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비평(2010,겨울호)
제68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ㅡ정연기 시인의 <백담사에서 외 4편>-
<당선작>
백담사에서
금강산 남쪽 기슭 단장한 산사 한 채
앞쪽은 명경지수 뒤에는 송림병풍
만해의 얼이 스며서 우뚝 솟은 큰 가람
보릿고개
한 고개 넘고 나면 못 넘을 보릿고개
주린 배 등에 업고 벗삼던 초근목피
등 푸른 보리밭 보니 눈시울이 젖는다
포용
분노의 활화산을 가슴에 묻어두고
배신의 그림자를 인내로 버티면서
가슴에 그린 수평선 상생의 길 찾는다
아미새
아미새 알고 싶어 노래를 듣노라면
그리움 연기되어 생각은 오리무중
마음은 날갯짓하며 구름 속을 날은다
안중근 장군
일제의 한일 합방 민족의 통한이라
허얼빈 불을 뿜어 애국의 꽃 피워내니
한민족 우러른 별빛 마음 깊이 새긴 혼
<심사 소감>
현대시조는 언어를 축약하고 응축함으로써 새로운 언어를 잉태하는
창조의 또 다른 문학양식이다.
정연기 님이 응모한 작품들은 모두가 단형시조인데 대체로 고른 수준
을 유지하고 있어 안도감을 갖게 한다. 응모시조 중 <백담사에서>를 비
롯한 <보릿고개><포용><아미새><안중근 장군>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백담사에서>와 <안중근 장군>에서는 선조의 얼을 되새기는 역사의식
을, <보릿고개>에서는 궁핍했던 시대상을 읽게 한다. <포용>에서는 더
불어 살기위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현대인의 진지성을 엿볼 수 있어
미더움을 더해준다.
정연기 님은 시조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단형시조야말로 고도의 응축
기능과 상징기법이 요구됨을 상기하여, 언어의 조탁과 연마에 더욱 정진
하여 대성하시기 바란다.
* 선고위원 : 남진원
* 심사위원 : 전원범, 오승희
<당선 소감>
당선소식을 받던 날은 이삿짐을 한창 옮기던 중이었습니다. 새 집으로
가면 보다 알찬 삶이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즈음 당선
소식을 듣고 벌써 전주곡이 울리는가 싶어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껄껄
웃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릴 때 가친께서 밥풀로 봉투를 붙이고 몇 알 남기는 걸 보시고는"글
하는 사람은 매사를 정확히 자로 잰듯 하여야 한다. 한 톨의 쌀이 되기까
지는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이 거쳐야 하는지 아느냐?"고 하문하시던 말
씀이 떠오릅니다.......................................................................
그동안 무지한 사람을 깨우쳐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가족 친지 문우들
에게 고마움과 기쁜 마음을 전하고 다시 한번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
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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