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수상, 등단작

海月 채현병 선생님께 -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기리며/임혜화 -

채현병 2010. 2. 28. 01:44

 

 

 

 

 

 

             海月 채현병 선생님께     -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기리며 -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의 끝자락에서 얼음이 녹아 흐르는 봄소리가 정겹게 들려 옵니다. 며칠

후면, 따뜻한 봄볕따라 갓 피어나는 새싹처럼 반짝이는 어린이들과 새로운만남을 갖게 되겠지요.  그러나,그

설레임으로 가득한 자리에서 선생님의 모습을 뵈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서운하고 섭섭항 마음을 감출 수

가 없습니다.

 

  이른 아침마다 제일 먼저 학교에 오셔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시고, 연구실에 들려 따뜻한 찻물을 준비

하시고서 "커피 한 잔 하지?"하시며 다정한 미소를 주시던 선생님!

  '즐거운 생활' 수업시간에 한 템포 빠른 진도로 반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한번 와서 보라시며 저희들의 손

을 잡아 이끄시곤 "정말 잘 했지? 우리 반 녀석들이 이렇게 잘 해!" 하시며 껄껄 웃으시던 선생님!

  유난히 글씨가 예뻣던 2학년 4반 녀석들의 비결이 바로 선생님의 글씨체 때문이었다는 것을, 창문 너머로 보았던 선생님의 칠판글씨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저희 후배들에게 항상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우리 2학년 복도 창틀 선반마다 수조를 준비하시고 부레옥잠을 가꾸시며, 보라색 꽃이 활짝 필 때마다 가장

먼저 아시고 저희들을 부르시던 선생님!  교정에 피어 있는 여러가지 꽃을 사랑하시며 소중히 대하시던 선생님께선, 저희들의 눈길이 자연 속 푸른 생명에 한층 더 가까이 머무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떠나시는 지금에야 고마움을 전해드리는 저희들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희들이 교육현장에서 발생되는 고민을 털어 놓을 때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운을 북돋아 주시고, 철없는 투정에도 따스한 충고와 함께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저희들 마음 속에 자리매김하여, 앞으로 만나게 될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베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초여름, 직접 지으신 동시조를 예쁜 궁체로 손수 쓰신 합죽선을 주시며 "교사는 너무 차가워도,너무 뜨거워도 안된다. 항상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된다. 더운 여름에는 부채가 제격이야!"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합니다. 우리들이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어미새가 알을 품듯이 아이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따뜻함이 배어나와야 한다는 뜻으로 새겨 오래오래 간직하며 교직생활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 속에서 선생님의 조용한 가르침과 따뜻한 마음을 받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선생님께서 떠나신 빈 교실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채워 지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깊은 뜻은 우리의 교육현장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껏 해오신대로 인자한 웃음과 힘찬 활력소를 오래오래 간직하시며 저희 후배들을 지켜봐 주십시요. 언제나 한결같이 올곧은 성품으로 끝까지 열정적으로 뜻을 펼치셨던 선생님의 깊은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새로운 시작을 반기는 듯, 온 새상이 연둣빛 봄기운으로 가득해 집니다.

  교육자의 길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시인으로, 서예가로, 가객으로 높은 뜻을 길이길이 펼치시어 우리들의 따뜻한 봄빛으로 오래도록 밝게밝게 빛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2010. 02. 26

 

                                                                   수원 우만초등학교  후배교사  임혜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