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문학
가사는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발생한 시가 형식입니다.
1. 가사의 정의
가사(歌詞)와 가사(歌辭)라는 2가지 명칭이 있으며, 조선 전기에 지어진 100행 내외의 것을 가사(歌詞)라 하고,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장편의 것을 가사(歌辭)라 하여 그 둘을 구별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보통 구별하지 않으며, 그 중 가사(歌辭)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형식은 4음보 연속체로 된 율문(律文)으로 한 음보를 이루는 음절의 수는 3 ·4음절이 많고, 행수에는 제한이 없다. 마지막 행이 시조의 종장처럼 되어 있는 것을 정격(正格)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변격(變格)이라 하기도 하는데, 정격은 조선 전기에, 변격은 조선 후기에 많이 나타났다. 가사의 장르적 특성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① 가사는 시가와 산문의 중간적 형태이다. ② 가사는 율문으로 된 수필이다. ③ 가사는 율문으로 된 교술문학(敎述文學)이다. 이 3가지 견해는 모두 가사는 율문이되 서정시와는 달리 사물이나 생활에 관한 잡다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음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①에서는 가사가 시가문학에서 산문문학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장르라 했고, ②에서는 민요 ·경기체가(景幾體歌) 등의 형태로 오랜 역사를 지닌 교술운문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가사라는 특정 장르를 이루었다고 하였다.
2. 가사의 성립
가사의 첫 작품으로는, 고려 말의 승려 나옹(懶翁)의 《서왕가(西往歌)》를 들기도 하고, 조선 초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서왕가》는 국문이 없을 때 창작되어 후대 문헌에 기재된 점으로 보아 나옹의 작품인지 의심스럽고, 《상춘곡》도 후대의 문헌에 정착되었기 때문에 정극인의 작품인지 의심스럽다. 2가지 설이 모두 의심스럽기는 하나, 수많은 작품이 불교 승려들에 의해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전(佛典)의 부록으로 출간되어 널리 전파된 점으로 보아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 수 있으므로 이미 고려 말에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원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견해가 있다.
① 별곡(別曲)이 붕괴되면서 이루어졌다. ②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등의 악장(樂章)에서 이루어졌다. ③ 교술민요가 기록문학으로 전환하면서 이루어진 장르이다. 이 가운데 ① 은 가사와 경기체가의 관계를 주목한 견해이다. 가사와 경기체가는 똑같이 사물이나 생활을 나열 ·서술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경기체가가 쇠퇴하면서 가사가 발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짙으며, 경기체가에서 다룬 사물이나 생활이 단편적인 데 비하여 가사에서는 이들을 훨씬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발전적 면모도 보인다. 따라서, 가사는 경기체가가 수행하던 역할을 물려받은 것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 사대부에 의해 육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가사의 발달과 종류
가사사(歌辭史)는 크게 3시기로 나눌 수 있다. ① 조선 초기의 양반가사가 중심이 되던 시기, ② 조선 후기의 평민가사가 지배적이던 시기, ③ 개화기가사(開化期歌辭)가 나타나고 전대가사의 잔영이 이와 병행하던 시기이다.
가사는 시조와 아울러 조선시대 시가문학을 대표하는데, 그 이유로는 이 2 가지가 수사 방법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호흡에 자연스럽게 일치한다는 점과, 시조는 간결 ·소박한 것을 즐겨하는 유학자들의 서정성을 표현하는 데 알맞은 형태를 지니고 있고, 가사는 현실적이고 설복적인 유교이념이나 신비롭고 교훈적인 불교이념을 표현하는 데 알맞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⑴ 조선 초기 : 조선 초기의 가사들은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군자의 미덕을 자연 속에 묻혀 읊기도 하고, 군신 사이의 충의 이념을 남녀 사이의 애정에 비유하여 읊기도 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가는 정극인 ·정철(鄭澈) ·박인로(朴仁老) ·송순(宋純) ·백광홍(白光弘) ·양사언(楊士彦) 등이다. 정극인의 《상춘곡》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에 묻혀 사는 은퇴한 관료의 생활을 읊은 대표적 작품이다.
