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문학계 소식

제2회 청계천백일장 자유시 장원작 - 청계천 / 오영록 -

채현병 2010. 10. 18. 21:10

 

 

     청계천

 

                                           오영록

 

 

빌딩을 세우고 다리를 놓고

도로를 넓히는 것이 발전이고 진보라면

다리를 헐고 도로를 없애는 것은

분명한 퇴보이며 퇴화이다

첨단 문명시대를

원시로 돌리겠다는 발상은

문화와 문명을 거부하는 야만이라며

던졌던 돌팔매

그 아래 숨어있던 생명의 소리

도기화와 분청사기병, 백자대접과 백자 잔

청동그릇, 철제 솥, 목제접시와 청동숟가락

그릇과 식기류, 상평통보와 조선통보

은비녀와 토제귀면상과 장식품

목제망치와 건축자재 그리고 공구류들이

억만년의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켰다

저들의 숨소리를 따라가니

티라노사우루스의 용트림도 있고

시조새의 날갯짓도 있다

태초의 하늘

태초의 바람

태초의 물

태초의 태양이 여기에 있다

문명의 그림자로 가리어졌던

찬란하고 아름다운 원시

허물어버린 첨단 문화와 문명은

파괴며 퇴보가 아닌

또 하나의 발전이며 창조였다

참 우리, 태초의 우리로

돌아 갈 수 있는 이곳

청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