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마루/시조학

한국의 고악보 현황 / 김영운

채현병 2022. 1. 14. 20:25

한국의 고악보현황 특별기획 (arko.or.kr)
김영운 / 강릉대 강사

 

머 리 말

한국음악사학 연구의 중요한 사료는 文獻과 遺物로 크게 나눌 수 있고,

기록된 문헌 사료는 樂譜와 樂書의 두가지로 대별된다.

「樂學軌範」으로 대표되는 악서는

음락의 이론과 음악 제도. 음악 행정·악기 편성·악기 제작법 등의

자세한 기록을 전하여 주는 귀중한 사료이기는 하지만,

악서 자체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지닌 음악 예술을

실체에 가까운 형태로 제시하여 주는 면에서는 악보보다 미흡하다.

물론 기보 방법에 따라 음악의 실체를 해석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악보도 있으나,

악보가 다른 사료에 비하여 음악의 실체에 가장 접근해 있다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음악사학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헌 사료는 악보이고,

이들 악보에 대한 연구는 우선적으로 중요시 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한민족의 음악 역사 속에서 연수되었을 많은 음악 가운데

악보로 기록되어 전해지는 분량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악보들도 전난을 여러 차례 겪는동안 많은 부분이 散失되어

現傳하는 樂譜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흔히 '古樂譜'라 불려지는 악보 자료들이

최근에 이르러 學者들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발굴·소개되어

이 분야 연구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새로이 발굴된 고악보의 解題 作業과

再刊行 事業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현재까지 100여집의 고악보가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점은 고악보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의 필요를 느끼게 하는 바,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학계에 소개된 고악보를 정리하여,

그 종류와 내용및 記譜方法 그리고 연구 현황 등을 개관하고자 한다.

■ 古樂譜의 定義

音樂을 구성하고 있는 要素는

음의 높낮이(音高), 음의 길이(長短), 음의 세기(强弱), 음의 빛깔(音色)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이러한 음악의 요소를 각각 어떻게 기록하느냐 하는 것이 記譜 方法의 문제이고,

다양한 記譜法에 따라서 音樂을 기록해 놓은 文獻이 곧 樂譜이다.

 

西洋의 음악은 作曲家 自筆로 기록한 악보에 의하여 그대로 연주되고,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나 장소의 변화에 구애되지 않는다.

즉, 18C의 작곡가인 J. S. Bach의 작품을 현재에서 연주하더라도

작곡가 자신이 기록한 대로 연주하며,

15C 작곡가인 Johannes Ockeghem의 작품도

작곡가 자신이 기록해 놓은 그대로 연주되고 있다.

 

따라서 서양 음악의 경우는 작곡가가 작품을 창작한 年代가 중요할 뿐,

그 악보가 自筆의 筆寫本이든 다른 사람의 筆寫本이든

또는 그것을 다시 인쇄한 印刷本이든 影印本이든 간에

모두 현재 연주되는 음악의 악보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양의 경우는 우리와 같은 古樂譜의 槪念이 중요한 것은 못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傳統音樂은 作曲者가 누구인지 알려지지도 않고 있으며,

同一한 곡목도 時代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연주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成宗 때의 靈山會相이란 곡이 17C에 연주되던 모습과

18C에 연주되던 모습이 크게 다르고,

18C 후반에는 거기에서 많은 파생곡이 생겨나며,

오늘날에는 9곡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커다란 모음곡(組曲)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곡은 室內樂으로 연주되는 靈山會相과

악기편성 및 樂調가 변화된 平調會相 등으로 다양화 되었다.

따라서 시대을 달리하는 많은 고악보에 수록된 同一 樂曲인 영산회상은

어느 것이나 현재 연주되는 영산회상과는 다소의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이야말로 시대의 변천에 따른 音樂 樣式의 차이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音樂史에서 古樂譜는

각 시대의 음악 양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音樂史料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韓國音樂學界에서 통용되고 있는 고악보의 개념은

'옛 날에 실제로 연주되었던 음악을

일정한 기보법에 따라서 적어 놓은 악보 자료의 총칭으로 정의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할 것은

'옛날'이라고 하는 다소 막연한 부분이다.

위의 정의는 어느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매우 포괄적인 정의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옛날'로 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재의 입장에서 본다면 옛 악보에 관한 시기적 上限線보다는

그 下限線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學界에서 고악보로 인정되어져 온 악보 가운데서

금세기에 들어와 만들어진 몇 종을 살펴보면,

1960년의 <楊琴與民樂譜>,

1916년의 <芳山韓氏琴譜>,

1919년으로 추정되는 <海山遺音>,

1922년으로 추정되는 <淸音高譜>,

1925년 이후로 추정되는 <仁壽琴譜>,

1932년의 <聖學十圖 (附, 禮樂比考) >

1938년으로 추정되는 <琴隱琴譜>,

1939년으로 추정되는 <玄琴譜>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서 후기에 속하는 것이 1930년대의 고악보임을 미루어 알 수 있듯이

현재 국악학계에서는 고악보의 시대적 하한선을 1930연대까지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에서 열거한 고악보 가운데서

<楊琴與民樂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律字譜와 井間譜라는 記譜法으로 기록된 것이지만.

다른 악보들은 기보법 자체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肉譜·合字譜 등으로 기보되었으며,

기록된 음악도 현재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인하여 앞선 시대의 음악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비록 시기적으로는 今世紀에 속하고 불과 40∼50년전의 것이라 하더라도

고악보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玄堂琴譜>와 같이

현재 국악제의 대부분에서 기보법으로 잘 쓰이지 않는 肉譜로 기보되었으나,

그 악보가 地方의 音樂 愛好家들에 의하여 활용되고 있는 경우는

고악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같은 예로 鄕制 風流를 연주하는 지방의 律客들이 사용하고 있는 악보들을

그 음악이 현재 연주되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비록 육보가 합자보 등 국악계의 대부분에서 사용하지 않는

옛 기보법으로 기록되었어도 고악보는 아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견된 옛 악보들 가운데서 고악보로 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관한 문헌적인 비판이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악보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이를 정확히 구별하는 작업이 이 글에서 충분히 논의되기는 어렵고,

한 개인의 단순한 작업으로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은 관계로,

이 글에서는 다만 고악보의 개념을 논할 때 고려되어야할 사항을

몇 가지 제시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첫째, 고악보를 규정하는 데 時期的인 문제가 고려되어야 할 것인 바,

이 악보가 언제 기록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또한 樂譜를 작성한 사람의 生沒年代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악보가 기록된 연대를 가지고 단순히 사료로서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仁壽琴譜>의 경우는 解題者에 의하여 1925년 이후로 추정되고 있으나

실제 기보된 내용은 17C의 음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예는 <大樂後譜>도 마찬가지인 바,

1759年에 간행된 <大樂後譜>에 수록된 음악은 世祖代의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일부 古樂譜의 경우,

編纂년대와 기보된 음악이 시간적으로 많은 격차를 두고있을 때는,

간행연대보다는 그 내용이 고악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기보된 내용에 관한 고려로서,

어떤 음악을 기록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고악보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결정될 수도 있다.

