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의 시조/시조 3862

죽림선원 종각을 돌며

죽림선원 종각을 돌며 범종이 울리거니 명징한 마음이다 달마가 계오심에 혜가가 뒤따르니 붉게도 피는 꽃잎이 대웅전을 감싼다 * 케이블 카에서 내려 죽림선원으로 들어갔다. 죽림선원 종각을 돌다보니 꽃 속에 파묻힌다. 달마대사와 혜가스님 일화가 떠오른다. (2024.3.27) * 달마대사와 혜가스님 일화 노자와 장자 공부를 한 '혜가'는 마흔살이 넘어 불교에 입문하려고 달마대사를 찾아갔다. 제자로 받아달라고 매일 매일 찾아갔지만 무응답뿐이었다. 어느 겨울날 달마대사의 방문 밖에서 눈을 맞으며 밤을 새웠지만, 달마대사는 거절의 의미로 '붉은 눈이 내릴 때까지 제자로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혜가는 한쪽 팔을 잘라 쏟아지는 피로 눈을 붉게 물들였다. 이를 본 달마대사는 혜가를 제자로 받아 들였다. 달마대사는 혜가..

달랏 케이블 카

달랏 케이블 카 줄줄이 기다려서 얻어 탄 케이블 카 외줄에 매달려서 사르르 내려가면 어느새 신선이 되어 저 세상을 굽어본다 * 한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다. 케이블 카에 올라타니 탄성을 지르기도 전에 스르르 미끌어져 내려간다. 소나무가 우거진 송림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이 발밑으로 흘러간다. 나는 어느새 신선이 된다. (2024.3.27, 오전)

크레이지 하우스

크레이지 하우스 입구에 들자마자 입이 쩍 벌어진다 마귀할몀 살던 방이 때도 없이 열려지고 미친 듯 기괴한 형상들이 떼거지로 몰린다 * Crazy House - 달랏 소재, 베트남 2대 대통령 '쯔엉 찐'의 딸 '당 비엣냐'가 설계 시공한 건물 명 - 동화 속 마귀할몀의 집처럼 평범을 거부하여 뒤틀리고 구부러지고 휘여진 형상의 특이한 건물의 연속체 (2024.3.26, 오후)

바오다이 황제별장

바오다이(Bao Dai) 황제별장 춘양호 끼고 돌아 언덕에 올라서니 의젓이 서 있는 태 별궁이 아니랄까 그 안에 들기도 전에 가닥 잡아 주시나 홍자색 카페트가 바닥에 깔려지고 황제의 일상들이 얼룩져 스며든 곳 허상도 실상만 같아 꼼짝 않고 있는가 사랑이 무엇인데 그리도 요동치고 미움은 또 무엇인데 외돌아 서 있는가 한 세월 지나가고 나면 사라지고 없느니 * 바오다이(保大) 황제별장 -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의 달랏여름별장 - 바오다이 황제는 프랑스와 일본 식민지 치하의 허수아비 군주로써 술과 여자에 탐닉하여 2명의 정실부인과 3명의 첩을 둠 (2024.3.26,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