많으면 대접하기를 더욱 공손히 해야 한다.〕 어린이를 어루만짐에 사랑으로써 하며, 친족을 화목하게 하고 이웃과 사귐에 이르러서도 그 환심을 얻지 아니함이 없도록 해서 매양 덕업(德業)으로 서로 권하고 과실을 서로 경계하며, 예속(禮俗)을 서로 이룩하고 환난(患難)을 서로 근심하여 항상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만약 사람을 해치고 만물을 해롭게 하는 생각은 일호(一毫)라도 마음 구석에 남겨서는 안된다.
11) 열한째는 과거(科擧)에 응시하는 것이다
과거는 비록 지사(志士)가 급급하게 할 바가 아니라 하더라도 또한 근세에 입사(入仕)하는 공통의 규범이다. 만일 도학(道學)에 뜻을 오로지하여 진퇴(進退)를 예의(禮義)로써 하는 사람은 과거를 숭상하지 않지만, 혹시 나라의 정사를 보기 위해 과거에 응함을 면치 못한다고 하면 또한 마땅히 성심껏 공부하여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힘쓰되, 다만 과거를 얻고 얻지 못함으로써 그 지키는 뜻을 잃지 말 것이며, 또 항상 입신(立身)하고 행도(行道)하며 충군(忠君)하고 보국(報國)하는 생각을 품어야 하며, 구차하게 따뜻하고 배부른 것만 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진실로 능히 도(道)에 뜻을 두고 게으르지 아니하며 일용 행사에서 천리(天理)를 따르지 아니함이 없을 것 같으면 과거를 보는 학업도 또한 일용(日用)의 사이에 하나의 일이 될 것이니, 무엇이 실공(實功)에 해롭겠는가? 지금 사람의 매양 지조(志操)를 빼앗김을 근심하는 것은 과거의 득실로써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또 요즈음 선비의 공통된 병통은 나태하고 방종(放縱)하여 독서에 힘쓰지 아니하고, 스스로 도학에 뜻을 두어 생각하고 과거를 보는 학업에는 즐겨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유유히 세월만 보내어 학문도 과거도 두 가지 모두 이룬 바가 없는 자가 많은데, 이를 가장 경계할 것이다.
12) 열두째는 의(義)를 지키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의(義)와 이(利)의 구분을 분변하는 것보다 급한 것이 없음을 이른다. 의(義)라는 것은 위하는 바가 없이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위하는 바가 있으면 이는 모두 이(利)를 위하는 것이니, 도척(盜跖)의 무리이다.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이름을 구하는 것도 또한 이심(利心)인지라 군자(君子)가 보기를 남의 벽을 뚫고 담을 넘는 좀도둑보다도 심하게 여기거늘, 하물며 착하지 못한 일을 행하면서 이(利)를 추구하는 사람이겠는가?
배우는 자는 털끝만한 이심(利心)이라도 가슴속에 간직해서는 안된다. 옛사람은 부모를 위하여 수고로움을 다하였으니, 비록 품팔이를 행하고 쌀을 백리 밖에서 지고 오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마음이 굳고 깨끗하여 이(利)에 더럽혀지지 아니하였는데, 오늘날의 선비된 자는 종일 성현(聖賢)의 글을 읽으면서도 오히려 이심(利心)이 있음을 면하지 못하니, 어찌 슬퍼할 일이 아니겠는가? 비록 혹시 집이 가난하여 먹고 살기 위해서 경영하고 계획하는 바가 있음을 면하지 못할지라도 다만 이(利)를 추구하는 생각만은 싹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사양하고 받는 것과 취하고 주는 데에 있어서도 합당하고 부당함을 자세히 살펴서 얻음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여 털끝만큼이라도 구차하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13) 열세째는 충성을 숭상하는 것이다
충후(忠厚)와 기절(氣節)은 서로 안팎이 되는데, 스스로 지키는 절개가 없으면서 모릉(模稜)으로 충후를 삼는 것은 불가하며, 근본의 덕도 없으면서 교격(矯激)으로 기절을 삼는 것은 불가하다. 세상 풍속이 효박(淆薄)하여 실덕(實德)이 날마다 없어져 주책없이 따르면서 아첨하는 사람이 아니면, 반드시 교만하고 스스로 높은 체하며 기절을 숭상하는 사람이니, 중정(中正)의 도를 행하는 선비를 참으로 얻어 보기가 어렵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온화하게 사람을 공경함은 덕(德)의 바탕이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부드러워도 또한 먹지 아니하고 굳어도 또한 토하지 아니한다.'고 하였으니, 반드시 온공(溫恭)하고 화수(和粹)하게 근본을 심음이 깊고 두텁게 한 뒤에야 능히 정의(正義)를 바로 세워서 대절(大節)에 임하여 뜻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비굴하고 아첨하는 비부(鄙夫)는 진실로 족히 말할 것도 없지만, 학문한다고 이름하는 선비로서 재주를 믿고 현명함을 빙자하여 사람을 경멸하는 자는 그 폐해를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니, 작은 것을 얻었다고 만족하게 여기면서 성질을 발끈히 내어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을 어찌 능히 참으로 기절이 있다고 하겠는가?