즉 歌曲을 收錄하고 있는 악보가 慢大葉 ·中大葉 등의 음악을 주로 담고 있다면

이는 數大葉을 주로 담고 있는 악보보다

역사적으로 더 앞선 시대의 음악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고,

 

같은 數大葉이라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弄·樂·編과 中擧·平擧·頭擧 等의 파생곡이 갖추어 있다면

이는 역사적으로 후대의 것이 될 것이다.

 

세째는 사용된 기보법에 관한 고려이다.

거문고 악보를 예로 들면, 16∼18C의 琴譜는 合字譜를 중심으로 기록되었으나

19C의 琴譜는 肉譜가 우세하고

현재의 거문고 악보는 주로 律寫譜와 井間譜로 記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合字譜 중심의 琴譜는 肉譜 중심의 琴譜보다 앞서며

律字譜보다 앞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고악보의 紙質이나 인쇄방법 등도 고려될수 있으나

여기에는 많은 검토가 따라야 한 것 이다.

끝으로 우리 고악보의 경우 版本 筆寫本이 있는 바,

國樂機關에서 간행된 악보는 주로 판본이고,

민간에서 편찬한 것은 필사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판본인 <世宗實錄樂譜>·<世祖實錄樂譜>가 15C의 것이고

필사본인 <芳山韓氏琴譜> 등이 20C 초반의 것임을 미루어

서양의 일반적인 경우와 같이 필사본이 인쇄본을 앞설 것이라는 점은

우리 고악보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음악사학 연구의 중요한 사료인 고악보는

음악을 구성하는 음의 高低·長短·强弱·音色 등의 모든면에서

현재 연주되는 음악과는 다른 음악을 기록하고 있는 악보자료를 가리킨다고 한 수 있다.

 

古樂譜의 種類

현재까지 발굴되어 학계에 소개된 고악보 가운데서최고의 것은 <世宗實錄樂譜>로

이 악보가 실록의 일부로 간행된 것은 1454(단종2)년의 일이다.

그러나, 세종실록 권136~147에 수록된 악보가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이보다 조금 앞서의 일이다.

즉, 동왕 12년(1430년) 9월 29일의 기록에 악보편찬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 실록에 수록된 악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이때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나,

실물 악보가 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세조실록 卷48에 의하면 고려시대에도 육보라는 기보방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육보로 기록된 고려시대의 악보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전하는 최고의 악보는 <世宗實錄樂譜>인 셈이다.

 

우리 나라 최고의 악보인 <세종실록악보>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발견되어 학계에 소개된 음악보는 90여종을 헤아리고 있으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악보도 있으리라 여겨지며,

각급 도서관의 서고에서 미처 그것이 악보임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들도

상당수 있으리라고 미루어 보면 현전하는 고악보의 숫자는 100여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글에는 필자가 원본 또는 재간행된 사본 을 접해 해본 것과,

이미 학계에 소개된 고악보만을 대상으로 그 종류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 사용될 고악보의 명칭은 학계에서 통용되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혼동이 예상되는 악보는 편저자 또는 소장처·소장자의 이름을 함께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금합자보>·<양금신보>등은

원본의 표지나 내지에 적힌 책명을 우선적으로 따랐으나

<방산한씨금보>의 경우는 표제명인 <<琴譜新譜>보다 <芳山韓氏琴譜>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널리 알려진 악보이기 때문에 그 이름을 따른 것이다.

 

또한 <白雲庵琴譜>·<竹 醉琴譜>·<國立國樂院所藏琴譜>·<增補古琴譜>·<延世大學校所藏琴譜>

·<金東旭所藏琴譜> 등은 모두 표지에 <琴譜>라고만 적힌 것으로,

서로간의 구별을 위하여 편저자·소장처·악보의 특징에 따라 붙인 이름인바,

<백운암금보> ·<죽 취금보>의 예는

편저자로 추정되거나 또는 악보에 적혀 있는 내용중에서 특징이 될 만한 記事에 의거하여 붙여졌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소장금보>·<연세대학교소장금보>·<김동욱소장금보> 등은

소장처 또는 소장자에 의하여 구별하였으며,

<증보고금보>는 그 내용에 옛 금보를 증보한 것이기 때문에

붙여져서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이름인 것이다.

 

그러면, 현전하는 고악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고악보를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악보의 성립 연대를 중심으로 시기적인 분류가 가능할 것이며

기보방법에 따른 분류, 용도에 따른 분류, 수록된 악곡의 계통이나

성악·기악에 따른 분류 등이 가능하겠으나

이 글에서는 고악보 전반에 관한 이해를 위하여 수록된 악곡의 내용에 따른 분류를 중심으로 할 것이며,

기보방법에 관하여는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언급 될 것이다.

 

1 . 고악보로 기보된 악기

현전하는 고악보 가운데서 <時用舞譜>는 이름 그대로 舞踊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악보라기 보다는 무보임이 분명하나, 무용의 동작을 나타낸 그림옆에 무용의 반주인 음악을 적었고,

그 기보 형태가 無井間 六大網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점은 保太平·定大業을 수록하고 있는 고악보로서는 유일하게

無井間 六大網의 기보 형태를 취한 것으로 무용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고악보의 하나로 취급하였다.

 

또한 <歌曲源流>·<女唱歌謠錄>등은

가곡의 노랫말인 시조시를 모아 놓은 歌集이나

노래말 옆에 창법과 관련되는 일종의 부호인 連音標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이들도 고악보의 하나로 보았다.

 

그리고 <同音集>들은 그 자체 가 음악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것은 아니라도

다른 음악과의 비교를 통하여 어떤 음악의 선율 형태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악보 자료의 하나로 간주하였다.

 

현전 고악보 가운데서 무용을 주로 기록하고 있는 <시용무보>를 제외한 나머지 고악보는

우선 성악곡을 기록하고 있는 악보와

기악곡을 기록하고 있는 악보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몇몇 악보만 聲樂과 그 伴奏에 해당하는 器樂曲을 동시에 수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악과 기악 반주를 동시에 기록하고 있는 악보는

<世宗實錄樂譜>·<世祖實錄樂譜>·<大樂後譜>·<俗樂源譜>·<時用鄕樂譜> 등이며,

<琴合字譜>·<國立國樂院所藏琴譜>·<琴譜單>·<尹容鎭所藏琴譜> 등의 일부 악곡도

노래와 반주가 동시에 기록되었다.

그런데 <國立國樂院所藏琴譜>·<琴譜單>·<尹容鎭所藏琴譜> 등 수록된 내용이 거의 동일한 異本들인데,

이들 악보에 수록된 악곡 중에서 趙晟譜에서 轉寫한 것으로 보이는 慢大葉만

笛·琴·歌 등의 악보로 구성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거문고의 악보들이다.

