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月의 뜨락

이상의 [오감도] 15편

채현병 2018. 4. 5. 11:54

오감도(시 제1-15호 전편) - 이상

 

 

오감도 시제1호 | 조선중앙일보 1934.7.24 이상


13人의아해兒孩가도로道路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適當하오.)

제第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4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5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6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7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8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9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0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1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兒孩는무서운아해兒孩와무서워하는아해兒孩와
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事情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中에1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운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2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운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2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워하는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1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워하는아해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適當하오.)


13人의아해兒孩가도로道路로질주疾走하지아니하여도좋소.

 

 

 

 

 

오감도 시제2호 | 조선중앙일보 1934.7.25 이상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 아버지가되느냐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오감도 시제3호 | 조선중앙일보 1934.7.25 이상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오감도 시제4호 | 조선중앙일보 1934.7.28 이상

 

환자患者의용태容態에관關한문제問題

진단謬斷 0:1

26.10.1931

이상以上 책임의사責任醫師 이 상李 箱

 

 

 

 

 

오감도 시제5호 | 조선중앙일보 1934.7.28 이상

 


전후좌우前後左右를재除하는유일唯一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翼殷不逝 목불대도目不大覩

반왜소형矮小形의신神의안전眼前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浸水된축사畜舍와구별區別될수있을는가.

 

 

 

 

 

오감도 시제6호 | 조선중앙일보 1934.7.31 이상

 


앵무鸚鵡 ※ 2필
                2필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2필을아아는것은내가2필을아알지못하는것이니라. 물론나는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小姐는시사이상李箱의부인이냐""그렇다"

나는거기서앵무가노한것을보았느니라. 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나는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하였느니라. 나의체구는중축中軸를상실하고또상당히창량하여그랬든지나는미미하게체읍涕泣하였느니라.

"저기가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너로구나"

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獸類처럼도망하였느니라. 물론그것을아아는사람혹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오감도 시제7호 | 조선중앙일보 1934.8.1 이상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一枝에피는현화顯花·특이特異한사월四月의화초花草·삼십륜三十輪·삼십륜三十輪에전후前後되는양측兩側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向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滿月·청간淸澗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滿身瘡痍의만월滿月이의형당刑當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地를관류貫流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僅僅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 한월아月芽·정밀靜謐을개엄蓋掩하는대기권大氣圈의요원遙遠·거대巨大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사월一年四月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星座와성좌星座의천열千裂된사호동死胡洞을포도逋逃하는거대巨大한풍설風雪·강매·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된암염岩鹽의분쇄粉碎나의뇌腦를피뢰침避雷針삼아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광채光彩임리한망해亡骸·나는탑배塔配하는독사毒蛇와같이지평地平에식수植樹되어다시는기동起動할수없었더라·천량天亮이올때까지

 

 

 

 

 

오감도 시제8호 해부解剖 | 조선중앙일보 1934.8.2 이상


제일부시험第一部試驗 수술대手術臺                       일一
                             수은도말평면경水銀塗抹平面鏡 일一
                             기압氣壓         이배二倍의평균기압
                             온도溫度         개무皆無

  위선마취爲先痲醉된정면正面으로부터입체立體와입체立體를위爲한입체立體가구비具備된전부全部를평면경平面鏡에영상映像시킴. 평면경平面鏡에수은水銀을현재現在와반대측면反對側面에도말이전塗沫移轉함. (광선침입방지光線侵入防止에주의注意하여)서서徐徐히마취痲醉를해독解毒함. 일축철필一軸鐵筆과 일장백지一張白紙를지급支給함.(시험담임인試驗擔任人은피시험인被試驗人과포옹抱擁함을절대기피絶對忌避할것)순차수술실順次手術室로부터피시험인被試驗人을해방解放함.익일翌日.평면경平面鏡의종축縱軸을통과通過하여평면경平面鏡을이편二片에절단切斷함. 수은도말이회水銀塗抹二回.
  ETC 아직그만족滿足한결과結果를수득收得치못하였음.