정철은 모든 것을 잊고 자연과 융합하고자 하면서도 세속적인 출세 욕구를 은유와 상징으로 노래하였는데,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는 화려한 이미지를 통하여 숭고미(崇高美)를, 세속적 출세에의 욕구를 남녀의 애정을 빌어서 은유화함으로써 비장미(悲壯美)를 창조해 내었다. 박인로는 곤궁(困窮)한 생활을 견디고 참는 체하며 청빈고고(淸貧孤高)한 선비로 자처하고 그런 생활을 즐겨하는 부류와는 달리 현실적인 생활의 근저를 반성하고 비판하는 눈을 가졌는데, 《누항사(陋巷詞)》에서는 안빈낙도하는 높은 뜻과는 달리 구차한 생활상만이 비참할 정도로 드러나 있고, 이러한 뜻과 현실의 괴리가 전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박인로의 가사는 생활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지녀 제2기 가사에 근접해 있다.
⑵ 조선 후기 : 조선 후기의 가사는 현실주의적인 사고가 대두하고, 평민의 문학적 참여가 커져 가는 시대사조와 결부되어 전시대의 가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녔다. 양반가사도 생활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려는 경향을 지녀 평민가사와의 거리가 단축되었으니,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그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양반가사로는 기행가사(紀行歌辭)와 유배가사(流配歌辭)를 들 수 있다. 기행가사로는 영조 때 김인겸(金仁謙)이 통신사(通信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일본에 다녀와서 지은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와 고종 때 홍순학(洪淳學)이 지은 북경 기행가사인 《연행가(燕行歌)》가 대표적이다.
유배가사로는 송주석(宋疇錫)이 그의 조부 송시열(宋時烈)이 덕원(德源)으로 유배갔을 때 따라갔다 와서 지은 《북관곡(北關曲)》과 안조원(安肇源)이 남해의 외딴 섬으로 귀양가서 지었다는 《만언사(萬言詞)》, 철종 때 김진형(金鎭衡)이 명천(明川)으로 귀양가서 지은 《북천가(北遷歌)》가 대표적이다. 이 시기의 평민가사로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작자 불명의 《우부가(愚夫歌)》 《용부가(庸婦歌)》 등이 있는데, 이 작품들은 전기 가사의 미의식을 완전히 극복하여 희극미(喜劇美)를 창조하였고, 패륜 ·불의 ·불선(不善)을 일삼는 악인을 풍자하는 비판정신을 담고 있다. 가창가사(歌唱歌辭)라 불리는 부류의 노래들도 역시 평민가사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데, 잡가(雜歌)와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가창가사의 하나인 《십이가사(十二歌辭)》는 분련(分聯)이 있고 후렴이 붙은 점에서 전통적인 가사와 큰 차이가 있다. 평민가사와 맞먹는 이 시기의 가사에서 또 하나의 장르로는 내방가사(內房歌辭/閨房歌辭)를 들 수 있다. 이 내방가사는 주로 영남지방의 부녀자들에 의해서 제작되고 전승되어 온 규방문학의 하나로, 섬세한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표출하였다. 내방가사는 내용상으로는 양반문학이라 하겠으나 표현면으로는 평민가사와 상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가사를 변용시켰다고 할 수 있다.
⑶ 개화기(開化期) : 제3기의 개화기 가사는 최제우(崔濟愚)의 《용담유사(龍潭遺詞)》에서 시작된다. 《용담유사》는 개화기의 문제점과 고민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 전기의 가사와 구별되는 문학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의 신문이 가사를 게재함으로써 개화기 가사는 그 성격이 더욱 분명해졌는데, 이 신문들에 게재된 가사는 짧아지고 분해되는 등의 변모를 보여 주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는 항일의병의 애국적인 가사나, 부녀자들이 느낀 개화기의 문제점과 고민을 읊은 내방가사도 많이 나타났다. 전통적 문학형태인 가사의 형태상의 특징을 정통으로 이어받아 새로운 장르로 창가(唱歌)가 등장하게 되었으므로, 가사는 고전문학 장르 중 개화기를 통하여 가장 큰 구실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시조와 가사의 차이점
형식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입니다. 시조는 3장 6구의 평시조와 사설시조로 비교적 짧은 형태인데 비하여, 가사는 시조의 3.4조 또는 4.4조의 음수를 많이 늘여 쓴 산문적인 내용의 노래입니다.(시조는 형식적이든, 내용적이든 운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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