 

 

고악보 중에서 성악보에 속하는 것으로는 앞에서 살펴본 성악·기악 겸용 악보 외에도 가곡의 노랫말에 연음표가 부가된 <가곡원유>·<여창가요록>·<協律大成>등이 있고, 불교음악인 梵唄를 적은 <동음집>이 있는바, 현전하는 <동음집>으로는 <판본동음집>·<張碧應同音集>·<玉泉遺敎同音集>·<金耘空同音集> 등이 있다.

그리고 가곡의 옛 형태인 중대엽 3곡과 北殿 1곡을 물결 무늬 모양의 선으로 나타내고 그 위에 노랫말인 시조시를 풀어서 적은 악보가 <學圃琴譜>에 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보법은 오늘날 시조나 가곡을 부르는 시조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旋律線譜와 同類의 것으로 여겨지며, 물결 무늬가 고도 선율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李東福님에 의하여 고악보의 하나로 소개된 <國立國樂院所藏歌詞譜>는 성악곡인 가사를 수록하고 있으며, 현재도 널리 쓰이고 있는 기보법인 율자보와 정간보로 기보되었고, 미농지를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성악보를 제외한 나머지 악보들은 모두 기악곡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 고악보에 전하는 기악곡 들은 어떤 악기를 위한 음악인지 악기별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세종시록악보>와 <세조실록악보>·<대악후보>·<속악원보>·<시용향악보>와 같이 국가기관에서 편찬한 악보는 주로 궁중의 의식과 관련된 음악을 싣고 있는 바, 대표적인 현악기의 선율과 관악기의 시율을 각각 한가지씩 기보하고 덧붙여서 장구 장단, 拍을 치는 위치 등을 표기한 다음 노래의 가사를 적는 것이다.

악곡에 따라 현악기·관악기의 선율 가운데서 하나만 기록된 경우도 있고, 때로는 노래의 가사 옆에 노래의 선율을 기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창제된 보태평·정대업 등의 음악과 <시용향악보>의 향악곡 등에서 볼 수 있다.

한편 祭巤에 연주되던 雅樂은 관악기·현악기·타악기(有律打樂器)를 막론하고 主旋律은 동일한 진행을 하고 있으므로 악기에 따른 별도의 악보가 필요하지 않은 관계로 이의 기보에는 單旋律만 표기되었고, 각 음의 길이도 等時價이므로 특별한 時價 表記 方法이 필요치 않게 된다. 따라서 아악의 악보는 매우 단순하게 기보되는데 이의 예는 <世宗實錄樂譜中雅樂譜>·<世祖實錄樂譜中新制雅樂譜>·<大樂後譜中篹丘樂·新制雅樂譜>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밖에 고악보를 통하여 음악이 남아 있는 악기는 거문고<玄琴>·洋琴·伽倻琴·七絃琴·琵琶·笙簧·笛(大太 ?)·簫·(短簫)다. 이 중에서 거문고의 고악보는 60여 종에 이르고, 洋琴이 30여종, 伽倻琴이 8종 정도이며 琵琶·笙簧·簫·笛 등은 거문고 악보 등에 한두곡이 실려있을 뿐이다. 이로써 우리 고악보는 거문고 악보와 양금 악보가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문고는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연주되어 오던 악기로서 그 역사가 오랜 것이다. 양금은 조선 후기에 중국을 통하여 전래 되어온 서양(원래는 중동지방)의 악기로, 이 악기가 우리나라에서 연주된 역사는 200여년 남짓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30여종의 고악보 자료가 현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이 점은 거문고와 더불어 삼국시대부터 전해오는 가야금의 고악보가 8종이고, 그나마 가야금만을 위한 전용 악보는 5종 뿐인데 비하여 본다면 거문고와 양금의 고악보가 숫적으로 얼마나 풍부한 것인지를 알수 있다.

오늘날 국악 연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악기는 거문고·伽倻琴·奚琴·피리·大琴 등이고, 이밖에 洋琴·短簫·아쟁 등이 악기가 음악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거문고 양금의 고악보는 많은 분량이고, 가야금의 고악보도 상당수 있음에 비하여 해금·피리·대금 등의 중요 악기는 현재까지 발견된 고악보가 전혀 없거나, 극히 적은 양 밖에 없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인가?

이점은 거문고·양금·가야금 등이 옛부터 대중의 애호를 널리 받아 왔던 악기이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제는 다른 이유로 있으리라 여겨진다. 악보라고 하는 것도 기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음악의 기록이란 것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거문고·양금·가야금 등 고악보의 수가 많은 악기들은 문자를 해독하고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계층에 의하여 주로 연주되고 감상되어 왔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현재까지 편저자가 밝혀진 악보의 경우를 보면 <금합자보>의 저자인 安상, <玄琴東文類記>의 저자인 李得胤, <遊藝志>의 저자인 徐有埍 등이 모두 사대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浪翁新譜>의 저자 가운데 한사람이 南原君 李卨은 宗親의 한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양금보인 <歐羅鐵絲琴字譜>의 編者인 李圭景은 실학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까지 편저자가 밝혀지지 않은 많은 고악보들은 적어도 국가의 음악기관에서 일하던 전문 음악인-특히 이론·행정직인 악사-들과 中人 以上의 音樂愛好家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실제 음악의 연주에서 관악기를 주로 맡았던 계층을 실기에는 능하였으나 그들의 교양 수준이 악보를 기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도 있다. 이 점은 주로 중인 계층의 가객들에 의하여 불려진 가곡의 악보라고 할 수 있는 <가곡원유>·<협율대성>과 어느 妓女의 編著作으로 보이는 <女唱歌謠錄> 등이 현전하고 있으나 판소리의 경우는 악보라고는 할 수 없는 唱本들만 전하고 있는 사실과도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가곡과 판소리의 음악적인 차이점에서 오는 기보상의 곤란한 점등도 전혀 도외시 되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에 이점에 관하여 신중한 연구·검토가 따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 고악보로 기보된 악곡

앞에서 고악보에 수록된 음악이 어떤 악기를 위한 것인지 살펴 보았다.

고악보에 수록된 음악은 그것을 연주하는 악기가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동일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고악보에 전하는 음악은 불과 몇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각 악보에 수록된 악곡의 수는 매우 많으나

이들을 정리하여 음악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면

궁중의 儀式音樂·歌曲·靈山會相·梵唄 등으로 압축될 수 있고,

俗謠·民謠·時調의 악보가 한두편 섞여서 전하고 있다.

 

(1) 宮中 儀式 音樂

국가 기관에서 편찬한 악보(이를 宮纂 樂譜라 함)에 수록된 악곡의 주종은

궁중의 의식과 관련된 음악으로

이중에는 크고 작은 제례에서 연주되던 제례악과

각종 宴亨에서 공연되었던 궁중무용(呈才)의 반주음악도 포함된다.

 

고악보 祭禮樂이 수록된 것은

<세종실록악보 券 136. 137>과

<세조실록악보>·<대악후보 券1·2>·<속악원보 仁·義·新篇>·<시용무보>·<악장요람> 등이고,

 

<세종실록악보 券138>의 정대업·보태평악보는

그 음악이 창제되던 世宗代에는 會禮樂 이었으나,

세조대에 이르러 제례악으로 사용케 된 것이다.

