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짱뚱어
<장원> 양해열
들끓는 갯벌 위를 눈불 켠 물뱀이 뛰다
호미에 찍힌 손가락이 한조금 바닥에 튀다
하현달 칼날에 잘린 뭇 혀가 하늘 날다
저것은 허파가 있고
날개달린
뻘밭의 단소(短簫)
진창에 쳐박힐수록
눈알 불거져 퍼덕퍼덕,
입 마른
죽창을 깨워
검푸른 낯밫 세운다
<장원약력>
전남 순천 출생
순천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
수수꽃다리,그 여자
<차상> 곽남희
사향 냄새 풍긴다고
눈 박에 난 젊은 새댁
마당가 수수꽃다리
눈물 한 줌 받아먹고
사월을 다 집어 삼킨
뜨락이 아찔하다
수수꽃다리 : "미스킴 라일락"이라 불리는 자생식물
(수수꽃다리 : 한국 고유의 자생 라일락을 미국인들이 개량하여
"미스 킴 라일락"이라 부르는 꽃)
책속의 길
<차하> 장옥경
가파른 골목길을 더듬더듬 걸어가는
실개천을 건너서 엉겅퀴 숲을 지나
낙뢰의 서늘한 불기둥
만나기도 하는 곳
백옥의 흰 살결 날카롭게 각진 서슬
잘 벼린 칼 끝에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온전히 자신을 바쳐
순금의 밭 일군다
연꽃의 미소처럼 정갈한 발자국
두터운 침묵 속에 내리치는 죽비소리
가슴속 둥근 파문되어
음표로 튀어 오르고
때로는 가슴 아픈 사랑을 노래하고
칠흑 같은 밤바다 깜박이는 불빛 되어
화들짝 깨어 일어난다
볓꽃 되어 박힌다
중앙시조 백일장 2011,5,31. 중앙일보
< 이 달의 심사평>
펄 속 펄쩍펄쩍 뛰는 짱뚱어처럼,
살아있는 저 언어들...
신록의 초록불이 우지끈, 들고 일어나서 총궐기를 하는 오월. 오월처럼 시퍼렇게 살아서 펄펄 뛰는 작품은 없을까. 이런 기대에 부응해준 양해열씨의 ‘순천만 짱뚱어’를 이 달의 장원으로 들어올렸다. 비유가 신선할 뿐만 아니라 펄 속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짱뚱어처럼 언어감각이 살아 있다. 첫째 수 3장을 모두 하나의 문장으로 완결하고 ‘다’로 압운을 맞춘 것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차상은 곽남희씨의 ‘수수꽃다리, 그 여자’다. 가락이 안정됐고, ‘사향 냄새’ 때문에 ‘눈 밖에 난 젊은 새댁’을 수수꽃다리와 연결시키는 상상력이 남다르다. “사월을 다 집어삼킨” 수수꽃다리의 서럽고도 눈물겹게 환한 향기가 그 무슨 밀물처럼 ‘아찔하게’ 밀려온다.
차하 ‘책 속의 길’(장옥경)은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갖가지 상황을, ‘낙뢰의 서늘한 불기둥’ 같은 돌올한 비유로 포착한 작품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상투적 표현을 극복하고, 시적 밀도를 높여나가는 일이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번 달에는 박정분·김갑주·김연희·강송화씨 등 새로운 응모자들의 만만찮은 작품이 적지 않았다.
심사위원=이종문·강현덕(집필 이종문)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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