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영언에 실린 蔓橫淸類 116수를 주제별로 분류
염정艶情· 규원閨怨· 술사述思· 별한別恨
권계勸戒· 송축頌祝· 탄로歎老· 한정閑情
감물感物· 선울宣鬱· 우풍寓諷· 취흥醉興
인륜人倫· 개세慨世· 연군戀君 등
15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용>
만횡청류 116수의 내용은 보기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분류되어 왔다. ‘남녀 문제를 다룬 것들, 중국문화에 적셔져 있는 것들, 인생허무를 노래하고 있는 것들, 인사문제에 모티프가 있는 것들, 물상 및 생물을 테마로 한 것들’(이능우, 1966)로 나누기도 하고, 주제의 측면에서 ‘염정(艶情)·규원(閨怨)·술사(述思)·별한(別恨)·권계(勸戒)·송축(頌祝)·탄로(歎老)·한정(閑情)·감물(感物)·선울(宣鬱)·우풍(寓諷)·취흥(醉興)·인륜(人倫)·개세(慨世)·연군(戀君)’(송종관, 1990)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크게 보아 삶의 노래와 자연의 노래로 나뉘고, 전자에 속하는 내용으로는 ‘즐거움(사랑과 향락/음주와 향락)·진실과 허무·비판과 긍정·갈등과 대립·개인과 집단의식·삶과 사물’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에 속하는 내용으로는 ‘강호한정(江湖閑情)과 흥·풍수지리와 산수’ 등을 들 수 있다.
만횡청류의 사랑노래들은 사실성과 구체성의 측면에서 당대의 보편적 상식을 초월한다. 물론 전통적 표현의 범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유부녀가 외간남자, 특히 유부남이나 승려 등과 관계를 맺는다거나 유부남이 다른 집 여자와 관계를 맺는 행위를 노래로 부르는 일 등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다. 대체로 현세적인 향락의 내용이 만횡청류의 주류를 이루지만, 죽음이나 이별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하는 인간실존의 묘사가 뛰어난 일부 노래들도 있다. 이 밖에 태평성대를 구가하거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노래한 것들도 있고, 영웅의 한과 전쟁에 대한 혐오 혹은 시국을 걱정하는 노래들도 있다. 이와 같이 삶을 노래한 부류들의 경우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해학과 진지함 등 대조적인 범주들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과 달리 만횡청류에서 자연을 노래한 것들은 지배계층이 독점하던 강호가도가 변모되어 나타난 경우들이다. 강호가도가 관념적 자연을 노래한 것이라면 만횡청류의 그것은 보다 더 현실이나 흥겨움 쪽으로 구체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도성 한양의 풍수지리를 예찬한 노래들도 더러 보이는데, 이런 내용들은 만횡청류에 다양한 계층의 생각과 삶이 녹아 있음을 보여 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만횡청류 소재의 범위는 각계각층에 걸쳐 있었으나, 중심은 기층민중이었다. 기층민중의 삶에서 나온 소재들이 민요 등을 거쳐 수용되었거나, 작자들에 의해 직접 채택되어 이루어진 것이 만횡청류인 만큼 양반 사대부 문학과는 구분되는 미학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의의와 평가>
작품에 따라 내용이나 미학적으로 미세한 차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횡청류 대부분을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 낸 것은 김천택을 비롯한 중인 가객들이었다. 거칠긴 하지만, 세련되면서도 요설(饒舌)에 가까운 노랫말은 서울지역 중인계층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만횡청류는 가객들이나 풍류방의 가기(歌妓)들에 의해 주로 가창되었으며, 뒷날 대중가요의 한 부분으로 수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의 전 계층을 포괄하는 내용적 폭을 지녔으되, 구현된 미학은 중인 가객들을 포함한 기층민중의 그것이었다는 점에 만횡청류 미학의 생성 및 전개 의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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