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오늘의 시조

오늘의 시조 (9월 - 2)

채현병 2020. 9. 8. 21:10

海月 채현병 2020. 9. 8.  21:07

삼년이 짧다하나 千日을 넘기는데
千日間 붉게 타니 이 무슨 조화인가
행여나 千一夜話를 모두 듣고 가려나

 

* 千日紅

 

 

海月 채현병 2020. 9. 10.  09:07

정현수 도예전(陶藝展)

지난해 여름인가 붉게도 피어난 날
불가마 고온 속에 온몸을 내던졌지
한쪽 팔 떼어내고도 또 바치려 했었지

지난해 가을인가 약속을 깨뜨린 날
풍화토(風化土) 그 안에서 잡티를 골라냈지
괜찮아 괜찮아하며 이 마음을 달랬지

그것이 애상(哀傷)인가 빚고 또 빚었던 날
지나온 궤적 속에 상흔(傷痕)을 묻어뒀지
그것이 돌올(突兀)이 솟아 불태울 줄 몰랐지

용광로 그 안인가 미움이 용해(溶解)된 날
이 생명 불어넣고 영원을 빌었었지
융용(融溶)도 융합(融合)인 것을 그땐 정말 몰랐지


*2020 정현수 도예가님의 ‘마음을 담다’ 展에서

 

 

海月 채현병 2020. 9. 10.  13:58

물풀도 물풀나름 인사동 물풀들은
오가는 시선쯤은 저만치 밀어두고
초가을 벌건 대낮에 물확속에 드느니

* 인사동 물풀

 

 

海月 채현병 2020. 9. 10.  20:01

雪山의 왕자인가 늠름한 저 모습은
靑松을 밀어내며 부릅뜬 노란 눈은
이 강산 山川草木을 모두 떨게 하느니

* 차선미 白虎圖

 

 

海月 채현병 2020. 9. 11.  17:11

나는야 산골촌놈 외로운 산골촌놈
어쩌다 이사와서 도심에 산다마는
천성이 촌놈이라서 반쯤 숨어 산다오

* 산머루

 

 

海月 채현병 2020. 9. 11.  22:25

鳳凰을 보셨나요 꿈에라도 보셨나요
아직도 못 보신 분 여기로 와 보세요
이곳에 봉황 한 쌍이 자리잡고 있어요

* 鳳凰을 보셨나요

 

 

海月 채현병 2020. 9. 13.  06:43

갈빛이 무르익어 거울에 내비치니
內訓이 무색하고 字色이 화려하다
품격이 저리 높으니 훨훨 난들 어떠리

* 갈빛 선생의 書

 

 

海月 채현병 2020. 9. 14.  22:55

맛까지 달달하니 바늘침 어떠하며
속까지 새하야니 붉은들 어떠하랴
根本을 잊지 않고서 한평생을 사느니

* 밤(栗)

 

 

海月 채현병 2020. 9. 15.  11:36

하늘이 높아지니 탱탱히 차오르고
추석이 다가오니 볼까지 붉어진다
부모님 계옵신 데도 두루 익고 있겠지

* 대추알

 

 

海月 채현병 2020. 9. 15.  16:12

해맑은 햇살들이 꽃잎을 피워내도
무성한 연잎아래 그늘진 인생이다
오로지 이름 석자로 下流를 노래한다

* 물옥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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