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병 /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한국시조문학상 대상 수상
<대상 수상작>
고인돌 / 海月 채현병
홍산(紅山)에 드셨던가 반도(半島)에 납셨던가
드넓은 대지(大地) 위에 고인돌 얹어 놓고
영생(永生)을 구가(謳歌)하시니 그 틈새가 좁아라.
* 紅山 : 중국 내몽골자치구 적봉시 동북방에 인접한 산 이름.
거대한 고인돌, 적석총 등이 발견된 청동기문화 발원지.
* 半島 : 韓半島
* 안종렬 사진작가의 <古代의 Messages展>을 보고(2018. 5. 22)
<시작노트>
우리는 한국말과 한글을 쓰고 있는 韓民族이다. 현재 우리는 30억살의 나이를 지닌 한반도에 살고 있다.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크게 두 갈래의 줄기가 나온다. 그 하나는 시베리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대륙을 무대로 한 신석기 시대(기원전 4,000년 무렵) 수렵문화권을 형성한 ‘고아시아 족’이고, 또 하나는 紅山, 間島, 韓半島를 무대로 한 청동기 시대(기원전 2,000년 무렵) 농경문화권을 형성한 ‘배달민족’이다. 전자는 빗살무늬 토기를 사용했으며, 후자는 민무늬 토기와 청동기를 사용했다. 특히 ‘紅山文化’로 일컬어지는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서는 고인돌, 돌널무덤, 돌무지무덤 등의 새로운 墓制文化가 등장하여 만주 지역 및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다. 왜 그랬을까?
東北亞 지역의 청동기 문화는 농경문화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大地는 농업의 바탕이며 생명의 근원이 된다. 이 생명의 근원을 지하에서 뜨거운 열기에 응축된 용암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즉, 생명의 근원을 용암이 식어 굳어진 암석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만주지방의 창세신화를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대의 墓制文化 속에는 亡者의 시신을 대지에 묻은 후, 그 위에 巨石 고인돌을 받침으로써 암석에 내재된 생명력의 감응을 받아 還生하고자 하는 念願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亡者의 염원을 생각해 보면 大地와 고인돌 사이의 틈새는 좁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還生의 꿈이…….
우리 민족에게도 꿈이 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활약하던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간절한 꿈이…….
<수상 소감>
얼마 전에 최경미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연락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시조가 한국시조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때문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제 가슴이 막 떨려 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시조문학상 수상소식 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오래 전에 신인문학상을 받았을 때의 감동과 똑 같았습니다. 아니, 그 순간보다 더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때, 제가 좋아하는 고시조 한 수가 떠올랐습니다.
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지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일러냐 자일러냐
각별이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저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던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다만 사랑을 느낄 때의 설레던 마음과 두근거리던 가슴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저는 한국시조문학상 수상소식을 듣고, 다시 제 자신의 시조세계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잘 알 것만 같았던 사랑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듯이, 저는 아직까지도 시조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단지 그저, 제 가슴 속에는 “단 석 줄의 시조 속에 온 우주를 담고 싶은 욕망”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저의 인식에 바탕을 둔, 저의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부끄러움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올리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상을 제정하여 시상해 주시는 정유지 이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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