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준치 할아범 강송화
모하비 넓은 사막 모로 뛰고 에돌아서
제 맘대로 뒹굴다가 가는 뿌리 내린 나무
숭례문 코언저리에 건어물점 차렸다
살피꽃밭 갓돌 위에 쥐포 몇 개 얹어 놓고
진짜배기 명품 굴비 한 봉지가 단돈 천 원
때 절은 차림표 들고 준치 영감 졸고 있다
팔도에서 모인 동전 오늘 사는 이야기들
다비 든 국보보다 내가 낫다 뽐을 내며
어물전 장마 도깨비 강여울을 건너간다
<차상>
쉼표 김미진
황금 나락 순산하고 수더분히 누운 빈 들
갈 길 다 달린 이의 푼푼한 미소 번진다
다음 번 잉태를 기다려 동안거에 드는가
가래 떡 같은 긴 잠을 배부르게 맛보며
하얀 눈 모피 입고 망각 속에 살이 찐다
모내는 봄 들판에게 온 몸 활짝 내주려고
숨비소리 쉼표 모아 빚어진 온쉼표를
바로 지금 찍는다, 마침표로 오인 말고
목 타는 저 숨결 살리는 사막 위에 마중물로
<차하>
고향 최근수
잡목 우거진 숲속 호롱불 초가 몇 채
달님 별님 머리 꽂아 혈맥 곧은 청송골짝
새소리 이슬로 굴려 새벽 밝힌 초록 하늘.
아침 놀 당겨 올려 불붙은 앞산 뒷산
쏟아내는 햇살들 옥빛으로 눈을 뜨면
해맑은 산새 몇 마리 수다 떠는 토담길.
동구 밖 덤불 사이 반나절을 벗어나면
시오리길 소달구지 하루 해 기울 무렵
누렁이 우렁찬 기척 워낭소리 날 부른다.
세상의 한 가운데 서녘 별빛 포근한 밤
천만세 피운 행복 별별 웃음 가득찬 방
풀어낸 소원 하나씩 주고받는 고향집.
[이달의 심사평]
지난봄에 뿌린 것 죄다 거두어 들여야 할 시점에, 잘 익은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 달에는 시조 정형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이 많았다.
강송화씨의 ‘준치 할아범’을 장원으로 올린다. 이 시대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을 아프게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한 소시민의 삶을 포착했다. 서정 자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안정된 가락의 뒷받침을 받으면서 차분하게 직조됐을 뿐만 아니라, ‘썩어도 준치’ ‘장마 도깨비 여울물 건너가는 소리’ 등의 정겨운 속담이 시상과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차상은 김미진씨의 ‘쉼표’다. 수확이 끝난 뒤 동안거 상태에 든 겨울 들판을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읽어내는 건강한 사유가 미쁘다. 상투적인 표현과 어색한 비유를 걷어내고, 가락을 좀 더 육화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수씨의 차하 ‘고향’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속적인 풍경 속에 담아 놓은 그림이다. 보다 세련되고 압축된 표현으로 시적 밀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 같다. 서재철·이종현·김숙향씨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심사위원=정수자·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장원 강송화
준치 할아범 강송화
모하비 넓은 사막 모로 뛰고 에돌아서
제 맘대로 뒹굴다가 가는 뿌리 내린 나무
숭례문 코언저리에 건어물점 차렸다
살피꽃밭 갓돌 위에 쥐포 몇 개 얹어 놓고
진짜배기 명품 굴비 한 봉지가 단돈 천 원
때 절은 차림표 들고 준치 영감 졸고 있다
팔도에서 모인 동전 오늘 사는 이야기들
다비 든 국보보다 내가 낫다 뽐을 내며
어물전 장마 도깨비 강여울을 건너간다
<차상>
쉼표 김미진
황금 나락 순산하고 수더분히 누운 빈 들
갈 길 다 달린 이의 푼푼한 미소 번진다
다음 번 잉태를 기다려 동안거에 드는가
가래 떡 같은 긴 잠을 배부르게 맛보며
하얀 눈 모피 입고 망각 속에 살이 찐다
모내는 봄 들판에게 온 몸 활짝 내주려고
숨비소리 쉼표 모아 빚어진 온쉼표를
바로 지금 찍는다, 마침표로 오인 말고
목 타는 저 숨결 살리는 사막 위에 마중물로
<차하>
고향 최근수
잡목 우거진 숲속 호롱불 초가 몇 채
달님 별님 머리 꽂아 혈맥 곧은 청송골짝
새소리 이슬로 굴려 새벽 밝힌 초록 하늘.
아침 놀 당겨 올려 불붙은 앞산 뒷산
쏟아내는 햇살들 옥빛으로 눈을 뜨면
해맑은 산새 몇 마리 수다 떠는 토담길.
동구 밖 덤불 사이 반나절을 벗어나면
시오리길 소달구지 하루 해 기울 무렵
누렁이 우렁찬 기척 워낭소리 날 부른다.
세상의 한 가운데 서녘 별빛 포근한 밤
천만세 피운 행복 별별 웃음 가득찬 방
풀어낸 소원 하나씩 주고받는 고향집.
[이달의 심사평]
정겨운 속담과 시상의 어울림
지난봄에 뿌린 것 죄다 거두어 들여야 할 시점에, 잘 익은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 달에는 시조 정형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이 많았다.
강송화씨의 ‘준치 할아범’을 장원으로 올린다. 이 시대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을 아프게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한 소시민의 삶을 포착했다. 서정 자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안정된 가락의 뒷받침을 받으면서 차분하게 직조됐을 뿐만 아니라, ‘썩어도 준치’ ‘장마 도깨비 여울물 건너가는 소리’ 등의 정겨운 속담이 시상과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차상은 김미진씨의 ‘쉼표’다. 수확이 끝난 뒤 동안거 상태에 든 겨울 들판을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읽어내는 건강한 사유가 미쁘다. 상투적인 표현과 어색한 비유를 걷어내고, 가락을 좀 더 육화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수씨의 차하 ‘고향’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속적인 풍경 속에 담아 놓은 그림이다. 보다 세련되고 압축된 표현으로 시적 밀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 같다. 서재철·이종현·김숙향씨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1964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마이애미 상공회의소 이사와 한국일보 플로리다 주재 기자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