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마루/현대시조

2010 중앙시조대상 수상작 / 오승철 시인의 "셔?"

채현병 2010. 12. 16. 11:42

 

                    제29회 중앙시조대상의 수상작

             - 오승철 시인(53,제주)의  "셔?" -

 

 

                     "셔?"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수상 소감> 

  오름은 과거 폭발한 적이 있는 화산이다. 내부의 고통을 분출한

적이 있는 오름에 올라 삼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금까

지의 틀을 깬 새로운 시, 제주도의 좁은 한계에서 벗어난 시를 쓰

고 싶었다.

  "셔?"는 바람 거세 먹고 살기 힘든 제주에서 빨리 묻고 가던 길을

신속하게 가려다 보니 말이 점점 줄어든 말로써 억양과 발음의 세

기는 '본 시조'에서와 같이 세가지 용법으로 사용된다.

 

<약력>

  1957년 제주위미 출생.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개닦이>,<누구라 종일 홀리나>,<사고싶은 노을>

  한국시조작품상,이호우시조문학상,유심작품상 등 수상

  현 제주특별자치도청 근무

 

<심사평>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인 오승철의 "셔?"는 시적 발상이 독특할 뿐

만 아니라 완성도 역시 대단히 높은 작품이다. 단순히 존칭 보조어

간 하나로 제주도라는 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아주 잘 살려냈다.또

한, 이 작품은 시인의 오랜 시력과 자기 갱신 의지가 일궈 낸 빛나

는 성취이자 시조문학의 값진 수확이다.

  본심 심사 : 시조시인 유재영 박기섭씨,평론가 장경렬씨

 

* 중앙시조대상 : 등단 15년 이상 된 기성시인들이 2010 한 해동안

                            발표한 시조 중에 최고의 한 편을 가려 주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