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神話)를 들으며
채 현 병
지구사 갈피에서 짐작도 못한 세월
섭리를 뒤로하고 문명을 들이미니
검은 손 내저어가며 뒷걸음질 쳤었지
억겁이 지나도록 공고히 굳어진 땅
그래서 듣지 못해 그래서 보지 못해
미륵님 깊은 속내를 알아챌 수 없었지
어쩌다 잡은 형상 역광의 세계인가
셔터를 눌러 봐도 빛으로 굴절되어
신화로 드러낸 얼을 게시할 수 없었지
그래도 모진 세월 기나긴 그 세월이
허망치 않은 게야 헛되지 않은 게야
이참에 성곡(省谷)에 들어 가둬둘 수 있었지.
* 성곡(省谷) : 성곡미술관.
* 시조문학 제231호(여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