그리고 <세종실록악보 券147>은

제례악의 노랫말에 해당하는 樂章을 악보없이 기록하고 있다.

고악보에 실려있는 제례악은

社稷·宗廟·風雲雷雨·山川城隍·先農·先蠶雩祀·釋尊·둑제·文昭殿·景慕宮·武安王朝 등

국가에서 관장하던 모든 제사의 음악을 망라하고 있다.

 

祭祀 音樂 이외의 궁중의식에 사용되던 음악은

<세종실록악보 권138∼146>·<대악후보 권3·4·6·7>·<속악원보 藝·知·新篇>·

<악장요감> 등에 실려있는 바

이 중에는 鳳來儀와 같은 정재 음악도 있고,

洛陽春·步虛子·與民樂慢·與民樂令 등의 음악이 있는데

이들은 때로는 의식음악으로 때로는 정재 반주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곡들이다.

 

(2) 高麗歌謠와 國初의 歌樂

고악보에 수록된 음악 중에도 고려가요와 조선 초기에 창제된 성악곡들이 다수 있는 바,

이들은 <시용향악보>와 <대악후보 권5.6.7>에 주로 실려 있다.

또한 <금합자보>에도 思母曲.翰林別曲. 鄭石歌 등이 실려 있어서

고려시대의 음악및 國初 歌樂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시용향악보>에는 巫樂으로 보이는

城隍飯·內堂·大王飯·雜處客·三城大王·軍馬大王·大國·九天·別大王 등의 음악이 실려있는 바,

이들 음악은 다른 고악보에 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귀한 것으로

옛 巫樂 연구의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3) 歌曲·歌謠·時調

앞에서 가곡의 노래를 선율을 나타내기 위한 기보방법의 하나로 연음표가 있으며,

연음표로 기보된 가곡의 노래들이

<가곡원유>·<여창가요록>·<협율대성>등에 전하고 있음을 보았고,

<학포금보>에 가곡의 선율선보가 있음도 살펴 보았다.

 

그런데 가곡은 실내악 규모의 관현악 연주를 수반하는 음악으로 가곡의 연주에는

성악뿐만 아니라 대금·피리·해금·가야금·거문고·양금·단소·장고 등의 기악이 따르는 것이 현재의 편성이다.

옛날의 가곡이 어떤 편성으로 반주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현재의 편성으로 미루어 각 악기의 음악을 기록한 악보가 필요했으리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현전하는 고악보에 남아 있는 가곡 반주 음악은

거문고·양금·가야금·칠현금의 악보가 대부분이고 비파·생황·적·소 등은 한두곡이 전하고 있다.

 

현행 가곡의 옛 현태라고 할 수 있는 만대엽의 거문고 악보는

<대악후보 권 6>·<금합자보>·<심금신보>·<현금동문류기>·<금보신증가령>·<한금신보>·<금보고>·

<백운암금보>·<張師勛所藏琴譜Ⅱ>·<낭옹신보>·<남훈류보> 등에 실려 있다.

 

그리고 <가금신보>의 내용을 轉寫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본들-

<증보고금보>·<국립국악원소장금보>·<李家源所藏琴譜>·<장사훈소장금보Ⅰ>·<금보단>·

<동국대학교금보>·<경북대학교소장금보>·<인수금보>·<윤용진소장보금>·<玄鶴琴譜>·<탁영금보>-에도

만대엽의 악보가 수록하고 있으나,

이들 악보는 단지 <양금신보>를 베낀 것이므로 시기적으로 오래된 것은 아니다.

만대엽을 수록하고 있는 악보중에서 거문고를 제외한 다른 악기의 악보는

<금합자보>에 琵琶(唐琵琶) (그림 6)의 만대엽 악보가 있을 뿐이고,

다른 몇몇 악보에 거문고·장구와 더불어 笛의 악보가 전한다.

 

中大葉의 거문고 악보는

<洋琴新譜>와 그 轉寫本들,

그리고 <琴譜新增假令>·<白雲庵琴譜>·<新作琴譜>·<類藝志>·<浪翁新譜>·

<연세대학교소장금보>·<장사훈소장금보Ⅱ>·<한금신보>·<고려대학교소장금보 A>·

<寧海琴譜>·<琴譜 古>·<남훈류보>·<신증금보> 등에 실려 있다.

 

數大葉은 <현금신증가령>·<백운암금보>·<신작금보> 등 많은 거문고 악보에 전하며,

양금으로 연주되던 수대엽의 악보는

<구라철사금자보>·<유예지>·<一擟琴譜>·<방산한씨금보>·<서금가곡>·<협률대성>·<가곡남창양금보>·

<가곡여창양금보>·<아양금보>·<장금신보>·<橑陽雅韻>등에 실려있다.

그리고 가야금의 수대엽은 <拙翁伽倻琴譜>에 전하고 있다.

 

가곡은 아니나 正歌에 속하는 성악곡으로 가사와 시조의 악보도 전하고 있는 바,

시조의 악보도 <구라철사금자보>·<류예지>·<방산한씨금보>·<李輔亨所藏洋琴譜>·

<成樂範所藏琴譜>·<張琴新譜>·<峨洋琴譜>에 수록되었고,

<三竹금보>에는 거문고의 시조 악보가 전한다.

가사의 악보는 <삼죽금보>에 거문고 악보로,

<일사금보>·<장금신보>·<아양금보>·<성악범소장금보>에 수록되었다.

 

正歌가 아닌 성악곡으로는

<아양금보>에 달거리·오독기(오독도기)·청강녹슈·경쥬타령·사당놀앙·방하타령·갈가 등

민요가 양금의 기보법으로 전하고

<성악범소장금보>에 曲杵打令이란 곡이 양금 기보법으로 기록되었으나,

이 곡이 민요 방아타령과 관계가 있는지는 미상이다.

 

또한 <동국대학교소장가야금보>에 흥타령(턴안 산거리…)이 가야금의 기보법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민요가 고악보에 수록된 경우는 <시용향악보>와 <대악후보중시용향악보>에

고려가요가 수록된 이후 매우 드문 예로서 민요 연구에 자료가 될 것이다.

 

 

(4) 靈山會相·與民衆 등의 기악곡

무용이나 성악곡의 반주가 아니고, 의식에 수반되는 음악도 아닌

순수한 기악곡으로 고악보에 많이 수록된 것은 영산회상·여민락·보허자 등이다.

영산회상은 <대악후보 권 6>·<속악원보 지편> 등에 실려있는 바,

이는 현행 영산회상의 상영상에 해당하는 원곡이고,

후대의 고악보로 내려가면서 중영산, 세영산·가락더리 등의 곡들이 덧 붙여져서

현재와 같은 방대한 규모의 모음곡(組曲)이 갖추어 지게 된다.

