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강좌 (2)/해월의 한글서예 강좌

궁체 생성기의 언문교지와 문화

채현병 2019. 4. 12. 20:38

2.1.3. 궁체 생성기의 언문교지(諺文敎旨)

 

중전이 임금에게 올린 첫 번째 언문 기록문

세조 4, 좌승지와 우부승지를 불러 김분, 김인 등의 옥사(獄辭)에 대하여 그 죄가 무거워 죽여야 한다고 할 때에 정희왕후가 세조에게 언문으로 아뢴 글이다. 세조는 이 글을 받고 바로 정원에 내려 보내어 특별히 사형을 면하게 하였다.

 

근래에 사람들 가운데 사죄에 연좌된 자가 많았는데, 김분 등이 범한 죄도 진실 로 같은 유에 해당한다면 성상께서 모름지기 극형에 처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다면 청컨대 먼 곳으로 유배하여서 살길을 구해주소서.”

 

성종 61, 명나라 헌종은 의경세자를 회간왕(懷簡王)으로 추존한다는 고명을 내렸다. 이에 인수왕대비는 회간왕의 부묘(祔廟) 절차를 원상들이 의논토록 하라는 의지(懿旨)를 내리고, 조정의 의논을 상고하여 아뢰도록 하였다.

 

회간왕을 부묘하는 의논의 가부가 한결같지 아니하다...(중략)...종묘와 문소전에 이제 방을 더하려고 하나 조종의 신주를 가실(假室)에 이안(移安)하기도 또한 편안 하지 못하니, 이런 일을 어떻게 적중하게 처리하면 좋겠는가.”

 

대왕대비 정희왕후의 명으로 중궁을 폐하는 문제를 논하게 되었다. 대신들이 빈청에 당도했을 때, 중관 문중선(文仲善)이 언문 한 장을 꺼내어 의지를 선시(選試)하였다.

 

세상에 오래 살게 되면 보지 못할 일이 많다. 이달 20일에...(중략)...종묘와 사직 에 관계됨이 있기 때문에 경들을 널리 불러 의논하는 바이다. 내가 당초에 사람을 분명하게 알아보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중궁이 이미 국모가 되었고 또한 왕자가 있는데, 장차 어떻게 처리할까.”

 

인수왕대비가 정희왕후의 빈전에 향을 올리며 제문(祭文)으로 올린 언서(諺書).

 

! 거룩하신 우리 성후께서는 곤원(坤元)을 짝할 만하셨고, 공은 도산씨(塗山氏) 보다 높고, 덕은 강원(姜嫄)에 비할 만 합니다. 음교(陰敎)를 크게 밝혀서...(중략)...

! 슬프다. 하늘은 참으로 믿기 어렵습니다...(중략)...공손히 변변치 않은 제물을 드리고 애오라지 슬픈 생각을 붙이니, 저의 슬픔을 살피시고 도우시기 바라옵니다.“

 

성종이 승하하였을 때, 인수왕대비가 행장수찬(行狀修撰)에서 내린 언서(諺書).

 

대행왕께서 정희, 인수, 인혜 등 삼전을 받들기를 극진히...(중략)...대비께서 적적 하실 것을 생각하여 특별한 잔치를 여러번 올리시고...(중략)...왕후께서 매양 상감을 뵈면 병환이 문득 뜸하셨으니 어찌 지극한 효성에 감동된 바가 아니겠는가. 처음부 터 끝까지 한결같이 수라상을 칭히 보살피기를 폐하지 아니하였으며, 늙은 부모가 있는 재상에게는 매양 음식물을 내리셨다.”

 

2.1.4. 궁체 생성기의 문화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 반포한 후부터 성종 말기까지는 5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음(正音)을 통한 문화 활동이 매우 활발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상춘곡(賞春曲), 두시언해, 남명집언해, 황산곡집언해, 악학궤범 등 많은 글들이 지어지고 씌어졌다. 또한 많은 논쟁이 오고 간 시기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막 생성된 궁체의 틀이 단단하게 다져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