제이부시험第二部試驗 직립直立한평면경平面鏡 일一
                             조수助手 수명數名

  야외野外의진공眞空을선택選擇함. 위선마취爲先痲醉된상지上肢의첨단尖端을경면鏡面에부착附着시킴. 평면경平面鏡의수은水銀을박락剝落함. 평면경平面鏡을후퇴後退시킴.(이때영상映像된상지上肢는반드시초자硝子를무사통과無事通過하겠다는것으로가설假說함)상지上肢의종단終端까지. 다음수은도말水銀塗抹.(재래면在來面에)이순간공전瞬間公轉과자전自轉으로부터그진공眞空을강차降車시킴. 완전히이개二個의상지上肢를접수接受하기까지.익일翌日.초자硝字를전진前進시킴.연連하여수은주水銀柱를재래면在來面에도말塗抹함.(상지上肢의처분處分)[혹은멸형滅形]기타其他.수은도말면水銀塗抹面의변경變更과전진후퇴前進後退의중복重複등等.
  ETC 이하以下미상未詳

 

 

 

 

 

오감도 시제9호 총구銃口 | 조선중앙일보 1934.8.3 이상


매일每日같이열풍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恍惚한지문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消化器管에묵직한총신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銃口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배앝었더냐.

 

 

 

 

 

오감도 시제10호 나비 | 조선중앙일보 1934.8.3 이상


찢어진벽지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秘密한통화구通話口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鬚髥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通話口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아가리라.이런말이결決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오감도 시제11호 | 조선중앙일보 1934.8.4 이상


그사기컵은내骸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엿슬때 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接木처럼도치더니그팔에달린손은 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여부딧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死守하고잇스니散散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骸骨이다. 가지낫든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前에내팔이或움즉엿든들洪水를막은白紙는찌저젓으리라. 그러나내팔은如前히그사기컵을死守한다.

 

 

 

 

 

오감도 시제12호 | 조선중앙일보 1934.8.4 이상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空中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戰爭이끝나고평화平和가왔다는선전宣傳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不潔한전쟁戰爭이시작始作된다.공기空氣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오감도 시제13호 | 조선중앙일보 1934.8.7 이상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威脅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裝飾하여놓았다.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怯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니러한얇다란예의禮儀를화초분花草盆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오감도 시제14호 | 조선중앙일보 1934.8.7 이상


고성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니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안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율률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어지지않았다.

 

 

 

 

 

오감도 시제15호 | 조선중앙일보 1934.8.8 이상


1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

中이다.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덜고있다.거
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陰謨를하는중中
일까.

2

죄罪를품고식은침상寢床에서잤다.확실確實한내꿈에나는결
석缺席하였고의족義足을담은군용장화軍用長靴가내꿈의백
지白紙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室內로몰래들어간다.나를거울에서해
방解放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沈鬱한얼굴로동
시同時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未安한뜻을전傳한
다.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囹圄
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缺席한나의꿈.내위조僞造가등장登場하지않는내거
울.무능無能이라도좋은나의고독孤獨의갈망자渴望者다.나
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自殺을권유勸誘하기로결심決
心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視野도없는들창窓을가리키었다.
그들창窓은자살自殺만을위爲한들창窓이다.그러나내가자살
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
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不死鳥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心臟의위치位置를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엄
폐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券銃을발
사發射하였다.탄환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貫通하였으나
그의심장心臟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遲刻
한내꿈에서나는극형極形을받았다.
내꿈을지배支配하는자者는내가아니다.악수握手할수조차없
는두사람을봉쇄封鎖한거대巨大한죄罪가있다.

 

 

 

+

이상 (李箱, 1910~1937)

본명 김해경, 본관은 강릉

요절한 천재-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되던 오감도로 한국 난해시의 새역사를 쓰기 시작한 인물.

당시 "하융(河戎)"이란 가명으로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당시의 신문이미지에는 하융이라는 가명을 썼던 이상의 삽화와 오감도 제 7호가 함께 나와있다.

 

 

 

지난 2006년 10월..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렸던 작고문인 전시회에 출품되었던 이상의 친필문고

그의 문고는 원고지에 쓰여진 것이 없다고 한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갱지나 노트에 한글과 일어를 섞어 쓴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