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音樂)
배일동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음악은 만물의 감응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고전 악기(樂記)라는 책에 보면 성음에 관한 이야기를 악본(樂本) 맨 서두에 이렇게 말해 놓았다.
"대체로 음(音)이 일어나는 것은 인심에서 말미암아 생긴 것이며, 인심이 움직이는 것은 물(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인심이 물(物)에 감응하면 움직여서 소리(聲)로 형용되고, 소리가 서로 응하여 변화가 생긴다. 변화가 방(方)을 이룬 것을 음(音)이라 하고, 음을 배열하여 악기로 연주하여 간척우모(干戚羽旄)에 미치는 것을 악(樂)이라 한다.
凡音之起 由人心生也. 人心之動 物使之然也. 感於物而動故, 形於聲. 聲相應故生變, 變成方謂之音, 比音而樂之 及干戚羽旄謂之樂.
-역주 악기, 조남권 김종수 편역, 민속원 p21-
윗글에서 간척우모는 춤을 말한다. 간척은 무무(武舞)를 말하고, 우모는 문무(文舞)를 말한다. 그래서 음악이란 다양한 악기와 사람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것을 음악이라고 했던 것이다.
음(音)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람 마음이 어떠한 만물의 일로부터 영향받으면 마음이 움직여 사연이 있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것을 성(聲)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연 있는 소리들이 가사를 이루어 음악적인 음조를 이루면 비로소 음(音)이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 살면서 겪고 대하는 만사와 만물의 물경(物境)과 물정(物情)이다. 사람 마음의 움직임이 바로 그 물(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물(物)의 속 사정을 물리(物理)라 하고, 그 속 사정을 낱낱이 파헤쳐 가는 것을 격물(格物)이라고 했다. 그래서 물리를 깨치기 위해서 철저하게 격물하는 실천을 수행한 것이다. 물리와 격물은 만물의 이치를 증험해내려는 실천 작업이고 수행 과정인 것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안다고 한 것이다. 책을 통해서 많은 지식과 상식을 터득한 박학다식은 안다니 박사다. 그것은 알아도 제대로 안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말의 개념을 지을 때 단순한 추상성으로 지은 것이 아니다. 언어의 개념 속에는 바로 위에서 말한 대로 만물의 사정으로부터 비롯된 물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언어의 개념 속에 숨겨있는 이치를 알아내는 학문을 명명학(命名學)이라고 한다.
우리 국악에서는 성음(聲音)이란 말을 흔히 사용한다. 바로 윗글에서 말한 성(聲)과 음(音)을 말한다. 궁상각치우와 12율려의 음악적인 음이 비롯된 만물의 성(聲)을 알뜰하게 살펴야 음(音)이 제대로 펼쳐 나오기 때문에 성음을 한사코 말한 것이다. 단순하게 음악적인 재주만 연주하는 것은 안다니에 불과하다.
사람이 뭔가를 깨우친다는 것은 대충으로 안된 것 같다. 자신의 일을 수행함에 있어 요령과 가식으로 임하면 설혹 성공했더래도, 그것은 아름답게(美)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잘(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美不盡善). 옛사람들은 “속이 꽉 차서 충실한 것(充實之謂美)을 아름답다(美)”라고 했다. 이 아름다운 충실미를 잘 실천하고 수행하는 것을 선(善)이라고 했으며, 그 선이 진실됨을 진(真)이라고 했다. 예술의 극치미는 바로 이 진선미가 아닐까 싶다. 만물의 진선미를 격물하여 그것을 자신의 예술세계에 얹혀 실어 내는 예인이 참된 예인이다. 세태의 가벼운 물정을 건들어 유행 따라 가는 것은 진선미와는 거리가 멀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래도, 진선미(真善美)의 경지로 홀로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적어본다-
사진, 저 물이 바다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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