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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판기

조판기(肇判記) / 해월 채현병 하늘 땅 뒤엉켜진 거대한 저 덩어리 혼돈의 세계에서 시작도 끝도 없다 오로지 새날의 기쁨을 누리려 할 뿐이다 우주를 갈라치니 음양의 시작이요 하늘 땅 경계에선 물불이 요동친다 우주여 깨어나소서 신통(神通)하게 하소서 일월(日月)이 빙빙 돌아 밤낮을 바꿔 갈 제 어둠 속 빛이려니 하늘 뜻 그대로다 곧고도 밝은 기운이 온 누리에 번진다 하늘과 땅 사이에 만물이 태어나고 뭇 생명 한가운데 사람이 태어나니 스스로 다 갖추고서 주재토록 했어라 하늘에 가득한 별 제 자리 잡아주고 천부인(天符印) 갖추고서 이 땅에 임하시니 아아아 만세후생(萬世後生)에 밝은 빛이 되도다. *조판기(肇判記) : ‘북애자(北崖子)’가 지은 규원사화(揆園史話) 속 창세신화(創世神話)

금어초 사랑

금어초(金魚草) 사랑 초겨울 금붕어 떼 윤슬을 따라가도 입술을 꼭 닫고서 한마디 말이 없다 햇살이 펄펄 끓어 넘쳐도 눈길 한 번 안 준다 * 금어초 : 현삼과 한두해살이꽃. 2갈래 꽃부리중 아래 입술 모양의 꽃잎이 항상 닫혀 있어 뭇 곤충들이 접근을 못한다. 어쩌다 덩치 큰 벌만이 꽃잎을 열고 들어가 꽃가루받이를 한다. * 시흥 어느 꽃밭에 나가보니 금어초가 초겨울 추위를 이기려고 솜털에 덮여 빨갛게 피어 있다. (2023. 12. 4)