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린 백수 정완영 대시인의 시조
조국(祖國)
-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고등 국어-
배밭 머리
배밭 머리 무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그 소리 배밭에 들어가 하얀 배꽃이 피어난다
휘파람 휘파람 불며 배밭 머릴 돌아가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구름결도 잠깐 멎고
잊었던 옛 얘기들이 배꽃으로 피어난다.
-중학국어-
부자상(父子像)
사흘 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 가시는
아버님 모시두루막 빛바랜 흰 자락이
웬 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여일(餘日) 위에
꽃으로 비쳐 드릴 제 마음 없아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 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릴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 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 중학국어 -
풀잎과 바람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 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같은 친구 좋아.
- 초등 국어 -
봄 오는 소리
별빛도 소곤소곤
상추씨도 소곤소곤
물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질 않습니다.
- 초등 국어 -
바다앞에서
아무리 바다가 넓어도
돛배 하나 없어 봐라.
갈매기 불타는 저녁 노을
고깃배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물만 가득 사막이지.
아무리 바다가 멀어도
저 항구가 없어 봐라.
흔드는 손 흔드는 깃발
뱃고동이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파도뿐인 물굽이지
-초등 국어 -
분이네 살구나무
동네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 초등 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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