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시조

신화를 들으며

채현병 2024. 11. 30. 10:36

신화(神話)를 들으며

                                                                           채 현 병

 

지구사 갈피에서 짐작도 못한 세월

섭리를 뒤로하고 문명을 들이미니

검은 손 내저어가며 뒷걸음질 쳤었지

 

억겁이 지나도록 공고히 굳어진 땅

그래서 듣지 못해 그래서 보지 못해

미륵님 깊은 속내를 알아챌 수 없었지

 

어쩌다 잡은 형상 역광의 세계인가

셔터를 눌러 봐도 빛으로 굴절되어

신화로 드러낸 얼을 게시할 수 없었지

 

그래도 모진 세월 기나긴 그 세월이

허망치 않은 게야 헛되지 않은 게야

이참에 성곡(省谷)에 들어 가둬둘 수 있었지.

 

* 성곡(省谷) : 성곡미술관.

 

* 시조문학 제231호(여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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