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한국, 한국인/한반도의 자연

1-2. 우리나라의 산

채현병 2018. 4. 2. 20:34

                                                                                                                          (꽃따라 길따라 강의자료 / 2018. 3. 26)

      1-2. 우리나라의 산 

                                                                      김상호(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지리학)

 

 

   우리나라의 산은 흔히 흙산(土山), 돌산(石山), 야산(野山)으로 구분된다. 흙산은 온통 흙으로 된 산으로 風化土로 이루어진 산을, 돌산은 기복이 뚜렷한 石峯으로 되어 있는 산을, 야산은 고도 100m 내외의 평지위에 고립된 산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야산은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니라는 [非山非野]의 뜻을 지닌 일종의 구릉이다. 흙산은 기복으로 볼 때 산이라기보다는 밋밋한 고원으로, 우리나라에는 돌산과 더불어 높은 흙산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한반도의 脊梁山脈으로 알려진 태백산맥에도 태백산, 두타산, 황병산을 거쳐 오대산에 이르는 고원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대관령에서부터 황병산에 이르면서 수백 미터 폭의 탄탄한 평지가 고도 1,000~1,400m에 걸쳐 풍화 기원의 진흙과 모래의 풍화토층이 고원 위를 두텁게 덮고 있다.

 

   한편 개마고원은 이런 고원지형이 더욱 높고 현저하게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함경산맥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꼽히지만, 그것은 동해안에서 바라볼 때이며 능선 북쪽에서 보면 밋밋한 고원이다. 고도 2천수백 미터 고봉으로 알려진 관모봉, 북수백산, 두류산, 차일봉 등도 일종의 흙산이다.

 

   흙산과 돌산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물에 잠기는 가옥이 쉽게 썩듯이 암석의 경우도 항상 물에 잠기는 상태일 때 풍화가 현저해지며, 암석의 풍화가 계속되다가도 융기가 진행되어 땅이 높아져 가면 표면이 벗겨져 풍화가 안 된 돌, 바위, 巨礫 등이 드러나 결국 돌산이 된다. 즉 두꺼운 풍화각을 이룬 지표면이 급격한 융기로 전환될 때 밋밋한 고원이 되고, 간간이 微起伏土山이 분포하는 상태를 이루었다가도 나중에는 돌산이 된다.

 

   우리나라의 좁은 땅에는 태백산맥, 함경산맥 외에 강남, 적유령, 묘향, 언진, 멸악, 마식령, 광주, 차령, 소백, 노령산맥 등 많은 산맥이 있어 산지의 나라(mountainous country)’로 불린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산체가 뚜렷한데도 산맥이름이 없는가 하면, 산맥이름은 있으면서도 오히려 산이 적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언진, 멸악, 마식령 등 산맥이름이 가장 많은 황해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耕地率이 높다던지, 산맥이름이 없는 경상남도 양산에 천황산, 가지산, 신불산 등 고도 1,000m 이상 되는 산들이 솟아 있기도 하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습곡구조 중심의 생각에 따라 산맥이름을 붙인데서 비롯된 것으로 고쳐져야 할 점이다. 그리고 지리산, 덕유산의 산세는 그 고립성이 현저하여 전남, 전북에 걸쳐 넓게 차지한다. 따라서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가지로 소백산맥을 연장하는 것은 잘못되었음이 분명하다. 이 산맥세는 추풍령, 육십령 등에서 끊겨 별도 산지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흙산은 남한산의 경우와 같이 산정이 밋밋한 흙산인 경우와 지리산과 같이 산정일대에 작은 돌들이 깔려 있는 흙산의 경우와 덕유산과 같이 완전한 흙산이 있다.

 

   돌산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한다. 그 하나는 암괴 사이의 풍화토가 벗겨지고 암괴가 중력에 의해 하락해서 아름드리 거력(boulder)들이 중첩한 경우와, 또 다른 경우로 암체를 끊는 절리의 발달이 약한데 풍화는 진전되어 산체 자체가 둥그런 암반, 또는 직립 절리 암벽을 이루는 현상이다. 전자의 예는 유달산, 계룡산 등 도처에서 볼 수 있으며 석굴암 불상 조각도 토함산의 중첩거력들을 이용한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 예는 진안의 마이산 산형인데 이는 말의 귀와 같이 우뚝 솟은 단일암반으로 되어 있다. 마이산 산형을 島山(인젤베르크)으라 부르는데, 법주사를 에워싸듯이 솟아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속리산도 인젤베르크형 돌산이다.

 

 

 

<김상호 교수 약력>

- 1918(제주 출생) ~ 2002

- 서울대 문학박사(1967)

- 서울대 명예교수

- 대한지리학회 부회장

- 한국지리교육학회 회장

- 중등 지리교과서, 지리부도 저자

- 저서 / 지리학개론(일조각), 한국의 지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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