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마루/시조학

우리네 선비들의 시조관

채현병 2011. 1. 16. 18:36

 

                우리네 선비들의 時調觀

 

 

* 시경(詩經) 大序(머릿말)

 

  詩라는 것은 뜻이 가는 바이니, 마음에 있으면 뜻이 되고 말로 나타내면 詩가 되는 것이다. 감정이 마음속에서 움직여서 말로 나타내는 것이니, 말이 부족한 까닭에 차탄하게 되는 것이고, 차탄해도 부족한 까닭에 길게 노래하게 되는 것이며, 길게 노래해도 부족하면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소리에 나타나게 되니, 소리가 文(節奏)을 이루는 것을 일러 音이라 하는 것이다. 治世의 音은 편안하여 즐거우니 그 정치가 화평한 까닭이요, 亂世의 音은 슬픔에 겨우면서도 생각이 찬 것이니 백성이 곤궁한 까닭이다. 그런고로 정치의 득실을 바로 잡고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을 감동시키는데 詩만큼 절실한 것이 없으며, 先王이 이로써 부부의 도리를 바로 잡고, 효도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이루어 주며, 인륜을 두텁게 하고, 민풍이 교화되어 가는 것을 아름답게 해나가고, 아름다운 풍속으로 옮겨가게 했던 것이다.

 

 

* 孔子의 藝術觀

 

  “道에 뜻을 두어 德을 근거로 하고 仁을 의거하여 禮에 노닌다.” 함으로써 모든 예술이 道德과 仁에 근거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詩에서 정감이 일어나고, 禮에서 행동을 바르게 하고, 樂에서 인격을 완성한다.” 함으로써, 樂을 이상의 실현을 위한 인격배양에 그 목표로 설정하였다.

 

 

 

* 선비들의 時調觀

 

  시조를 창작 향유함에 있어 허투로 하지 않았다. 시조를 “詩餘”라 하여 한시와 대등한 연장선상에서 향유했으며, 언제나 ‘詩經’의 시정신과 ‘禮記’의 樂記에 제시된 ‘樂’을 표준으로 삼는 등, 모두 時調 詩精神의 표준을 ‘예기’나 ‘시경’에 두고 있다. 이러한 歌樂觀은 시조를 엮는 각종 가집의 序文, 跋文에서 즐겨 인용된 규범이며, 사대부 층의 시조 창작이나 향유에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특히 시조를 新飜, 新調, 新聲 등으로 불러 ‘新’자를 붙인 것은 그 표준을 古樂에 두어 새로 지은 노래들을 古樂의 시 정신에 맞추려한 의도였다.

 

  따라서, 時調는 즐거워하면서도 넘치는 일이 없고(樂而不淫), 슬퍼하면서도 상심하는 빛이 없으며(哀而不傷), 원망으로 해소하더라도 노여워하는 빛을 띠지 않아야(怨而不怒)하는 樂의 道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제와 극기의 양식인 시조의 형식적인 규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모범으로 삼았다. 그런 까닭으로 退溪, 栗谷, 孤山 등과 같이 대부분의 사대부 층은 아무리 많은 시조를 지어 나가더라도 단 한 번도 시조의 정제된 형식적 틀을 깨뜨리거나, 규범을 일탈하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樂의 道를 본받아 함께 시조를 향유하는 서민 가객 층(金天澤 ;73수 시조 남김, 金聖기 ;8수 시조 남김)이나 기녀 층에서도 규범 일탈의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

 

 

- 靑丘永言 序文 : <詩餘>

“歌와 더불어 詩는 진실로 한가지 道(歌興詩固一道也)”라고 했듯이, <詩歌一道> 의 관념은 양자의 관계가 대등함을 말해 주고 있는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 退溪 : ‘翰林別曲’같은 류의 노래를 방탕하고 거만하여 희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군자 가 숭상할 것이 못 된다 하고, ‘藏六堂六歌’를 세상을 희롱하는 공손치 못한 뜻이 있어 온유돈후한 내실이 적다고 評함.

<陶山十二曲>을 노래함.

- 栗谷 : “精言玅選” 序에서 시를 짓되 性情의 바른 데에 근본을 두지 못하고 文飾을 빌려 남의 눈을 즐겁게 하는 데 힘쓰는 태도를 배격함.

<高山九曲歌>를 노래함.

- 茶山 : 인간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도 음악으로 性情의 中和가 되도록 비범한 노력을 해야 하므로 禮樂이 잠시도 내 몸을 떠나서는 안 된다 함.

 

 

** 김학성 교수 논문 <시조의 시학적 기반에 관한 연구>에서 발췌(海月 채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