영산회상을 싣고 잇는 거문고 악보는

<금보신증가량>·<유예지>·<삼죽금보>·<渙隱譜>·<증보고금보> 등

대부분의 거문고 악보가 이에 해당하고,

양금 악보로는 <구라철사금자보>·<유예지>·<서금보>·<일사금보>·<향율률보> 등

대부분의 양금 악보가 영산회상을 싣고 있다.

 

또한 가야금 악보로는 <방산한씨금보>·<영산회상 우의산소> <금은금보> <동국대학교소장가야금보금>

<동국대학교소장율보>등의 영산회상을 싣고있다.

영산회상이 수록된 많은 고악보들은 상영산에서 군악에 이르는 현행 줄풍류 뿐만 아니라

계면가락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 등의 뒷풍류를 포함하고

도드리(細還入)까지 중간에 참가된 갖은 풍류(일명 呈祥之曲)의 현태를 취하고 있다.

이점은 오늘날 지방에서 흔히 연주되는 鄕制風流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들 고악보들이 현행 민간풍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與民樂(昇平萬之曲)은 <속악원보 지편>에 絃譜가 수록되었고,

<금합자보>·<금보신증가령>·<한금신보>·<삼죽금보> 외에도 여러 거문고 악보에 전하며,

<협률대성>·<양금여민악보>등의 양금 악보와 <칠현금보>와 같은 칠현금 악보에 수록 되었다.

 

步虛子 또는 步虛子 파생곡(밀도드리·잔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 등을 말함.)은

<대악후보 권 6>·<속악원보 지편>에 보이며,

<금합자보>·<금보신증가령>·<남훈유보보>·<랑옹신보>외에도 많은 거문고 악보에 실렸으나,

양금과 가야 악보에는 보허자의 파생곡만 실렸을 뿐, 그 원곡은 보이지 않는다.

吹打(萬波停息之曲)의 거문고 악보는 <현금오음총론>에 吹打調라는 곡명으로 전하며

<삼죽금보>에는 軍中吹打라는 곡명으로 <방산한씨금보>에는 吹打라는 이름으로 전한다.

양금 악보로는 <아금고보>·<향율률보>·<성악범소장금보>에 수록되었다.

이밖에도 고악보에는 각 악기의 다스름(調音) 곡들이 調에 따라 다양하게 전하고 있는 바,

이에 관하여는 각 악보의 목록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 고악보의 기보법
오늘날 우리나라의 음악계에서 널리 쓰이는 기보 수단은 서양식의 五線譜이다.

다섯개의 나란한 橫線에 음표를 그려 넣어 음높이와 음의 길이는 나타내는 오선기보법은

부호와 문자의 도움으로 음의 강약이나 특별한 奏法까지 표기할 수 있는 기보 체계로,

국악계에서도 이 기보법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오선기법은 원래 서양 음악에서 고안·실용화된 기보법이고,

국악계에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전래의 기보방법은 井間譜라고 하는 기보체계이다.

정간보는 원고지를 세로로 놓는것과 비슷한 것으로 각각의 칸(井字 모양의 칸이라 하여 정간보라 함.)

이 시가의 단위가 되어 음의 길이를 나타내며,

칸 속에 쓰여지는 문자(漢字)가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역시 부호와 문자의 도움으로 강약·주법·장식음 등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국악의 기보방법이 정간보 밖에 없는 것이 아니고,

현재에도 육보나 선률선보등의 기보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고악보에 나타나는 기보방법은 더욱 다양한다.

고악보에는 한가지의 음악을 나타내기 위하여 몇가지의 기보법이 동시에 사용된 경우도 있는 바,

합자보와 육보가 병용되고, 工尺譜와 律字譜가 병용된 예는 많다.

따라서 고악보에 사용된 수많은 기보방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를 몇가지로 나누어 접근해 보고자 한다.

 

음악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인 기보법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가능 하겠으나,

그 수단을 중심으로 분류하는 것과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음악을 구성하는 음높이·음길이·음의 강약 주법 등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구분하는 '手段 中心의 分類'에는 文字譜·肉譜·律字譜·數字譜 ·圖譜·合字譜 등이 있다.

 

文字譜는 각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문자의 어떠한 기존 배열 체계

-이를테면 Abc 또는 衁遁鑁, 가나다- 의 순서로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리스이 문자보가 좋은 예가 된다.

 

肉譜는 악기의 소리를 흉내낸 擬聲語로 음의 높낮이 또는 특별한 奏法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거문고·洋琴·伽倻琴의 肉譜와 인도네시아 발리의 기보법에서 볼수 있다.

 

律字譜는 각 음을 상징하는 음이름(音名·律名)으로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일종의 문자보로

중국과 우리나라 등에서 쓰이는 율자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數字譜는 각 문화권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자를 빌어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본의 현악기에 주로 사용하는 기보법(특히 三味線 記譜法)이나,

우리나라의 가야금 고악보인 <拙翁伽倻琴譜>에서 鉉의 순서를 나타내는 숫자 등도

수자보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圖譜는 그림이나 부호를 이용하여 음악을 나타내는 記譜法으로

서양의 五線記譜法 우리나라의 井間記譜法 등이 여기에 속하며,

악기의 구체적인 모양을 그리거나, 선율형을 線으로 나타내는 방법도 모두 圖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合字譜는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서를 나타내는 문자나 부호를 모아서 기록하는 것으로

서양의 태볼러츄어(tablature), 中國의 厡字譜, 우리나라의 合字譜 등이 이에 속한다.

 

위에서 알아본 기보법의 분류방법은

記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문자인지 그림인지에 의하여 분류한 것이고,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각각의 기보법이 음악의 어떠한 요소를 나타내고 있는지에 따라

'機能 中心의 分類'를 아래와 같이 4가지로 해 보고자 한다.

 

· 音高 記譜法

· 時價 記譜法

· 奏法 記譜法

· 旋律 記譜法

 

音高 記譜法이란

음의 상대적이거나 절대적인 높낮이를 나타내는 기보 방법을 말하며,

時價 記譜法은 음의 상대적이거나 절연대적인 持續 時間을 나타내는 記譜法이다.

 

奏法 記譜法은 악기의 연주 방법이나 성악의 창법을 나타내는 記譜法이며,

旋律 記譜法이란 旋律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거나,

旋律의 모양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記譜法을 말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機能 中心의 分類'에 의하여 우리나라 古樂譜에 사용된 記譜法을 개관하고자 한다.

 

1. 音高 記譜法

古樂譜에 사용된 音高 記譜法은 모두 文字를 사용하여 音高를 표기하고 있으며,

문자의 기록 체계는 동양의 전통적인 書法에 따라 律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橫書로 記譜된 古樂譜는 필자가 아는 한 <琴學入門>밖에 없다.)

(1) 律字譜

律字譜란

전통음악에 사용되는 12音의 이름인 律名의 첫 글자를 따서 音高 表記의 手段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한 옥타브를 거의 균등하게 나눈 12개의 음(각음 사이의 간격은 서양의 반응과 근사함)인 十二律은

원래 中國에서 전해진 것으로, 한 음에 두 글자로 된 律名이 붙어 있고,

이 율명을 악보에 기록 할때는 그 첫 글자만 적는 것이다.

