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문학계 소식

詩의 본질은 짧음이다 / 작은詩앗 채송화

채현병 2011. 1. 14. 11:01

 

        장황한 시 버리고, 간결한 시 추구

     짧은 시 운동을 펼치는 "작은詩앗 채송화" 동인 일곱 번째 시집을 내다

 

 

 

 

    

                      초대시인 김우식

살면서

물먹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싸락눈

                      초대시인 권덕하

산마루부터 따라온 강아지 한 마리

닫힌 대오리 창호

두 발로 긁어대고 있다

 

  2007년 4월 전남 강진에서 열린 영랑시문학제. 울산에 사는 정일근 시인이 서울의 문우 윤호 시인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시는 어째 모래알을 씹는 느낌이다. 물기와 울림이 있는 짧은 시 쓰기 운동을 벌이자" 윤씨는 반색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이렇게 의기투합한 두 사람, 나기철(58,제주),복효근(49,남원),오인태(49,진주),이지엽(53,서울),함순례(45,대전)시인 등 '팔도 시인'을 끌어 들이기로 했다. 이왕 운동을 할 거라면 전국적으로 해 보자는 것이다. 후에 김길녀(47),나혜경(47) 시인이 합류했다.

 

  이렇게 생겨난 '작은詩앗 채송화'동인이 일곱 번째 동인시집 <칠흑 고요>,<고요 아침>을 냈다.2008년 3월에 첫시집을 냈으니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왕성한 생산력이다. 이들은 시집을 낼 때마다 꼭 워크숍을 열어 시집을 자체평가하고 다음 시집을 낼 계획을 세운다.

 

  이 자리를 찾아가 '짧은 시 운동의 의미를 물었다. 동인들은 "요즘 시에 대한 반성이 짧은 시 운동의 출발"이라고 했다."중후장대하거나 현란한 언어만을 보여주는 시를 써서는 메마른 논 같은 독자들의 가슴에 물을  제대로 댈 수 없다(윤효). "시의 본질은 짧은 데 있다. 긴장과 함축, 절제된 언어를 보여주되 진술된 시행보다 몇 배 넓은 인식의 지평, 감동의 지평을 열어야 된다(나기철). 이번 동인시집은 그런 미학의 결정체다.

 

  동인들은 짧은 시가 독자는 물론 동료 시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소박하고 알기 쉬워 주부나 노인, 독자 누구에게라도 사랑받는다는 것이다. 동인 시집은 짧은 시 운동의 외연을 넓히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초대시를 실어와 그간 참여한 시인이 120명을 넘는다. 함순례씨는 "짧은 시를 쓰다보니 삶 자체가 변해 담배도 끊었고, 술도 줄였다"고 말햇다. 이쯤 되면 거의 생활수칙 수준이다. 오인태씨는 "짧은 시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선문답에 빠지지 않는 시를 오래도록 쓰고 싶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중앙일보 2011.1.14(금) 대전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