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병의 시조 평
ㆍ작성자 | 검정삿갓 |
ㆍ작성일 | 2012/04/20 (금) 23:53 |
ㆍ분 류 | 시조 |
海月채현병 시조를 평하기 앞서 붙이는 글
시조에 입문한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쓰레기더미에서 찾은 시조라곤 自耕 전선구의「범종」하나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海月채현병의 시조세계」에서 시조를 발견하였으니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도 헛일은 아닌 것 같다.
나름 내용에 의한 분류에 대해 생각하였으나 깊게 연구한 적은 없다. 언뜻 생각나는 것을 나열해 본다.
A
당사자나 이해관계자가 풀 수 있는 것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 이방원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 유응부
B
깊은 맛이 있는 것. 음풍농월.
동짓달 기나 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 황진이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송순
직설적으로 말하니 않은 것.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 이직
굼벙이 매암이 되어 나래 돋쳐 날아올라 / 작자미상
나무도 병이 드니 정자라도 쉴 이 없다 / 정철
C
직설적으로 말한 것(시조라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 정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 정철
<海月채현병의 시조 평>
새싹도 낭창낭창 가지도 낭창낭창
마음도 낭창낭창 세월도 낭창낭창
이 세상 삼라만상이 낭창낭창 하여라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이병기가「부르는 시조」에서「읽는 시조」「쓰는 시조」를 쓰자고 주창하였다. 그가 시조나 시의 본질을 간과하고「부르는 시조」를 업신여긴 결과 본디 짧은 것이 잡다한 산문으로 치닫게 되었다. 무릇 시조도 시도 음악성이 있어야 한다. 명시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음악성이 있다. 시와 음악성은 불가분이다. 음악성이 있다는 것은 곧 작품성이나 시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 시조를 접하니 내용에 의한 분류에「노랫가락이 절로 나오는 것」을 추가하여야 할 것 같다.
빈 배로 놓은 다리 내 안에 숨겨두고
선교장 들어서니 천하에 명당이라
삼백년 다 지내고도 새집인 듯 하여라
종장이 참으로 탐난다.
당나라 초기 싯귀가 탐나서 조카뻘 되는'유희이‘를 살해하고 싯귀를 뺏은'송지문’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그러나 종장은 보석인데 초장, 중장이 돌인 격이라 상당히 아쉽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구절마다 모두 좋으려 들것도 없다. 어느 한 부분이 특출 나게 뛰어나면 다른 부분이 혹 부족하더라도 괜찮다」하였으나, 시조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 시조는 일목요연한 문장이어야 하기에 평점으로 다루지 않는다. 시조는 3장의 수준이 고루어야 한다.
초장, 중장을 종장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다면 명 시조라 명명해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범종(梵鐘) / 자경 전선구
인업(因業)이 무거우면 너만큼 무거우랴
번뇌(煩惱)를 태워 녹여 쇠북으로 태어나도
더 씻을 정한(情恨)이 남아 그리 깊게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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