현전하는 최고의 율자보는 <世宗實錄樂譜>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세종실록악보>에서는

율자보가 독자적으로 쓰이지 않고 井間譜 宮商字譜 등과 倂用되고 있다.

율자보가 독자적으로 쓰인 최초의 예는 <樂學軌範 券2>에 보인다.

<악학궤범>의 율자보는 음의 절대적인 높이 뿐만 아니라

樂句의 단위도 분명히 구별되도록 4음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

이 점은 각 음이 等時價로 연주되는 雅樂의 記譜에는 적절한 기보 수단이라 여겨지지만

音의 길이가 서로 다른 음을 나타내기 위하여는 다른 時價 記譜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律字譜에 사용되는 律名의 첫 글자는 12개 뿐이고,

그것은 한 옥타브 이내의 음만을 나타낼 수 있어서

음악에 사용되는 음이 옥타브의 범위를 멋어 날 경우는

이 12개의 글자 만으로는 기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옥타브 밖의 음을 기보하는 수단이 요구된다.

<世宗實錄樂譜 中 儀禮經傳通解>에서 律名의 右下側에 '淸' 字를 적어 옥타브 높은 음을 구별하였으며,

<악학궤범>에서는 각 율명의 左側에 '杊'을 붙여 淸聲(옥타브 윗음)임을 나타내었다.

'杊' 으로 청성을 기하는 방법은 <楊琴與民樂譜>에 이르러 두 옥타브 높은 음을 기보하는데

'杊杊'을 붙이는 방법으로 까지 발전하였는데

이 악보에는 '仲' 音보다 두 옥타브 높은 음인 '杊杊 仲'音까지 출현하고 있다.

 

반면에 옥타브 낮은 음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세종실록악보>에서는 色을 달리 하였은 바,

원래의 음은 黑色으로 기록하고 倍聲(옥타브 낮은 음)은 赤色으로 적어 구별하고 있다.

 

<세종실록악보>에서 배성을 표기한 이후로 고악보에서는 배성을 사용한 記譜法를 찾을 수 없고,

최근에 이르러 율명에 '漈'을 붙여 한 옥타브 낮은 음을,

'瓴'을 붙여 두 옥타브 낮은 음을 표기하는 방법이 고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律字譜가 雅樂에만 사용될 때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으나,

唐樂과 鄕樂에도 널리 사용되므로 하나의 문제점을 갖게 되었다.

즉 아악과 당악에서는 '黃'으로 표기되는 黃鐘 音이 西洋 音樂의 C와 비슷한 음높이 이지만,

鄕樂에서의 '黃'은 E┒과 근사한 높이로 쓰인다.

따라서 율자보로 기보된 음악이 雅樂인지 鄕樂인지에 따라서 短3度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점은 이들 음악에 정통한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나,

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는 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2) 宮商字譜

<世宗實錄樂譜 中 雅樂譜>는 세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즉 큰 글자로 宮·商·角·치 ·羽·變치·變羽 등을 적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 둘을 적었는데

우측에는 각 율명의 첫 글자를, 좌측에는 노래의 가사를 倂書하였다.

 

이 악보에서 音高 表記 方法은 두가지가 쓰이고 있는바,

12律名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宮·商·角… 등이다.

후자와 같은 기보 방법을 中國에서는 宮商字譜라 부르고 잇다.

 

궁상자보에 쓰이는 7음은 <표2>와 같이 調가 바뀜에 따라서 실제 음 높이는 변하지만

각 음 사이의 音程은 변치 않고 있다.

따라서 궁상자보에 쓰이는 문자는 絶對的인 음높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각 음 사이의 相對的인 높이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기보법을 相對 音高 記譜法이라 한다.

 

궁상자보는

<세종실록악보 중 아악보>와 같이 아악의 기보에만 사용되는 거시 아니고,

향악의 기보에도 사용되는 바 <梁琴新譜>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양금신보>의 궁상자보는 <양금신보>의 전사본들에도 쓰여졌는데,

이를 향악에 사용된 궁상자보의 각 문자가 지시하는 음 높이는 아악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향악의 궁상자보는 樂調에 따라서도 각음 사이의 간격이 다르므로,

예외 없이 합자보·육보 등의 다른 기보법과 병용되어 音高 解析에 정확을 기하고 있다.

 

(3) 工尺譜

工尺譜는 원래 中國의 俗樂을 기보하던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世宗實錄樂譜 중 元朝林宇大晟樂譜>에 처음 보이고

<世祖實錄樂 中 新制雅樂譜>·<大樂後譜> 등에 사용되었다.

 

工尺譜란 아악의 音域인 十二律四淸聲 즉, 16개의 음을 10개의 문자로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몇 글자는 2개 또는 그 이상의 여러 음을 가리키게 된다. (<표3>참조)

 

工尺譜의 한 문자가 2개 이상의 음에 분배되고 있기는 하나,

악조에 따라 구별이 가능하고, 실제 기보될때는 율자보와 병용되고 있어서

음고 해석에 어려움은 없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工尺譜는 원래 중국의 俗樂에 사용되던 기보법인 관계로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하게 사용된 적은 없는 듯 하고

다만 그 문자가 <琴譜精選>에 병용되고 새로운 기보법으로 변화된 경우가 있다.

 

<표3> 고척보와 실제음고

(4) 五音略譜

上下一二之譜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지는 五音略譜는

<세조실록악보>에 처음 사용된 음고 기보법이다.

五音略譜의 기보 방법은 음악의 주음(중심음)을 宮이란 문자로 표기하고,

宮을 중심으로 音階上의 한음 아래음을 下一, 두음 아래 음을 下二 등으로 하여

宮의 옥타브 아래음이 下五가 되며, 宮의 한음 윗음은 上一, 두음 윗음은 上二가 되어

宮의 한 옥타브 윗음이 上五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보법은 한 옥타브 이내의 音階 構成音이 5개인 鄕樂의 기보에 알맞아

<大樂後譜>·<時用鄕樂譜>·<俗樂源譜>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참조)

 

五音略譜는

6음음계나 7음음계로 된 음악의 기보에도 간혹 쓰이고 있는 바,

이런 경우에는 5음 이외의 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율자보나 공척보의 문자를 병용하고

때로는 '下一界', '下四界' 등으로 표기하여 平調의 下一, 下四와는 半音 차이가 있는

界面調의 下一·下四라는 점을 표기하기도 한다.

五音略譜는 <琴合字譜>에서는 다른 기보법과 병용되고 있다.

(5) 肉譜

고악보에 쓰여진 기보법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肉譜와 合字譜인데,

肉譜는 분량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肉譜를 사용하는 악기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記譜法의 하나이다.

 

肉譜란 악기의 소리를 흉내낸 擬聲語(이를 口音이라함)를 문자로 기록한 것인바,

이의 기록을 위하여 사용된 문자는 한자·한글 뿐만 아니라 漢字의 訓을 빌어 쓴 借字도 있으며

한자와 한글의 양성인 '加(덩)·加(덜)·加(덕)·斗(둥)·士(살)' 등이 표기도 있다.

