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_묵란(墨蘭)의 꽃 표현 방법
김성우의 그림여행 http://blog.naver.com/sagerain/100123128971
막설무인채 莫說無人采 캐는 사람 없다고 말하지 말고
비관이불향 非關爾不香 너의 향기 없음에 괘념하지 말아라
요장일고악 聊將一孤萼 장차 외로운 꽃 한송이가
함소답춘광 含笑答春光 환한 웃음으로 봄빛에 답하리니
왕사신, 이선, 김농, 황신, 고상, 이방응, 정판교와 함께 중국 청대 양주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양주팔괴(楊州八怪)의 한사람인 나빙(羅聘)의 죽란도(竹蘭圖) 제화시 중 일부입니다. 빈골짜기에 핀 향기 나지 않는 유란(幽蘭)을 빗대어 난(蘭)의 곧은 절개와 맑은 정신을 찬양한 이 시(詩)는 어쩌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자신을 상징한 것일런지 모릅니다.
묵란(墨蘭) 꽃 표현법
난꽃은 잎을 그릴 때와는 전혀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난잎에서는 반듯한 직선과 유려한 곡선의 조형적 혼합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꽃은 농담(濃淡)의 차이를 이용하여 담묵(淡墨)의 맑고 연한 색감을 이끌어내는 섬세하면서도 기교적인 면이 돋보이는 과정입니다.
난꽃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위와 같이 활짝 펼쳐진 꽃잎 그리는 순서를 권합니다. 꽃잎을 그릴 때는 가운데 두 잎을 먼저 그리고, 가장자리 꽃잎을 위, 좌, 우 순서대로 그립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꽃잎의 중심은 꽃받침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 밖에서부터 안쪽 중심(꽃받침)으로 획을 긋습니다.
그러나 꽃잎의 모양이 쉽게 그려지지 않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난꽃의 기본 형태를 익혔다하더라도 각 방향에 따른 획 연습이 필요하므로 위와 같이 위, 아래, 좌, 우 방향의 꽃잎을 다양하게 연습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꽃잎 사이에 찍힌 점은 꽃술을 표현한 것으로 난꽃에 꽃술을 그리는 방법을 점심법(點心法)이라 합니다. 이는 꽃술이 마음의 눈과 같다 하여 심점(心點)이라 불리기 때문이며, 꽃입을 감싸듯이 농묵으로 점을 찍어 그려 넣습니다. 서예 초서체 산(山)자, 소(小)자, 심(心)자 형태와도 유사합니다.
난꽃은 피어있는 정도, 꽃의 방향, 외부 환경의 영향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언앙, 반정, 함방 등은 꽃의 방향과 관련된 명칭입니다. 아래 또는 위를 향해 있는 형태를 언앙(偃仰), 앞 또는 뒤로 향한 형태를 반정(反正), 꽃봉오리가 활짝 핀 상태를 함방(含放)이라 부르며, 두 꽃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을 상향(相向)이고 부릅니다. 또한 바람(風), 비(雨), 이슬(露), 갬(晴) 등 기상에 따라 달리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꽃의 핀 정도에 따라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 상태인 미개(未開)와 봉오리가 점차 벌어지는 장개(將開), 꽃입이 벌어지는 정도에 따라 초개(初開), 반개(半開), 전개(全開) 등으로 구분합니다. 아래의 그림은 미개(좌측), 장개(가운데), 초개에서부터 전개(우측)를 표현한 것입니다.
흔히 묵란은 그리는 방식에 따라 혜란(蕙蘭), 춘란(春蘭), 건란(建蘭) 등으로 구분합니다. 보통, 난(蘭)과 혜(蕙)의 구별은 한 줄기에 한 송이 꽃이 봄에 피는 것을 난(蘭)이라 하고, 한 줄기에 여러 송이의 꽃이 가을에 피는 것이 혜(蕙)로 구분하는데, 혜란(蕙蘭)은 한 줄기에 여러 송이의 꽃이 봄에 피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구절란(九節蘭), 또는 흥란(興蘭)으로도 불립니다.
초란(草蘭)이라고도 불리는 춘란은 은밀한 계곡에서 핀다하여 유란(幽蘭), 한 줄기에 꽃 하나만 핀다하여 독두란(獨頭蘭) 등으로도 불리지만 한 줄기에 두 송이가 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란(建蘭)은 민란(閩蘭), 준하란(駿河蘭), 웅란(雄蘭)이라고도 하는데, 중국 건양(建陽) 지방에 많았기에 건란이라 불립니다.
위의 그림은 화포(花苞)에 싸인 춘란(좌측)과 혜란 꽃대(花莖)(우측)을 표현한 것입니다. 혜란의 꽃대는 위가 가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굵어지는 특성이 있으며, 수직으로 뻣뻣하게 그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휘어지게 굴절하며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줄기 위에서 피는 난꽃이 아래보다 늦게 피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에 맞춰 개화상태를 표현하면 될 것입니다.
혜란 꽃을 그릴 때는 꽃받침을 향해 꽃잎을 그리고, 꽃이 직접 달리는 꽃자루(花柄)와 그 줄기인 꽃대(花莖) 순으로 그립니다. 물론 꽃대가 그려진 이후 다시금 주변의 꽃과 꽃자루를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농묵으로 꽃술을 찍으면 완성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꽃 피는 정도에 따른 표현도 연습해 두면 좋습니다. 특히 꽃의 핀 정도와 방향 등에 유의하여 그려야 하며, 되도록 같은 방향을 피하고 불규칙적으로 자유롭게 그리도록 합니다.
또한 줄기의 여러 기울기에 맞춰 다양한 난꽃을 연습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난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리는 이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는데, 꽃잎의 길이와 굵기, 농담 정도와 붓의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한 난꽃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노근란(露根蘭)은 뿌리가 드러난 난을 말하는 것으로, 중국 송나라가 망한 직후 난세의 정신을 표현한 정사초((鄭思肖, 1241~1318)와 관련있습니다. 유교를 숭상하던 남송이 원나라에 의해 멸망했던 당시에 유학자였지만 원나라 벼슬길을 포기하고 쑤저우(蘇州) 지방에 은거하며, 송나라 왕가의 성(姓)인 조(趙)에서 초(肖)를 취해 이름을 사초(思肖)라고 고칠 정도로 송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굽히지 않았던 인물이 바로 정사초입니다.
그가 그린 뿌리가 드러난 묵란은 뿌리 내릴 흙(조국)이 없다는 망국의 한을 표현한 것으로 그 이전까지 유교의 이상적 인격을 대표하던 난초의 상징성은 정사초 이후 충의와 절개의 의미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난초의 뿌리를 그릴 때는 물기가 마른 붓을 사용하여 천천히 운필하며 그려야 메마른듯 부드러운 뿌리의 질감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뿌리 중간에 가지가 없기에 한 곳에서 꼬이듯 굽어져 여러 갈래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 다음은 묵란의 다양한 혼합표현 예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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