근래에 선비의 병폐가 이와 같음은 진실로 예학(禮學)이 밝혀지지 못한 데에서 말미암아 거짓과 교만이 습관을 이룬 까닭이다. 반드시 예학을 강명(講明)하여 윗사람을 존경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도리를 다해야 한다. 진실로 이와 같이 하면 충후와 기절 두 가지를 모두 얻을 것이다.
14) 열네째는 공경함을 돈독히 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덕을 힘쓰고 업(業)을 닦는 것이 오직 공경함을 돈독히 함에 있다. 공경함에 돈독히 하지 아니하면 단지 이것은 빈말[空言]일 뿐이니, 모름지기 겉과 속을 한결같이 하여 조금도 간단(間斷)이 없어서 말함에는 가르침이 있고 움직임에는 법도가 있으며, 낮에는 행함이 있고 밤에는 깨달아 얻음이 있으며, 잠시 동안에도 마음을 간직함이 있고 숨을 쉴 동안에도 기르는 것이 있어야 하며, 힘써 공부를 함[用功]이 비록 오래되었더라도 효과 보기를 추구하지 말고 오직 날마다 힘써서 죽은 뒤에야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학(實學)인데, 만약 여기에 힘쓰지 아니하고 단지 변박(辨博)한 말로써 몸을 빛내는 도구로 삼는 사람은 바로 선비의 적(賊)이다.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5) 열다섯째는 학궁(學宮)에 거처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학궁에 있을 때에는 모든 행동[擧止]을 일체 학령(學令)에 의하여 혹 독서(讀書)하고 혹 제술(製述)을 하며, 식후(食後)에는 잠시 산책하여 정신을 화창하게 하고 돌아와서는 수업한 바를 익힌다. 저녁 식사 후에도 그렇게 한다. 여럿이 한자리에 있을 때에는 반드시 강론(講論)을 하여 서로 돕고 위의(威儀)를 갖추어 정제 엄숙하게 한다. 만약 선생〔이것은 사장(師長)이다.〕이 학궁에 있으면 읍례(揖禮)를 행한 후에 강문(講問)하고 더 가르치기를 청하여 마음을 비우고 가르침을 받아서 마음에 지니고 두루 실천한다. 유익함이 없는 책과 같은 것은, 청하여 물어서 심력(心力)을 헛되이 쓰는 것은 불가하다.
16) 열여섯째는 독법(讀法)이다
매월 초하루·보름에 제생이 학당(學堂)에 일제히 모여서 알묘(謁廟)하고 읍례(揖禮)를 행하여 마친 뒤에 좌석을 정해 앉으면〔사장(師長)이 만약 있으면 북쪽 벽 아래에 앉고, 제생은 동·남·서 3면(面)으로 늘어 앉는다.〕, 장의(掌議)가〔장의가 연고가 있으면 유사(有司)나 혹은 글을 잘 읽는 자가 이를 대신한다.〕 큰 소리로 '백록동교조(白鹿洞敎條)'와 '학교모범(學校模範)'을 한번 읽고, 인하여 서로 더불어 강론(講論)하고 서로 실공(實功)에 힘쓴다.〔사장이 있으면 인하여 질의(質疑)한다.〕 만일 의논할 일이 있으면 강론하여 결정하는데,〔제생이 의논할 일이 있으면 사장은 먼저 나간다.〕 제생이 연고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면 반드시 서장(書狀)을 갖추어 회의장에 알리되 여러 사람들이 모두 아는 바 질병이 있거나 고향에 내려간 것을 적실히 알거나 기일(忌日) 이외의 다른 핑계를 대고 불참하는 자는 두 차례에 이르게 되면 한 달을 출좌(黜座)한다. 이와 같이 하여도 오지 아니하면 사장(師長)에게 고하여 벌(罰)을 논한다.〔출좌(黜座)는 바로 시속에서 이르는 손도(損徒)이다. 도로 허좌〈許座 복학〉할 때는 반드시 만좌(滿座)한 가운데서 면책(面責)한다.〕
* 첨부자료 2 : 문화원형백과 “조선왕조 아동교육” 2004,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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