 

肉譜는 악기의 口音으로 표기되는 가닭에

원칙적으로 器樂曲의 記譜에 사용되는데,

육보로 기보된 악기는 거문고·양금·伽倻琴·笛(大太 ?)·短簫·七絃琴·杖鼓이며,

고악보에 口音에 소개된 것으로는 笙簧이라는 악기도 있으나

실제 기보에 구음이 사용된 예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위의 악기 중에서 笛·七絃琴·杖鼓·七絃琴의 肉譜는 그리 많지 않고

육보의 주종은 거문고肉譜·洋琴 肉譜·伽倻琴肉譜 등이다.

그러나 거문고의 육보는 그것을 音高 記譜法의 하나로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

즉, 거문고 육보에 쓰이는 구음인 당·동·징·덩·둥·등·살갱·슬기둥·뜰·흥·싸랭 등은

왼손의 棓鉉(指法)과 오른손의 彈法 그리고 연주되는 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이라고 적힌 음은

거문고의 둘째 줄인 遊絃을 왼손의 無名指로 누르고

오른손의 술대(거문고를 탈때 오른손의 食指와 長指 사이에 끼고 母指로 버텨 쥐는 연필 크기의 대나무)로

줄을 쳐서 소리내는 것이다.

같은 줄을 왼손의 같은 손가락으로 누르고 연주하더라도

술대로 줄을 들어 올려 뜯는것은 '뜰'이라고 구음한다.

따라서 거문고 肉譜는 奏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음고 기보법의 하나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육보 가운데서 음고 기보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洋琴과 伽倻琴의 肉譜이다.

 

洋琴은 모두 7벌의 철사가 메어져 있는 絃樂器로

한벌의 줄은 4개의 가느다란 철사가 나란히 놓여있다.

그리고 이 7벌의 줄을 두개의 嚤로 버텨 세우는데 모두 21개의 음을 낼수 있다.

그러나 21음이 모두 사용되지 않고 중복되는 음이나

한국음악에는 출현하지 않는 음을 뺀 11음이 많이 쓰이고 있는바

이의 구음 표기는 <표5>와 같이 한자 또는 한글로 나타낸다.

洋琴 肉譜 중에서 한자로 기보된 것이

<西琴譜>·<一蓑琴譜>·<西琴歌曲>·<響弄律譜>등 대부분이고,

<黑紅琴譜>·<洋琴與民樂譜>·<峨洋琴譜> 등이 한글로 표기 되었다.

특히 <芳山韓氏琴譜>는 洋琴 口音을 나타내는 한자에서 한두 劃만 떼어서

약자로 표기하는 편리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되어 학계에 소개된 伽倻琴 고악보는

<拙翁伽倻琴譜>가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拙翁伽倻琴譜>와 같이 伽倻琴만을 위한 것은 아니나

<芳山韓氏琴譜>에 가야금의 육보가 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학계에 소개된 고악보 가운데서

<琴隱琴譜>는 解題者에 의하여 거문고 악보로 소개되었으나

그 기보법으로 보아 가야금의 육보임이 분명하며,

아직 학계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동국대학교소장가야금보>와 <동국대학교소금율보>도 가야금의 악보임을 알수 있다.

따라서 현전하는 가야금 육보는 모두 5종에 이른다.

 

가야금의 육보는

12줄의 각 음에 고유한 구음을 붙여서 이를 한글 또는 한자로 적고 있는 바,

실제 음고를 가리키는 율명과 비교하면 <표6>과 같다.

 

(6) 借用譜

借用譜란 기존의 記譜 方法이나 文學作品을 빌어 새로운 音高 表記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이에는 律名借用譜·公尺借用譜·詩句借用譜 등이 있다.

律名借用譜는 十二律名의 첫 글자로 音高를 나타내는 점은 기존의 기보법인 율자보와 같으나,

기보된 문자가 가리키는 음의 높이는 율자보와 크게 다르다.

<歐羅鐵絲琴字譜>와 <遊藝志>에만 사용된 이 기보법은

<표7>과 같이 십이율명의 첫 글자 12개와 '杊'을 붙인 청성 7개, 工尺譜에서 빌어온 工·上 등

모두 21개의 문자를 나름대로 양금의 21음에 붙인 것으로

악보에는 '林(B┒)'으로 기보되었으나 실제는 '太(F)'음이 되는 것이다.

 

工尺借用譜란 工尺譜에 쓰이는 合·四·乙·上 등의 문자를 빌어 음고를 표기하는 기보법이다.

그러나 기보된 문자의 실제 음고는 공척보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되어있다.

<琴譜精選>에서만 양금의 기보에 사용된 공척사용보는

원래 공척보에서 쓰던 四·凡·尺·乙·上·合의 7자를 洋琴의 7현에 안배하고,

여기에 '漈'을 붙여 右嚤左側의 音을,

그리고 아무것도 붙지 않은 原字만으로 左嚤右側의 音을 나타내고 있다.

 

율자보에서는 '圀·黃·潢'의 세음이 각각 옥타브의 차이를 갖지만,

이 工尺借用譜에서는 '撤·四·泗'의 세 음이 실제 音高는 '圀(e┒)·黃(e┒')·林(b┒')가 되어

한 옥타브와 완전5도의 관계가 된다.

따라서 여기의 '杊'은 오타브 높은 음인 淸聲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工尺借用譜의 각 文字가 지시하는 실제 음고는 <표7>과 같다

 

詩句借用譜란

漢詩의 글자를 빌어 音高 表記의 手段으로 삼은 것을 말하며

<協律大成>의 洋琴 악보에서만 볼 수 있다.

<協律大成>의 洋琴 악보는 律字나 口音으로 기보되지 않고

'篇·百·詩·斗·一·白·李…' 등의 漢字로 음고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杜甫의 飮中八仙歌 가운데서 李白을 읊은 漢詩에서 세 句節을 빌어 온 것으로

그 원문은 아래와 같다.

 

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中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위의 七言四句 중에서 마지막 한 句를 제외한 세 句의 21자를

洋琴의 21音에 안배하여 音高를 나타내고 있는 바,

이를 실제 음고와 비교하면 <표7>과 같다.

 

특히 <協律大成>의 編者는

기존의 양금 기보법인 漢字式 肉譜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음을

同譜의 洋琴圖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는 바,

이와같이 기존의 기보법이 아닌 새로운 기보법을 漢詩에서 차용한 점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詩句借用譜는 기보될때 몇 글자는 略字를 사용하는 바 이를 <표7>에 함께 정리하였다.

 

2. 時價 記譜法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기보법 중에서 음의 길고 짧음을 구별하여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오직 井間譜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간보 만큼 정확한 표기는 어렵다.

하드라드 음의 상대적인 시가를 구별할 수 있는 기보법은 몇가지가 있다.

