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한반도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정창희(서울대 명예교수, 지질학)
1. 원시지구의 탄생
아주 오랜 옛날에 냉랭한 우주공간의 한 귀퉁이에서 티끌, 먼지, 돌덩어리, 기체가 모이면서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 덩어리는 수억 년 동안에 다른 덩어리와 또 다른 덩어리와 합쳐져 원시지구를 형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운석들이 충돌할 때 생긴 열과 지구 중심으로 작용하는 인력과 압력에 의한 열은 지구 내부를 수천 도의 열로 들끓게 하였으며, 이 때 암석 속에 들어있던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열을 내기 시작했다. 지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45억 년 전에는 현재 지구에 들어 있는 방사성 원소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방사성 원소가 있어 다량의 열을 방출하여 지구 내부를 가열하는데 참여했다.
원시 지구를 이룬 잡동사니들이 용해되면서 밀도가 높아 무거운 물질은 지구 내부로, 밀도가 작거나 가벼운 물질은 지표로 떠올라 육지의 암석이 되었다. 또한, 바다 밑의 암석(현무암 등)은 육지의 암석보다 무겁기 때문에 영영 육지처럼 높이 솟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물로 덮여 물 표면 위로 나타날 수도 없었다. 이렇게 하여 육지와 바다의 숙명적인 만남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육지는 40억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점점 그 면적이 증대되고 있었지만 겨우 지구 표면적의 30%를 점령하는데 불과하다. 아직도 육지가 성장한다고 하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
2. 나이 30억 살의 한반도
지구 표면 면적의 30%인 육지 중에서 극히 작은 면적을 점한 땅이 한반도이다. 한반도는 늙은 돌로 꽉 찬 땅으로 약 30억 살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주변의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곳이 한반도이다. 중국은 대륙의 반 정도가 우리와 비슷한 30억 살의 나이를 먹었지만, 나머지 반은 4억~5억 살 정도의 매우 젊은 땅이다. 일본은 가장 오래된 암석이 4억~5억 살밖에 되지 않아 우리 한반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땅이다.
중국의 중서부와 남부는 산맥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산맥이 모두 褶曲山脈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본은 알래스카에서 시작하여 필리핀 마리아나로 이어지는 弧狀列島 아래로 태평양판이 1년에 7.5Cm의 속도로 攝入되고 있어 항시 그 땅이 요동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하여 한반도는 이런 變動帶가 없어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3. 육지였던 서해의 역사
과거 2백만 년 동안 지구상의 바닷물은 100m 가량 낮아졌던 일이 5~6회 있었다. 지금이라도 빙하의 얼음이 증가하여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두꺼워진다면 해수면이 100~13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만1천년~8만년 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우리나라 서해 바다는 그 깊이가 최대 70m 정도로 100m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1만1천 년 전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서해는 들판으로 변하여 중국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고, 일본과도 대한해협을 통하여 육로로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만1천 년 전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하여 3,000년 후인 8,000년 전 경에 현재와 거의 비슷하게 바닷물이 가득 차 버렸다. 우리는 바닷물이 낮아진 때를 冰期라고 하며 현재와 같이 높아진 때를 後冰期라고 하는 데, 이 때의 온대지방 평균기온의 차이는 약 섭씨 6도이다. 빙기와 빙기 사이에는 따뜻한 간빙기가 있다. 현재의 후빙기는 다음에 올 빙기 사이의 간빙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4. 3,000m나 가라앉은 동해
서해가 얕은 바다임에 반하여 동해는 매우 깊은 바다여서 수심이 3,000m가 넘는 곳이 있다. 지질학적 증거로 동해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5천만 년~6천만 년 전까지 동해는 중국, 서해, 한반도와 연결된 육지였고 일본 열도는 바다였다. 동해 북쪽의 시코테 알린산맥(소련열도)과 한국의 함경산맥, 태백산맥을 이은 산맥줄기의 서쪽은 점차로 솟아오르고, 동쪽(동해)은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천5백만 년 전부터 5백만년 전 사이에는 서쪽 상승을 중단하고 오히려 수백 미터 가라앉았다가 5백만년 전부터 지금의 상태로 솟아올라 현재의 산맥을 만들었으며, 그 사이 동해는 계속 가라앉아 깊은 바다로 변했다. 동해는 한반도 동해안에서 급격하게 깊어져 함경북도 해안의 기울기는 35도나 돼 거의 절벽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태백산맥은 1,500m까지 솟아 있고 동해 바닥은 3,000m까지 가라앉아 있다.
