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뜨락/문학계 소식

財經文學 제7호 출판기념회 축사

채현병 2023. 4. 7. 06:47

                                                         財經文學 7호 출판기념회 축사

                                                                       -시조 소개 말씀-

                                                                                                                                                    (2023.4.6., 프레스센터)

 

 안녕하세요!

 한국시조협회 이사장 채현병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신>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김경우 고문님으로부터 이 자리에 초대를 받고,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이신 존경하는 여러분을 뵙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이 귀한 자리에 서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설균태 회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회원님들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주옥같은 글로 펼쳐 낸 <재경문학 제7호 출판>을 축하드리며, 재경문우회의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오늘 저는 이 시대에 왜 시조가 필요한가?”에 대하여 한 말씀 올리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저는 우리나라 고유의 신화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무속인을 만났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유 신화는 무당의 노래, 巫歌를 통해서 전승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좌담회가 끝나가는 자리에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20대 중에는 <무당>을 하고 싶은 젊은이가 많다고 합니다. 여러분! 놀랍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문적으로 무당을 육성하는 기획사가 몇 군데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엔터테인먼트사, 즉 연예기획사와 같은 곳이죠. 이곳에서는 무속인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모아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점술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이들이 소정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오면 인기가 대단하답니다.

여러분!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문명 사회에서 왜 이런 의외의 현상들이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아마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속에 내재된 혼돈된 가치관과 지역 간 이기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와 세대 간 격리 현상으로 인하여 예측 불가능한 어지러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혼돈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결코 문화대국으로 진입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제반 문제점을 극복하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시조 사랑과 보급>이 지름길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시조는 약 700년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세계 문학사 중에 이렇게 긴 역사를 지닌 문학 장르는 불과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온 백성이 함께 즐기고 가꾸어 온 종합예술은 오로지 시조 장르뿐일 것입니다. 시조 장르는 뛰어난 문학성과, 음악적 전문성과, 숭고한 민족정신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시조의 문학적 측면을 살펴보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세 문장으로 우리 삶의 애환을 다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표현에 있어서 수많은 화자들이 대자연과 교감하면서 함축성, 비유성, 절제미에 있어서 많은 문학적 가치를 높여 왔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아직도 어렸을 때 익혔던 시조를 적게는 몇 편으로부터 많게는 수십 편씩 외우고 있지 않습니까?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조가 우리 민족의 고유 문학임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고시조 5,000여 수 중에는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시조가 몇천 수를 상회합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 새로 창작된 현대시조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널리 보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시조의 음악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곡 및 시조창으로 전해 내려오는 시조 음악은 하나의 예악입니다. 예악은 예법과 음악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써 예는 인간 사회의 바른 질서를 의미하고, 악은 인간 사회의 조화, 곧 화목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唱法에 있어서도 소리를 지긋이 내려 누르며 유장하게 불러서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을 하여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게 합니다. 시조는 진실로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노래입니다.

 

 세 번째로 시조에 깃들어 있는 숭고한 민족정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조는 700여 년의 긴 역사 속에서 오로지 태평성대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민족 기상의 원류입니다. 시조는 삿된 말을 쓰지 않습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그시 눌러 표현함으로써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올곧게 살도록 해 줍니다. 궁극적으로 시조에는 이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숭고한 민족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건설이라는 크나큰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공동 목표입니다. 우리는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를 극복하고, 확실한 미래를 향해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시조는 AI 시대에서 상실되어 가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살려낼 수 있는 통로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면면이 이어내려온 시조의 맥락에는 이상국가를 향한 원대한 꿈이 서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 시조의 보급에 앞장서서 자유민주국가로서의 우리의 이상을 실현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