 

(1) 井間譜

<世宗實錄樂譜>에 처음 보이는 井間譜는 바둑판과 같이 선이 그어진 것으로,

그것을 從으로 1행을 삼아 32칸(井間)을 긋고 위로 부터 律名의 첫글자를 적어 넣는다.

時價의 단위는 1井間이 되며 두 정간은 2拍, 세 정간은 3拍이 된다.

 

이러한 井間譜는 <世祖實錄樂譜>에 이르러 1행 16정간으로 고쳐지고,

이를 6개의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3·2·3·3·2·3정간씩으로 구분된 것을 六大網이라 한다.

1行 16井間 육대망의 井間譜는 <大樂後譜>·<俗樂原譜>·<琴合字譜>·<時用鄕樂譜>에 사용되었고,

음악의 疏數渪急에 따라 시작하는 大網을 달리하여 기보하였다.

 

井間譜는 時價의 기준이 되는

1拍(1井間)보다 긴 音은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정간을 공백으로 남겨서 나타내고,

1박 보다 짧은 음은 한 정간속에 여러개의 율명을 적거나 그 위치를 아래로 치우쳐 적었다.

<세종실록악보 중 봉래의>에 나타나는 경우를 보면 <도17>과 같다.

 

<세종실록악보>의 정간보는 정간 속에 율자보를 적어 음고를 표기 하였으나,

<세조실록악보>·<시용향악보>등 에서는 정간 속에 五音略譜를 적어 音高를 나타내었다.

또한 <三竹琴譜>에서는 肉譜를, <琴譜精選>에서는 肉譜와 工尺借用譜를 적는 등

다양한 형태로 기보된다.

 

1行16井間이던 井間譜는

<梁琴新譜 中 北殿>에서 1행8정간 삼대망(3·2·3정간씩)의 서법이 보이고,

(대악후보 중 영산회상>에서 1행20정간의 기보 방법이 쓰였다.

또한 <방산한씨금보>·<칠현금보>·<徽琴歌曲譜>·<竹醉琴譜> 등에서는

음악에 따라 다양한 井間數를 가지며,

현재 사용되는 井間譜는 장단 Rhythmic pattern에 따라

1행이 4정간·6정간·10정간·12정간·20정간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고악보 중에서 일부 정간보는

정간 하나 하나가 정확한 시가의 기준이 되는지의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으며,

이 점은 현재 국악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2) 大網譜

<世祖實錄樂譜>에서

1행16정간 大網譜이 처음 사용 되었음은 앞에서 언급되었다.

이 大網譜은 악보에 따라서는 정간을 대신하여 중요한 시가 기준이 되고 있는 바,

<梁琴新譜>등은 정간이 없이 大網만 그려져 있다.

 

이 <양금신보>의 중대엽 악보는 3·2·3·3·2·3의 구분이 가능하도록

각 大網의 크기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同譜의 慢大葉 악보는 1행2 大網으로 되어 있다.

 

<증보고금보>는

만대엽 악보가 二大網, 중대엽 악보는 六大網이나 각 大網이 등분되어 있어서

<양금신보>와 같이 3:2의 비율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기보된 내용은 3·2·3·3·2·3의 시가 비율을 따르고 있다.

한편 <증보고금보>의 수대엽 악보는 등분된 사대망으로 기록되어 있는 바,

학계의 연구 결과에 의하여 5·3·5·3의 비례를 내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금신보>의 보허자 악보도 등분된 사대망으로 기보 되었고,

그것이 시가의 기준이 되고 있음도 밝혀졌다.

이상과 같이 정간 표기는 없으나

대망만으로 시가의 기준을 나타내는 大網譜도 훌륭한 시가기보법의 하나이다.

(3) 間隔譜

정간이나 대망의 표기가 없으면서도,

음고를 나타내는 문자의 배열 위치와 間隔 만으로

시가 해석의 가능한 악보를 間隔譜라 가칭하고자 한다.

 

<세종실록중아악보>·<세조실록중신제아악보>·<악학궤범> 등이 4음을 단위로 기보되었으며

각 악구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음은 앞에서 살펴 보았다.

이와같이 등시가의 음악을 기보하는데 있어서 문자의 균일한 배치로 그 시가 표기가 가능 하듯이,

각 음의 사가가 다른 경우는 그에 다라 적절히 문자를 배치하여 시가를 나타낼 수 있다.

 

<響律嵐譜>는 육보로 기보된 문자 사이의 간격에 따라

한 박과 두 박의 구별이 가능하도록 기보되었고

<초인문금보>도 간격을 달리하여 가보되었다.

또한 <협율대성>의 여민락 악보는 한 장단을 1행으로 삼아 기보되었고,

1박씩의 음들은 붙여서 적었으나 2박인 경우는 다음의 위치를 공배으로 처리하였고,

한박 보다 짧은 음들은 한박에 해당하는 부분속에 두 글자를 병서하여 표기하였다.

(<그림16>참조)

이와같이 문자의 위치와 간격도 시가를 나타내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4) 點

<유예지>와 <구라철사금자>의 양금 악보에는

●, ●●, ●-●등의 세가지 흑점이 각 음에 붙어있는 바,

●점은 1박을 나타내고

●-●은 반박씩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유예지>의 생황악보에는 ●(흑권), ○(단권), ○○(쌍권) 등의 표기가 있다.

동보의 설명에 의하면 흑권은 1呼 또는 1吸을 나타내며,

雙圈은 1호와 1흡 즉 1호흡을 가리키며

단권은 흑권과 쌍권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흑권은 숨 한번을 들이 쉬는 시간이나 내어 쉬는 시간에 해당하고,

쌍권은 숨 한번을 들이 쉬었다가 내어 쉬는데 소요되는 시간 만큼의

시가를 가리키고 있는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響弄律譜>의 영산회상 악보에는

각 장단의 마지막 음이 2박으로 연장되는 경우 '○'표로 나타내었으며,

<學圃琴譜>의 여민락 第四章 이후에는 구음을 적은 사이 사이에

'○'표를 적어 음의 연장 여부를 표기하였다.

또한 <청음고보>와 <성악범소장금보>에도 '○'표가 보이고,

<해산유음>에도 色을 달리하는 '○'표들이 있어

이들도 시가 표기 수단의 하나가 아니가 추측된다.

(5) 三條長短

<일사금보>에는 ·?·?의 세가지 부호가 사용되고 있는 바,

·표는 한음에 붙여지는 것으로 1박 또는 2박을 나타낸다.

1표는 두음에 붙여지는바 그 첫음은 1/3박 또는 1/6박 정도로 짧고

뒤의 음은 1박 정도의 길이이다.

또한 ? 표는 2∼3음에 붙여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세가지의 부호를 <일사금보>에서는 삼조장단이라 부르며,

모양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다른 많은 양금보에 쓰이고 있으니

 

<서금가곡>·<국립중앙도서관소장양금보>·<장금신보>·<서금>·<서금보>·<楊琴註冊>·

<연세대학교소장영산회상>·<이보형소장양금보>·<橑陽雅韻>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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