일본에는 15억~27억년이나 되는 오래된 암석이 없다는 사실로 보아, 수천만 년 전에 일본 열도가 동해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설보다는 태평양에서 만들어져 태평양판에 의해 밀려들어 오면서 일본열도가 형성되었다는 학설이 타당하다.
5. 개마고원과 백두산 일대의 지형
평안북도 동쪽과 함경북도에 걸쳐 유명한 개마고원이 있다. 이 고원은 해발 1,000m~2,000m의 고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주변에 해발 2,500m 내외의 산들을 분포시킨다. 개마고원은 태백산맥과 같은 시기에 솟아올랐지만, 그 규모가 태백산맥보다 크고 웅장하다. 이 고원은 만주로 향하여 느슨하게 기울어져 있으며 도중에 백두산이 솟아 있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개마고원은 5백만 년 전까지는 평야에 가까운 준평원이었다. 그리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심한 曲流로 흐르는 것으로 보아 대평원에 오랜 세월을 두고 발달한 강이라고 볼 수 있다. 준평원이 서서히 솟아올라 압록강, 두만강이 嵌入曲流로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가자 수십만 년 전에 큰 화산이 분출하여 두 강의 상류를 용암과 화산재로 덮어 버렸는데 이로 인하여 백두산이 생겨났다. 1,000m~2,000m의 고원 위에 1,000m 내외의 山體를 만들고 그 치맛자락을 넓게 드리워 그 위용을 자랑하는 백두산은 이렇게 형성되었다. 그 이후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에 생긴 하천은 曲流의 흔적이 전혀 없고 모두 直流하고 있어 개마고원과 백두산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6. 한반도의 등줄기 태백산맥
태백산맥은 ‘10 대 1’이라는 수치로 그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서울에서 대관령 꼭대기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00Km인데 비해 대관령에서 동해까지는 20Km이다. 남미의 안데스 산맥은 그것이 15 대 1이나 습곡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습곡산맥은 대양암판이 남미 서해안 아래로 1년에 9.3Cm의 속도로 섭입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은 습곡산맥이 아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묵묵히 대변해 주는 한반도의 등줄기 산맥이다. 그리고, 태백산맥에서 서쪽으로 서해를 건너 중국의 타이항산맥까지를 계산하면 1,200Km 대 20Km 즉, 60 대 1의 경사를 이룬 동북아시아 지형의 중심이다.
7. 한반도 지질의 특성
한반도는 개마고원, 경기도, 소백산맥 등지에서 나타나 있는 것처럼 오래된 돌로 이루어진 곳이다. 지표에는 없지만 지하 수 킬로미터에 숨어있는 15억년~27억년으로 이루어진 대단히 오래된 암석으로 되어 있다. 한반도의 나이를 30억 살로 보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오래된 땅이기에 지진과 화산활동이 거의 없는 안전한 땅이다. 한편 곳곳에는 연령이 어린 화강암체가 있으니 1억 8천만 년의 위용을 자랑하는 설악산과 금강산이 있다. 또 4억 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시멘트 산업을 일으키게 한 석회암이 무진장 생겨나기도 했고, 3억 년 전에는 다량의 무연탄이 묻혀있는 지층이 쌓였다. 다만 석유의 복을 타고나지 못하였음이 아쉽다.
<정창희 교수 약력>
- 일본 북해도대학 이학박사
-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교수, 명예교수
- 영국 지질조사소 초빙교수
- 미국 지질조사소 초빙교수
- 대한지질학회 회장
-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 저서 / 지리학 개론, 지질학 외 다수
'해월의 강좌 (2) > 한국고대신화 찾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장 국호 [대한민국]의 뜻 (0) | 2018.05.23 |
---|---|
제4장 한국인은 누구인가? (0) | 2018.05.23 |
지구상의 男과 女, 그리고 사랑 (0) | 2018.05.18 |
제2장 지구사 (0) | 2018.05.18 |
제1장 한국신회를 알아야 하는 이유 (0) | 2018.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