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藍浦벼루
海月 채현병
사르륵 앉은 가루 조흔색條痕色 아니랄까
저절로 구름 일고 쇳소리 쟁쟁하다
결 따라 잘라 보세나 석허중石虛中이 될 거나
톡톡톡 파낸 확이 연지硯池가 아니랄까
두둥실 달이 뜨고 별빛이 반짝인다
평평히 밀어 보세나 서권기書卷氣가 들 거나
삭삭삭 가는 마음 명연名硯이 아니랄까
홀연히 부는 바람 연당硯塘을 감아 돈다
가만히 놓아 보세나 송유향松油香이 일 거나
붓 들어 쓰는 마음 문사文士가 아니랄까
찍어낸 붓끝마다 묵광墨光이 번쩍인다
묵화墨華로 피어난 세상 새아침을 여시리
* 藍浦벼루 : 충남 보령시 남포에서 생산되는 벼루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6호
* 條痕色 : 광물 표면을 긁어냈을 때 나오는 돌가루색.
銀砂와 金砂 까끄라기로 형성됨
* 石虛中 : 벼루의 별칭
* 書卷氣 :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이 쌓여 몸에서 느끼는 책의 기운
* 硯塘 : 벼루에 우묵히 파여 먹물이 고이는 곳
* 松油香 : 소나무 가지를 가열하여 받은 솔기름의 향
* 墨華 : 벼루나 화선지에 발산시킨 먹빛의 세계
* 시조사랑 제11호(한국시조협회 편) 213~4쪽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