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주변 이야기

줄탁동시

채현병 2017. 11. 28. 21:37

줄탁동시(啐啄同時)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뜻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그 의미는 닭이 알을 깔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즉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쪼아댄다라는 뜻을 가진다.


  또한 불교에서는 ‘겁’이라는 시간을 통하여 인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하늘에서 100년마다 선녀가 목욕을 위해 폭포로 내려오는데, 목욕을 끝낸 뒤,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100리가 되는 커다란 바위에서 잠시 쉰다. 이때 선녀의 옷이 바위를 스치는 데, 옷깃이 스친 시간이 쌓여 바위가 닳고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1겁이라 한다. 이 1겁이 천 번 모였을 때 하나의 나라가 생겨나고, 2000겁에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며, 5000겁에 모여야 한 동네에 태어난다고 한다. 또한 부부의 인연은 7000겁이고, 형제와 자매는 9000겁이며 1만겁이 되었을 때 비로소 스승과 제자가 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부부의 인연보다 형제자매의 인연보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참으로 맺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스승’은 ‘제자’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부부와 형제처럼 피와 살이 아닌 다른 어떤가로 이어져야 하는 인연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인연은 일방적인 인연이 아니다. 상호 소통의 결과로서 맺어지고, 기억되는 관계일 것이다. 따라서 가장 소중하고 어려운 인연이 바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 여겨진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과 인연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참다운 사제 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임은 틀림없다.


                                                                  충청신문 2017.6. 12. 21면

                                                                  오피니언 칼럼 [월요아침에] 스승과 제자 중 일부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 亦步亦趨(역보역추) 남이 걸어가면 자기도 걸어가고 남이 뛰면 자기도 뜀. 제자가 스승이 하는 바를   배우는 것.

* 程門立雪(정문립설) 제자가 스승을 존경함을 일컫는 말.
<故事> 유초(游酢)와 양시(楊時)가 정이천(程伊川)을 처음 찾아갔을 때 이천은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서서 기다렸고, 이천이 이들에게 물러가라고 하였을 때에는 문 밖에 눈이 한 자나 쌓여 있었다 함.

* 敎學相長(교학상장) 남을 가르치는 일과 스승에게서 배우는 일이 서로 도와서 자기의 학업을 증진시킴.

* 靑出於藍(청출어람) 청출어람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의 준말. 푸른 색깔은 남색(쪽빛)에서 나온 색깔이지만, 남색보다 더 푸르다. (비교) 흔히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아짐을 일컫는 말.

* 後生角高(후생각고)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때 이르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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