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마루/현대시조

교과서에 실린 백수 정완영 시인의 시조

채현병 2016. 8. 30. 08:38

교과서에 실린 백수 정완영 대시인의 시조



           조국(祖國)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고등 국어-

     

     

                 배밭 머리

     

    배밭 머리 무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그 소리 배밭에 들어가 하얀 배꽃이 피어난다

     

    휘파람 휘파람 불며 배밭 머릴 돌아가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구름결도 잠깐 멎고

    잊었던 옛 얘기들이 배꽃으로 피어난다.

                                                                   -중학국어-

     


           부자상(父子像)

      

    사흘 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 가시는

    아버님 모시두루막 빛바랜 흰 자락이

    웬 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여일(餘日) 위에

    꽃으로 비쳐 드릴 제 마음 없아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 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릴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 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 중학국어 -

           


               풀잎과 바람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 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같은 친구 좋아.

                                                                     - 초등 국어 -



    봄 오는 소리 

     

    별빛도 소곤소곤

    상추씨도 소곤소곤

     

    물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질 않습니다.

                                        - 초등 국어 -

     

          

       바다앞에서 

      

    아무리 바다가 넓어도

    돛배 하나 없어 봐라.

     

    갈매기 불타는 저녁 노을

    고깃배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물만 가득 사막이지.

     

    아무리 바다가 멀어도

    저 항구가 없어 봐라.

     

    흔드는 손 흔드는 깃발

    뱃고동이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파도뿐인 물굽이지

                                              -초등 국어 -



    분이네 살구나무


    동네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 초등 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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